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壽 & 白首 - 오지 않는 유토피아 新母系社會
白壽 & 白首 - 오지 않는 유토피아 新母系社會
  • super
  • 승인 2006.08.25 12: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겉보리 서 말만 있어도 처가살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옛 이야기다.

 

맞벌이 부부일 경우 처가 가까이에 살기를 원한다. 아직 가사노동의 대부분을 여성이 담당하기 때문에 친정 가까이 있어야 만만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귀가가 늦는 경우 시부모는 탐탁지 않게 생각하지만 친정부모는 별 감정이 없이 아이를 맡아준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친할아버지할머니보다 외가쪽과 더 가깝게 지낸다.

 

친정 가까운 곳에 살기 때문인가. 요즘 여성 특히 젊은 아내들이 공격적이다. 시대의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남편들 밑에서 참고 사는 법이 없다. 맞벌이를 해야 경제적으로 여유 있게 살아가는 시대이기 때문에 남성중심의 가부장제적 사고방식으로는 살기가 불편하다.

 

그래서 이혼율이 선진국을 뺨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래도 우리 여성들은 중국이나 미국, 유럽 등의 나라에 비해 여성들이 억압받고 산다고 생각한다.

 

신 모계사회가 오고 있는가?

 

기성세대, 특히 노년세대는 익숙하지 않아 우려가 깊지만 후기산업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오늘날 여성이 득세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여성의 부드럽고 섬세한 감각이 남성의 투박하고 억척스러움보다 더 많은 생산성을 창출하는 산업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기계화·로봇화가 심화되어 남성과 힘으로 경쟁하는 것도 오늘날은 무의미해졌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물리치는 그야말로 여성 상위시대가 된 것이다. 레이디퍼스트(lady first)개념이나 섹스 체위상의 얘기가 아니라 여성이 남성을 지배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탤런트 손창민이 주연을 한 TV드라마 ‘불량주부’ 같은 사례도 과장된 얘기가 아니라 현실에 있는 얘기다. 남편과 아내가 부엌에서 함께 조리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기를 돌린다. 그런 모습을 아름답게 보는 세상이다.

 

남녀간의 처지 변화를 살펴본 김에 좀 더 깊은 얘기를 해보자. 전통적인 여성관이 뼈 속까지 밴 사람들에게는 안 된 얘기지만, 과학이 규명한 바에 의하면 생물학적으로도 남성이 여성보다 열등하다. 치마를 입고 앉아서 소변을 본다는 식으로 폄할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남성은 털이 나지 않았을 뿐 외관상 침팬지 수컷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하등생물이다. 별다른 진화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에 비하면 여성은 남성보다 고등한 생물종으로 진화했다. 외관상으로도 여성은 다른 영장류와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영국의 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의 말마따나 우선 신체구조적으로 동물적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영장류 암컷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짐승 암컷들은 발정기에만 교미가 가능하게 돼 있다. 발정기가 아닌 때에 교미를 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인간 여성은 어느 정도 성장하여 가임기가 되면 일년내내 아무 때라도 섹스가 가능하다. 동물 암컷들한테는 발정기 때만 나타나는 발정신호가 인간 여성한테서는 평상시에도 늘 나타난다. 젖먹이가 없음에도 여성들이 평생 동안 젖가슴이 봉긋한 것은 그 진화의 여러 가지 증거들 중의 하나다. 세상의 어떤 수컷도 암컷의 젖가슴을 보고 성욕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여성 앞에서 남성을 더욱 고개 숙이게 하는 조물주의 장치가 한 가지 더 있다. 배란일이 언제인지 여성 자신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여성이 신체 구조적으로 언제 수정이 되어 잉태하는지를 모른다. 보통은 28일정도 만에 한 번씩 배란을 하지만 어느 순간 배란이 되는지는 현대의 첨단과학으로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섹스 파트너가 여러 명인 경우에 누가 아버지인지 여성도 알지 못한다. 여성들에게 참으로 얄궂은 일이다. 특정한 남성과의 사이에서 자손을 보고 싶다면 여성들은 적어도 임신이 됐다는 징후가 나타날 때까지 다른 남성과의 관계를 하지 않아야 한다. 

