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3苦로 외롭고 힘들겠지만…”
“독자 여러분, 3苦로 외롭고 힘들겠지만…”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01.05 09:13
  • 호수 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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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실화다. 그것도 눈물겨운 우리들의 얘기다.
최근 뉴질랜드 영주권을 가진 친지로부터 뉴질랜드 복지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 나라는 도시를 새로 건설할 때 3가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시내 중심부에 짓는다고 한다. 도서관, 박물관 그리고 노인요양시설이 그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너무 아렸다. 우리나라와 비교돼서다.
우리나라와 국민소득이 비슷한 수준의 뉴질랜드는 우리 눈높으로 보기엔 생활하기가 몹시 불편한 나라다. 먼저 거리의 신호등을 찾아보기 힘들다. 신호등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다. 밤거리는 어둡기만 하다. 가로등은 있지만 켜지 않아서다. 이 친지는 비가 오는 날은 운전대를 아예 잡지 않는단다. 차선이 우리나라에 비해 가늘고, 오래돼 페인트가 떨어져 나가 잘 보이지 않아서다. 정부는 시민의 고충을 익히 알고 있지만 복구공사를 서두루지 않는다.
모든 행정은 느리기 짝이 없다. 여행을 떠나려면 한 달 전부터 여권 등을 준비해놓아야 한다. 운전면허도 마찬가지다. 모든 서류절차가 우편을 통해 진행된다. 여권의 경우 구비서류를 작성해 시청에 우편으로 부치면 집으로 새 여권을 보내오는 식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는 여권이나 운전면허증을 만드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심지어 갱신은 반나절 만에도 가능하다. 왜 그런가. 공무원이 많아서이다. 사람이 많으니까 그리 서두르지 않아도 될 일을 나눠서 빨리 끝내는 것이다.
도시를 새로 건설하는 경우를 보자. 아파트부터 후다닥 짓고 학교 등 공공시설과 대중교통체제는 나중에 만들어 입주자들에게 불편과 고통을 안겨준다. 신도시를 그만큼 많이 만들었으면 개선될 만도 한데 여전히 구태를 반복해 주민들이 데모를 하는 등 난리법석의 통과의례를 거친다. 도서관? 박물관? 꿈도 꾸지 말라. 노인요양시설을 가장 좋은 곳에다 짓는다? 당장 집값 떨어진다며 주민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설 것이다.
그렇다면 뉴질랜드는 우리보다 후진국이라 가로등도 잘 켜지 않고 여권 갱신에 긴 시간이 걸리는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 나라는 우리보다 자원도 풍부하고 국민 의식과 지적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 기자는 친지로부터 그 이유를 전해 듣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강한 충격을 받았다.
뉴질랜드는 절약을 위해 국민 전체가 불편하고 답답한 생활을 견딘다는 것이다.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자동차 전조등에 의지하고, 페인트 등 공사비와 인건비를 덜 쓰기 위해 차선을 좁게 그리고 복구도 더디게 한단다. 국민세금으로 월급 주는 공무원 수를 줄여 행정절차가 번거롭더라도 대부분 불평하지 않고 수긍한다.
친지에게 “그렇다면 국민 전체가 아끼고 아낀 돈을 국가는 도대체 어디다 쓰는가”하고 물었다. 친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노인복지에다 쓰지. 그 나라는 노인들에게 매달 2000달러(한화 약 170만원)씩 줘. 부부의 경우 4000달러를 받아. 그 돈으로 여행 다니고 편히 지내. 여권 그거 빨리 나와서 뭣해. 여행 가는데 한 달 전부터 준비하는 거 당연하잖아.”
그날 친지가 들려준 마지막 말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눈으로 보는 듯 해 가슴까지 설레게 했다.
“뉴질랜드는 말이야, 원래 그 땅에 살던 원주민들의 땅을 자기들이 현재 빌려서 사용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그래서 마오리 족들에게 대여료 같은 걸 주지.”
백세시대 독자 여러분, 가난, 질병, 외로움 등 3苦로 눈물 나도록 외롭고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뉴질랜드 같은 멋진 나라가 될 거라는 희망을 놓지 마시고 건강 챙기시고 복 많이 받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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