군부대 총기난사…‘관심병사’에 국방부는 무대책 일관
군부대 총기난사…‘관심병사’에 국방부는 무대책 일관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4.06.27 11:38
  • 호수 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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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의 뉴스브리핑

군부대 총기난사사건이 군 당국의 허술한 초동대처와 거듭된 은폐시도가 들통나면서 진실게임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6월 21일 저녁 8시 15분께 강원도 고성 동부전선 22사단 GOP에서 부대 소속 임모 병장이 동료 군인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임 병장은 총기를 난사한 뒤 K-2 소총과 수류탄 1발, 실탄 75발을 소지하고 달아났다. 임 병장은 주간 경계 근무를 마치고 야간 근무자와 교대한 뒤 GOP 소초로 돌아와 총기를 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주한 임 병장은 23일 오후 자살시도 직후 체포됐지만, 군의 이해할 수 없는 사고 대처가 파문을 낳고 있다.
25일 열린 국방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군은 늑장대처와 작전태세의 허점을 역력히 드러냈다. 먼저 군은 병사가 무장탈영했는데도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는 데 사고발생 후 2시간이나 지체해 하마터먼 민간인 사상자까지 나올 뻔 했다. 무장탈영범 1명을 잡기 위해 동원된 병력 수가 4800여명에 이르는 것도 평소 군의 대응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더구나 임 병장 포위 작전에 실탄 없는 빈 총을 든 관심병사를 대거 투입한 것으로 드러나 국민을 경악케 했다.
임 병장은 사건 발생 18시간 뒤 사건 현장에서 약 10㎞ 떨어진 강원도 고성 명파리 부근 야산에서 발견됐고, 군은 야산 주변에 병력을 집중 배치해 포위망을 짰다. 9개 대대 병력을 투입한 이 작전에 임 병장보다 더 심각한 A급 관심병사가 30명이나 투입됐다. 더구나 무장병사와 대치중임에도 실탄이 없는 빈총만을 들고 작전에 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이 관심병사들이 실제 임 병장과 마주쳐 교전이 벌어졌다면 큰 화를 입을 수도 있었다.
국방부는 A급 관심병사들에게 실탄을 지급하면 임 병장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무장병과 대치상황에서 30명의 목숨이 위기에 놓이도록 한 것은 적절한 대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거듭된 은폐시도에도 비난이 쏟아진다. 임 병장은 지난 23일 오후 소총으로 자신의 왼쪽 가슴 부위를 쏜 뒤 군에 곧바로 체포돼 헬기로 국군강릉병원에 후송됐다. 이 과정에서 군이 대역을 쓴 것으로 드러나 군이 언론과 국민을 농락했다는 지적이 인다. 체포된 임 병장이 들것에 실린 채 병원 응급실로 향하는 모습이 공중파 뉴스보도를 통해 널리 전파됐지만 화면에 보인 임 병장은 진짜 임 병장이 아닌 가짜로 밝혀졌다. 강릉아산병원에서 진짜 임 병장이 탄 구급차는 지하 창고를 통해 응급실로 향했고, 가짜 임 병장이 탄 군 구급차가 응급실 정문으로 간 것이다. 군은 신속한 치료를 위한 병원 측 요청에 따랐다고 해명했지만 병원 측은 그런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임 병장이 자살 시도 직전 남긴 메모의 내용도 당초 군 당국의 발표와 다르다. 군은 군 동료에 대한 불만은 적혀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임 병장이 부대 내 따돌림을 당했음을 짐작케 하는 내용이 다수 적혀 있었다. 임 병장은 메모에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누구라도 나 같으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군은 부대내 갈등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방치해 일을 키웠다. 임 병장이 지난해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의 관심병사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군 총기사고는 2005년 28사단에 이어 2006년 강원도 현리 육군 모 부대, 2011년 해병대 2사단 등 끊임없이 발생했다. 1980년대 이후 군대에서 발생한 총기사건은 모두 10건. 1984년 12명의 최대 사망자를 낸 총기 사고도 22사단에서 일어났다.
군은 2005년 28사단 총기 사건을 계기로 보호관심 병사제도를 만들었지만 총기사고를 막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특히 22사단은 다른 사단과 달리 책임 반경이 넓어 병사들이 수면부족에 시달리는데도 병력 충원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 키우기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임 병장 사건에서 군이 보여준 늑장 대처와 은폐, 무책임한 작전태세는 거듭된 총기사고와 함께 평소 근원적인 대책 없이 안일한 태도로 일관해 오다가 문제만 터지면 거짓말로 무마하는 군 당국의 총체적인 부실을 반증한다.
현재 보호관심병사는 3만명으로 파악된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재발방지를 약속한 2011년 해병대 총기사건 이후 3년만에 재발한 이번 사고는 제2, 제3의 군부대 총기사고를 예고하며 수많은 군복무 회피자를 양산해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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