 

오늘날 젊은이들의 연애편력을 보면 이런 민망한 일이 현실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은 무척 많다. 겉모습이나 유전자검사를 해보면 알 수 있지만, 생물학적으로 아버지의 권리는 그래서 취약하다. 진시황이 여불위의 아들이었다거나 무수리의 아들 영조대왕이 왕손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가 그럴 듯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니 남성 중심의 부계혈통으로 대를 잇는 것은 과학적이지도 않고 현명한 방법도 아니다. 세상이 성적으로 무질서해지는 경우에도 모계로 대를 이으면 혈통은 고스란히 이어갈 수 있다. 출생한 아이가 신생아실에서 바뀌지 않는 한 어머니가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가 그렇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남성의 영역을 여성이 정복하는 분야가 많다는 점에서 새로운 모계사회의 도래를 내다볼 수도 있지만 그리 간단하게 달성되는 얘기가 아니다.

 

후기산업사회에서 빅 마마 밑에 많은 남성들이 의탁하며 살아가야 할 현실적인 필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성적으로 배고픈 남성들은 참지 못한다. 빅마마 한사람만 바라보고 살 일이 거의 없는 것이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더라고, 남성이 섹스에 소외된다면 혁명도 불사할 것이다.

마르크스와 함께 공산주의를 일으킨 엥겔스는 ‘가족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면서 까마득한 옛날, 세상에 먹을 것이 풍성하던 어느 시기에 빅마마 밑에 남자들이 올망졸망 모여 섹스 순번을 기다리며 살았던 사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인류사적으로 일처다부제로 살아간 모델이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원시생활을 하는 남아메리카나 남태평양, 아프리카 어디에도 그런 모델은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원숭이 적부터 일처일부제로 살았을 것으로 보이는 증거가 발견되고 있다.

 

아프리카 콩고의 피그미 침팬지는 두개골이나 팔다리 등은 아직 진화가 덜 됐지만, 성적인 면에서는 인간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기가 일년 내내 발정난 것처럼 붉은 색을 띠고 부어올라 있으며, 사람처럼 일년내내 섹스를 즐긴다.

 

사람을 빼고는 발정기가 아닌 때 섹스를 즐기는 유일한 짐승이다. 그런데 이것들이 원칙적으로 일부일처제를 하고 있다. 암컷이 육아를 하는 동안 수컷이 나가서 먹이를 구해오는 생활을 하는데, 수컷이 없는 동안 암컷이 다른 수컷과 외도를 하고, 다른 암컷과 놀이삼아 동성애도 한다고 조사됐다. 현대의 인간과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일부 성급한 논자들은 모계사회로 가기보다는 일종의 대우혼시대로 가는 것 같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대우혼이란 일부일처제를 원칙적으로 유지하면서 현실적 필요에 따라 파트너를 3~5명 정도로 정해두고 성교관계를 유지하는 혼인제도를 말한다. 섹스 욕망의 해소와 노동력 등 실생활에서의 필요성에 따라 복잡한 관계를 맺어두는 것이다.

 

언론매체와 TV드라마, 영화 등에서 다루는 연애 스캔들을 보면 대우혼 시대라 해도 크게 그른 주장이 아닌 것 같은 세상이다. 일부일처제라고 하지만 이혼은 다반사이고 혼외 스캔들이 없으면 팔불출에 속하는 정도의 세상인 것이다.

 

대가 끊기는 걱정을 하든 하지 않든 시간은 미래를 향해 간다. 그 흐름을 멈추거나 거스를 수 없다. 모계사회로 급속히 진전될 것 같지만 그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대우혼 시대의 복잡한 연애편력이 로맨틱해 보이지만 연애의 달콤함 뒤에는 씁쓸한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