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마저 최신 기종의 스마트폰으로 바꿔야 하나
노인들마저 최신 기종의 스마트폰으로 바꿔야 하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4.10.17 11:09
  • 호수 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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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원컬럼니스트가 최근 신문에 ‘부부가 시골에서 100만원으로 생활이 가능한가’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결론은 불가능하다는 것. 그러면서 전원컬럼니스트는 자기네 4인 가족의 한 달 생활비 내역을 공개했다. 그 가운데 휴대전화 사용 요금 15만원(3대)이라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이 전원컬럼니스트는 시골에서 휴대전화를 3대나 쓰고 사용료를 월 20만원 가까이 내고 있는 것이다.
이 전원컬럼니스트는 실제로 시골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휴대전화 사용 내역은 이 컬럼니스트가 시골생활다운 생활을 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를 보여준다. 겉모습만 시골생활이고 실은 도시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생활에 지친 이들이 귀촌하는 이유가 무언가. 수십명의 사람들을 만나 떠들고 마시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생활을 버리고 자연 속에서 ‘슬로 라이프’(느린 삶)를 영위하기 위해서다. 낙엽을 태우는 냄새를 맡으며 캄캄한 밤하늘의 별자리를 헤다 잠이 들고 새소리를 들으며 눈을 떠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로 스스로 경작한 쌀과 채소를 씻어 밥과 음식을 만들어 먹는 등 자연친화적인 삶을 사는 그런 전원생활 말이다.
전원에서 과연 가족 한 사람마다 휴대전화가 필요하고, 15만원어치의 통화를 할 일이 있을까. 물론 시골사람도 사람이라고, 그래서 휴대전화를 가족 수대로 갖고 다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슬로 라이프’를 하겠다면 휴대전화가 그렇게 많을 이유도 없고 사용빈도 수도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 사용료가 많이 나오는 건 도시사람 행세를 하기 때문이다. 10만원 이상씩 통화료를 낸다면 시골에서 살 자격이 없다. 전원컬럼니스트라는 직함이 헛웃음을 유발하고 위선적이란 생각까지 들게 하는 이유다.
이 전원컬럼니스트는 일간지에 도시인들을 대상으로 시골생활 가이드 글을 기고하고 있다. 과연 그가 쓴 글의 내용이 얼마나 사실적인 정보이며, 시골생활을 동경하는 이들에게 얼마만큼이나 도움이 될까. 적어도 한 분야의 전문가라면 전문가다운 행동과 사고를 바탕으로 비전문가들에게 최고의 효율성, 생산성을 가진 정보를 제공해야한다. 체험이 아닌 책자나 인터넷을 통해 얻은 정보는 자연 앞에서 무력하다.
요즘 젊은이들은 전철 안이든 집에서든 휴대전화만 들여다본다. 이들이 빠져 있는 건 옷가게, 음식점 메뉴 등 소비적이며 ‘킬링 타임’용이다. 교통사고 위험까지 감수하며 들여다볼 이유가 없다. 그런 정보는 집과 회사에 있는 컴퓨터를 통해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그럴 시간과 돈이 있다면 차라리 책 한 권을 들고 다니며 읽기를 권하고 싶다.
기자의 지인 중에는 여전히 ‘2G’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이가 있다. 스마트폰으로 바꾸라고 해도 전화 걸고 받고, 문자 주고받는데 하등 불편하지 않으며 통신비도 한 달 2만원 내외인데 뭣 하러 그 비싼 기기료·통신비를 지불하며 바꾸는가하고 되묻는다. 그 지인은 30여년간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지 않고 사용한 덕에 최근 통신회사로부터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고 한다. 통신사는 ‘명예의 전당’ 회원들에게 사용료 1년 면제를 비롯 1년간 영화 6편 무료 감상권과 주식(24만원 상당) 한 주 등 특별 보너스를 제공했다.
너나없이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한 달 10만원 이상 통신비를 내야하는 우리들의 헤픈 씀씀이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 노인이 OECD 국가 중 빈곤률 최고라며 국가의 복지정책을 비판하면서 한편으로 스마트폰 들고 통화하는 모습을 보면 아직 우리나라 노인들은 ‘배가 부르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심지어 쥐꼬리만한 국민연금으로 근근이 생활하는 여성노인 가운데 최신형의 기종이 나올 때마다 멀쩡한 기기를 바꾸는 이도 있다. 유행 따라 사는 것보다는 실익을 따져 자기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해야 그게 바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의 올바른 삶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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