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 2조원 빅딜… 두 기업 모두 ‘핵심역량 강화’ 시너지
삼성·한화 2조원 빅딜… 두 기업 모두 ‘핵심역량 강화’ 시너지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4.11.28 13:51
  • 호수 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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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팔기로 함에 따라 재계판도의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월 26일 삼성그룹은 석유화학 부문인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과 방위산업 부문인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를 한화그룹에 넘기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 그룹간 총 인수대금은 1조9000억원이다. 삼성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인수합병계약을 체결했다.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빅딜이 두 그룹 모두에게 호기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한화는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 부문에서 국내 1위 기업으로 올라선다. 한화그룹의 기존 석유화학사업과 이번에 인수하는 삼성계열사 매출을 더하면 지난해 기준 18조823억원으로 엘지화학(17조5452억원)을 제치고 업계 1위가 된다.
한화는 지난해 방위사업 부문에서 1조184억원의 매출을 올려 국내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삼성테크윈(9635억원)과 삼성탈레스(6176억원, 지난해 기준)를 인수하면 방위사업 매출은 2조5995억원으로 늘어 1위 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1조3452억원)을 월등히 앞서게 된다.
이와 함께 자산규모가 37조원에서 48조원으로 불어나면서 민영기업 기준 재계 순위도 10위에서 9위로 한단계 오른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전혀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측면이기 때문에 그룹의 뿌리인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고 이번 인수합병의 의미를 평가했다.
삼성그룹은 이번 빅딜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기 부재에 따른 후계구도 재편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두 그룹간 빅딜은 이 회장이 쓰러진 뒤인 올해 8월 한화 측 제안으로 시작돼 삼성 측에서는 이 부회장이 본격적인 협상을 주도했다. 이번 매각도 실력이 부족한 사업을 임자가 있을 때 팔아 더 큰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삼성이 이번 빅딜로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세 자녀의 후계구도를 정리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26일 자사주 2조2000억 원 어치를 사들이기로 한 것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조치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실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해 삼성전자로선 이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꾸준히 자사주를 늘려 이 부회장에 대한 우호 지분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을 기점으로 삼성그룹의 핵심 주력사업은 전자·소재와 의료기기·바이오 두 가지로 압축된다. 삼성은 경쟁력 떨어지는 업종을 과감히 정리하고 매각대금을 활용해 주력사업 분야에서 새로 인수합병할 회사를 찾겠다고 밝혔다.
한화의 인수자금 마련도 관심거리다. 한화그룹은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할 때 중도금을 마련 못해 인수를 포기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추후 인수하는 회사의 경영성과에 따라 삼성측에 1000억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돼 있어 한화가 지불해야 할 액수는 총 2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한화는 인수자금 마련은 어렵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가 삼성테크윈 인수금을 2년에 걸쳐 나눠내고, 삼성종합화학 인수금은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함께 3년에 걸쳐 나눠 낼 계획이어서 큰 부담이 없다.
한화는 내년 상반기 안으로 인수가격을 정산한 후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인수대금 마련이 순조롭더라도 한화가 넘어야 할 복병은 또 있다. 이번 빅딜이 임원들조차 잘 알지 못할 만큼 비밀리에 추진됐기 때문에 인수기업 직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아침에 소속회사가 바뀐 직원들이 안아야 할 배신감과 상처는 핵심 인력 이탈로 이어져 한화가 빈 껍데기만 인수하는 꼴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번 빅딜은 삼성이 자발적으로 비주력사업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그간 재계가 보여온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구조조정 방식에 칼을 들이댔다는 평가다. 사업이 위기에 빠지기 전에 팔아치운 삼성은 주력사업에 모든 핵심역량을 집중시켜 탄탄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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