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동의) 외롭고 우울하다 실버타운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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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per
  • 승인 2006.08.2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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敬老孝親 두 그림자

거부감 주는 ‘양로’… 한국형 복지주택 선택 폭 넓혀야


 

 

농촌 진흥청의 2004년 조사에 의하면 40세 이상 도시민의 58.2%가 은퇴 후에 농촌으로 이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의 20%는 농촌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고 38.2%는 농촌에서의 노후생활을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40세 이상 도시인의 이런 꿈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에서 이미 실버타운 역풍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같은 해변가나 전원마을의 실버타운이 슬럼화되고 있다는 보도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노인들은 40세 이상의 도시인들의 생각과는 다르다. 실버타운은 물론 평생을 살아온 고향에서도 자식들과 떨어져 있으면 우울해 한다. 전원주택형이든 아파트형이든 노인 복지 시설의 확충 필요성이 있지만 명암이 교차한다. 좋은 시설이 많으면 자식들과 멀어지고, 자식들과 함께 지내는 미덕을 살리면 전체 노인복지 시설이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양로시설의 양로라는 말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 78세인 이모 할머니는 최근 몸이 불편해져서 아들로부터 유로 양로시설 얘기를 듣고 억장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다. 자식으로부터 버림을 받는다는 생각에 차라리 죽고만 싶더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들의 제안이 현실적으로 몹쓸 짓인 것만도 아니다. 평생을 살아온 농촌 마을에서 혼자 지내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불의의 순간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 효심이 있는 아들 입장에서는 간호사가 상주하는 노인시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한 지방에서는 혼자 사는 시골 노인들의 집에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하여 노인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감지하여 구급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양로라는 어휘가 주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결국 노인 복지시설의 숫자는 좀 더 확충할 필요가 있다. 이모 할머니의 아들 박모 씨는 선택의 폭이 너무 제한적이라고 한다.

 

“좋은 곳은 비싸고 그나마도 기회가 많지 않아요.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나요.” ‘한국주택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들도 실버전용 아파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틈새시장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식의 눈에 드는 시설이 아니라 노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시설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그나마도 아직 노인전용 주거시설은 부족하다. 2005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노인복지 복지주택은 전국에서 8개소, 1,232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정도다.

 

유료노인시설의 경우 노인전문병원을 포함하여 전국에 146개소가 있고, 이 시설의 총 정원은 9,75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정도의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시설을 이용하고자 하여도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 서울의 유료시설의 경우 양로시설이 3개소, 요양시설 6개소, 전문요양시설 8개소, 복지주택 1개소 등 총 18개소에 불과하다.

 

실비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전국 합계 55개소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 무료 양로시설은 전국 합계 317개소로 전체 시설 대비 61.1%를 차지하여 상대적으로 무료 시설이 많은 편이다. 노인인구 412만(2004년 12월 31일기준)여 명 중 22,895명 정도가 이용할 수 있는 규모다.

 

노인들이 거부감 없이 노인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민자사업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러 재벌그룹이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모범을 보인다면 경로효친의 전통을 살린 한국형 복지시설의 등장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민자의 힘으로 노인복지시설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노인들의 삶의 질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노인수발보장제 같은 시스템도 그런 민자사업을 통해 효율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병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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