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적공간의 3분의 1을 이웃과 공유한다면…
내 사적공간의 3분의 1을 이웃과 공유한다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4.12.19 14:05
  • 호수 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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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적 주거 공동체’ 전
▲ 9개 팀은 협력적 주거 공동체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김용관

‘내 집’과 ‘이웃집’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다양한 생각들
공동창고, 공유주방 등 만들어 사라진 이웃간 情 재건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최 모 씨(62)는 요새 옆집과 아랫집에 사는 주민 때문에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 옆집 주민은 최 씨가 틀어놓은 TV소리가 너무 커 수험생인 자녀에게 방해가 된다고 이틀 걸러 한번 꼴로 항의를 하고 아랫집 주민은 최 씨의 발소리 때문에 신경이 거슬린다며 툭하면 경비실에 민원을 넣고 있다. 최 씨는 예전에는 이런 일은 없었다고 한탄하고 있다.
9개 팀의 건축가들이 모여 점점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는 주거 공간에 대해 생각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시립미술관 프로젝트 갤러리에서는 ‘협력적 주거 공동체’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협력적 주거 공동체’란 ‘내 공간의 3분의 1을 이웃과 공유하자’라는 슬로건 아래 내 살림과 옆집 살림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것을 말한다. 전시회에서는 독립적이면서 고립되지 않은 주거 공동체의 아이디어들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 비율은 26%. 2인 가구까지 합친 비율은 올해 이미 전체 가구의 절반(52.7%)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설계한 아파트가 헐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이웃 간 소통이 단절돼 층간소음 등으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등 사회적 문제도 야기되고 있다. 전시에 참가한 건축가들은 집의 일정 부분을 공유하면 공동체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경란‧이진오‧김수영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 QJK는 ‘아파트멘트’를 통해 ‘주거공간=사적공간’이라는 등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QJK는 주택법이 개정돼 아파트 세대 간 구획 방식 완화와 세대 내부에 공동 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LH공사 84㎡ 아파트를 변형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가족 공간을 축소해 운동실, 공부방, 공동창고, 공유주방, 명상실 등으로 꾸민 이 아이디어는 다채롭고 풍요로운 생활뿐만 아니라 단절된 이웃 간의 정도 회복할 수 있도록 했다.
황두진 건축가는 ‘녹생의 공극 : 입체적 도시 영농’을 통해 아파트 내 영농법을 한 독신남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공간이 남지만 임대하기도 여의치 않자, 이 남자는 아예 공간 일부를 외부화해 도시농업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자기가 살 영역만 남기고 나머지는 경작지, 사랑방, 세미나실 등으로 꾸민다.

▲ 프로젝트팀 QJK가 제안한 ‘아파트멘트’. 중앙에 공동 공간이 인상적이다.

대안 주거 공간의 핵심은 ‘공유’다. 공간의 공유는 자원을 나눠 장기 불황을 견디는 방책이자, 공동체를 복원하는 방식이다. 조남호 건축가는 목재 프레임을 활용해 거주자 스스로 주거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수직마을’을 제안하고 이를 ‘수직마을 입주기’라는 가상의 이야기로 꾸몄다. 100가구로 구성된 이 마을은 3분의 2의 개인 영역과 3분의 1의 공유 영역으로 이루어진다. 개발운영비, 금융비용, 개발이익을 제외해 주변 시세의 60%로 집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조재원 건축가는 ‘우연한 공동체의 집’을 통해 확장된 주거공간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 서울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운영되고 있는 방(통의동집), 서재(국민도서관), 주방(쫄깃센터, 집밥), 드레스룸(열린 옷장), 공부방(위즈돔) 등을 하나의 상품으로 엮어 집은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서 벗어나 여러 공간을 하나로 묶고 이를 공유하도록 만들었다.
9개 팀의 건축가들이 제시한 아이디어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함께 아이를 키우는 주거 공동체(성미산 소행주, 부산 일오집),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협동조합형 임대주택(가양동 육아형, 만리동 예술가형, 천왕동 여성형) 등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이러한 주거 공동체는 임대료나 집값을 줄여주기도 하지만 공동체라는 울타리 안에서 누리는 위안, 공유를 통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해준다. 집으로 인해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전시회를 통해 집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전시는 2015년 1월 25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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