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갑작스런 복통… “당직병원 가세요”
한밤중 갑작스런 복통… “당직병원 가세요”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4.12.05 13:57
  • 호수 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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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요일별로 동네 병의원·약국들이 돌아가며 운영
▲ 동네 병의원이 문을 닫은 심야에 갑자기 아플 때는 119에 전화해 당직병원을 물어보거나 중앙응급의료센터 인터넷 사이트(www.e-gen.or.kr)에서 찾아보면 된다.

국번없이 129나 119로 전화하면 당직병원 안내
경기도, 뇌졸중 등 위급환자 위해 ‘골든타임존’ 운영

최 어르신(70)은 일주일 전 황급했던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난다. 세살배기 손주가 갑자기 열이 올라 들쳐 업고 뛴 것이다. 밤 9시가 넘은 시각이라 동네 병원은 모두 문을 닫았고 운영하는 병원이 있다고 해도 어딘지 모른다. 급한 대로 택시를 불러 30분 거리에 있는 큰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하지만 응급실은 대기 환자로 포화상태다. 칭얼대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몇 시간을 기다렸는지, 집에 돌아오니 벌써 동이 틀 무렵이었다. 아이는 다행히 열이 내리고 큰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어린 손주가 언제 또 아플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공연히 가슴이 조여 왔다. 맞벌이 하는 둘째딸 아이 봐 주기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응급실은 증상이 심각한 환자를 우선 치료하기 때문에 먼저 왔다고 해도 생명이 위독한 경우가 아니라면 10시간 대기는 각오해야 한다. 평일 낮 시간대 한 시간에 평균 90명의 환자가 오는데 일요일 저녁에는 400명이 넘는 환자가 몰린다. 치료비도 야간 시간대 응급실은 일반 소아과보다 3배 이상 비싸다.
이런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1년 365일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소아과 병원이 전국 6개 시도에서 운영중이다. 명절이나 야간·휴일 등에 진료를 보는 병원도 당직제로 지정된다. 평소 가까운 지정병원을 미리 알아두면 응급할 때 당황하지 않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연중 무휴 24시간 운영 ‘달빛 어린이병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30%가 어린이다. 소아환자는 대부분 열이 나는 등 가벼운 질환이지만 밤에 문을 여는 병의원이 없어 보통 응급실을 이용한다. 위험한 증상이 아닌데도 야간과 휴일에 응급실을 방문하면 대개 오래 기다려야 하고 진료비도 3만5000원가량으로 평일보다 비싸다. 병원도 중증 응급환자를 진료해야 할 의료진이 경증 소아환자를 위해 대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매일 밤 늦게까지 문을 여는 ‘달빛 어린이 병원’ 9곳을 지정해 지난 9월 1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부산과 대구, 경기와 전북 등 전국 9개 병원이 지정됐고 정부와 지자체가 절반씩 병원 한 곳당 월평균 15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대부분 평일에는 자정까지, 주말이나 휴일에도 밤 10시까지 진료를 본다. 다만 6개 시도를 제외한 서울과 수도권에는 이런 병원이 없어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정부는 9개 병원 시범운영이 끝나는 대로 점차 야간 운영 소아과 지정병원을 늘려갈 계획이다.
중증 소아환자만 집중 치료하는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도 확대된다. 국내 대형병원 응급실에 응급 소아환자 전문인력이 24시간 대기하고 소아 전문 의료장비를 갖춘 소아전용응급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지자체에서 참여할 기관을 신청하면 그 중 골라 지정할 계획인데 이 역시 시범사업으로 작은 규모에서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달빛어린이병원은 부산성모병원·온종합병원, 대구 시지열린병원·한영한마음아동병원, 경기 성세병원, 전북 다솔아동병원, 경북 포항흥해아동병원·김천제일병원, 경남 김해중앙병원 등이다.
소아과가 아니더라도 동네 병의원들과 약국들은 야간, 휴일에 돌아가며 문을 여는 당직의료기관 제도를 일찌감치 이행하고 있다. 시군구별 지자체가 지역의사, 약사회와 협의해 지정하며, 동 단위로 평균 병원 1곳과 약국 2곳이 순번을 정해 휴일에 문을 열거나 늦게까지 운영하는 것이다.

