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시민 장관에게 바란다
(사설) 유시민 장관에게 바란다
  • super
  • 승인 2006.08.25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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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장관이 업무 시작 두 번째 날 ‘어르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노인을 챙겼다.

 

노인복지관과 무료경로식당에서 배식봉사활동을 하고 바로 대한노인회를 방문하여 안필준 회장 이하 임원 및 전국연합회장들과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간담회를 가졌는데 이것이 실질적으로는 장관 취임 후 첫 업무였다.

 

국가 보건복지 분야를 총괄하는 수장으로서 당연한 행보를 했음에도 경로효친의 미풍양속이 퇴조하는 세태로 보면 이번 장관의 행보는 신선했다.

 

입각 전 유 장관이 ‘효도연금법’을 발의하는 등 노인 정책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또 독일 유학시절에는 독일 노인들이 우수한 복지제도 하에서 멋진 노후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대한노인회의 간담회 석상에서 노인복지의 필요성에 대해 공부가 돼 있고 충분히 고민하고 있다고 한 것도 장관에 대한 기대를 가져볼만 한 대목이다. 노인복지 분야에 대해서는 앞으로 대한노인회와 꾸준히 협력하고 의논하며 정책을 세워나가겠다고 한 말도 우리는 반갑게 듣고 있다.

 

노인에 대한 장관의 배려를 두고 복잡한 셈을 할 필요는 없다. 유 장관은 장관으로 내정될 때부터 비난하는 소리가 무성했고, 청문회 과정에서도 또 많은 얘기를 들었다. 그런 혹독한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도 ‘어르신’을 모시고 싶다는 데에 무슨 사심이 있겠는가. 먼 훗날을 위한 이미지 세탁이라거나 특정 인사를 겨냥한 행보라는 식의 선정적 의구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젊은 장관으로서 노인의 눈높이에 맞춰 노인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피력한 노인관, 취임사에서 밝힌 노인복지에 대한 의지에서 유 장관의 진심을 읽는다. 우려하는 시선이 있는 만큼 오히려 유 장관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노인과 국민을 위한 시책을 펼쳐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할 일이 산더미같이 많다. 당장 국민연금만 해도 지금으로서는 마땅히 해결책이 없다.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여 개혁하고 수립해야 할 정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잘 해야 본전이고 잘못하면 국민의 원성이 자자한 곳이 또한 보건복지 분야의 업무다. 장관 스스로 ‘정책이 아닌 사건이 되는 뉴스는 만들지 않겠다’고 했던 말을 우리는 믿고 기대한다.

 

노인복지와 관련하여 지금 당장 결과를 내놓기 보다는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2~3년 후부터나 완성도 높은 제도가 시행될 수 있게 하겠다고 한 점은 적어도 유시민 장관이 현명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참여정부의 실세 장관으로서 욕심을 부릴 법도 한데 겸손하게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이 겸손 뒤에 숨은 추진력을 지켜볼 것이다.  

 

복지제도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 다음 대 아니면 그 다음 대에 유 장관도 노인이 된다. 노인도 물론 세대교체를 한다. 하지만 고령화시대이므로 유 장관도 지금의 노인들과 같은 노년으로서 만날 수도 있다. 젊은 유 장관 세대의 노후를 위해서도 고령화시대의 완성도 높은 복지제도의 초석을 놓는 장관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취임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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