동네 병원·약국, 순번제로 문 열어
강원 정선군은 11월부터 한국병원을 당직의료기관으로 지정해 24시간 응급실을 운영중이다. 이에 따라 정선읍 지역 약국 중 1곳은 매일 오후 9시까지 당번제로 운영한다. 응급의료기관으로는 근로복지공단 정선병원을 지정해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다.
경상북도 군위군은 10월 1일부터 군위보건소를 당직의료기관으로 지정했다. 야간 및 공휴일에 진료를 하는 당직병원으로 공공기관을 지정하기는 국내 처음이다. 군위군민들은 밤중이나 일요일, 공휴일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군보건소 당직진료실로 접수하면 된다. 경미한 질환은 주사 등 간단한 처치와 1일분의 약을 바로 처방해 준다. 교통사고, 심혈관 질환 등 중증 또는 위급환자는 119안전센터와 연계해 바로 상급병원으로 이송 조치한다. 군은 군 보건소를 당직의료기관으로 바꾸는 데 2억3000만원을 들여 의료장비와 시설, 약품, 인력 등을 보강했다. 현재 군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일반의 공중보건의사 10명과 간호사 3명, 보건인력들이 순번제로 24시간 근무를 서며, 진료비도 1100원으로 부담이 없다. 특히 만65세 이상은 전액 무료다.

편의점서도 소화제 등 비상약 판매
휴일지킴이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에는 편의점을 이용하면 된다. 2012년 11월부터 일반의약품 중 안전상비의약품의 약국외 판매가 허용됐다. 대부분 편의점에서 감기약, 해열진통제, 소화제, 파스 등 안전상비의약품을 비치, 판매하고 있다.
휴일지킴이 약국은 지역의 여러 약국들이 모여서 요일별, 날짜별로 당번을 정해 서로 번갈아가며 운영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확인해야 한다. 대한약사회는 동네 당번약국을 찾을 수 있는 인터넷사이트 ‘휴일지킴이 약국(www.pharm114 .or.kr)’을 운영중이다. 이곳에서 ‘연중무휴약국’과 ‘휴일 당번약국’을 찾을 수 있다. 원하는 약국을 마우스로 클릭해 거주지와 날짜 등을 입력하면 된다. 지역별 당번약국이 있다면 반드시 전화로 운영여부를 확인하고 방문한다.
명절 등 긴 연휴에는 당직병원을 대대적으로 운영한다. 응급한 상황이 아닌데도 덮어놓고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연휴 시작 전 지자체별로 당직병원을 정해 놓는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전국 549개 응급의료기관과 응급의료시설이 평소와 같이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보건소를 비롯한 국공립 의료기관은 민간 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연휴 동안 진료를 계속했다.
시민들이 무작정 대형병원 응급실만 찾는 것은 큰 병원 선호경향보다는 당직병원 정보가 부족한 때문으로 보인다. 전국 시군구는 연휴 시작 전 시군구 홈페이지와 보건소 홈페이지에 연휴기간 중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과 약국을 게시하고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운영한다. 하지만 몇 년째 큰병원 응급실만 북새통을 이루는 것은 대부분의 시민들이 당직병원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동네 당직병원도 문 여는 날짜나 시간이 달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야간·휴일 진료기관의 위치, 진료시간 등 상세한 정보는 보건복지콜센터(국번없이 129), 소방방재청 119구급상황관리센터(국번없이 119)로 전화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e-gen.or.kr) 홈페이지, ‘응급의료정보제공’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야간 휴일 병의원 정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중앙응급의료센터(www.e-gen .or.kr)에 접속하면 당직병의원 및 약국뿐 아니라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응급실, 소아야간진료병원을 검색할 수 있다.

분초 다투는 응급상황엔 ‘골든타임존’
가벼운 질환은 병원 약국이 문을 여는 다음날 아침까지 참아도 큰 위험은 없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찾아와 생명을 위협하는 뇌졸중 같은 질환이라면 위급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공휴일, 야간 등 의료취약시간대에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다가 위험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골든타임존 병원’을 지정했다.
골든타임은 응급환자의 생사를 가르고 장애를 방지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초기 시간이다. 해마다 17만명의 중증 응급환자가 최소 한번 이상 병원간 이송을 경험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응급수술과 시술 등 치료는 한번 병원을 옮길 때 4시간, 두 번 이상 옮기면 최고 14시간 이상 늦어진다. 경기도는 응급환자가 병원을 빨리 찾도록 도 전역을 4개 권역으로 묶어 응급실을 갖춘 의료기관 60곳 중 절반인 30개소를 질환별 당직의료기관으로 선정해 지난 11월부터 운영중이다.
이들 30개병원이 도의 지원을 받아 치료하는 병은 응급질환 중 중증에 해당해 빠른 수술과 시술이 필요하거나 의료수가가 낮아 일반 병원이 치료를 꺼리는 뇌출혈이나 폐색전, 중증외상 등 11개 질환이다.
응급환자 발생시 보호자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나 보건복지부 콜센터 129)에 전화하면 적당한 병원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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