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족법과 미풍양속
[기고] 가족법과 미풍양속
  • 박영선
  • 승인 2007.04.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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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영 대전시노인연합회 노인지도자대학장

제목과 걸맞지 않는 듯한 조금은 생뚱맞은 얘기를 먼저 화두로 적는다. 그러나 글 내용의 역사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제3의 물결’이라는 저서에서 인류역사 변천을 3단계로 나누어 설명했다.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것은 지금부터 약 500만년 전쯤이라 한다. 그런데 그 인류역사 전체 기간 중 거의 대부분이 농경문화를 주종으로 하는 시대였고, 이 기간을 ‘제1차 파도시대’라 정의하고 있다.

 

이어 영국의 제임스 와트(James Watt)가 1756년 증기기관을 발명해 이른바 산업화를 이룬 이후의 200여년을 ‘제2차 파도시대’라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날의 컴퓨터 시대를 ‘제3차 파도시대’라고 일컬었다.

 

느슨한 사회변화의 속도 속에서 모든 것이 어제가 오늘이고, 또 오늘이 내일이었던 농경시절을 잔잔한 1차 파도 시절이라 부르는 것은 그럴듯하다. 그러나 요즘에는 파도가 커짐에 따라 많은 것이 변했고, 모든 것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고 가치관의 혼돈이 없던 그 시절이 어쩌면 그립기도 하다. 그 시절에는 특별한 법 없이도 마을의 원로나 장로들에 의해 사회질서가 유지될 수 있었다. 이는 1960년대까지의 우리나라 상황과도 유사하다. 그 당시 사람들은 성숙된 가정과 가족의 개념 아래 집단 내의 질서와 권위가 잘 정리된 미풍양속을 바탕으로 사회를 지켜갔다.

 

산업 사회로의 진입은 특히 가정의 여성들을 가사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했고, 바깥 사회로 나갈 수 있는 여성 해방시대를 열어주는 동기가 됐다. 여기에 더해 최근 IT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한 세계적인 정보화 물결은 사회환경 변화와 가치관의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정에서도 부부의 역할 분담이 재정립되었고, 전통적인 가정의 의미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전통적 핵심 어젠다(agenda)였던 ‘미풍양속’이란 말은 이제 고리타분한 구시대 유물이 된 듯하다. 진보적인 정부에서는 최근 인권이 어떻고, 사실혼이 어떻고 하며 새로운 가족법을 만들겠다고 야단법석이다.

 

아직도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호주제 폐지 문제라든가,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가족정책기본법 등은 평등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전통 미풍양속인 가족과 가정의 의미를 크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어 걱정이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역사는 정반합이라는 상호작용과 반작용 과정을 거치면서 가치 정립에 의해 발전한다’고 말했다. 진보라는 명분 아래 우리 사회가 너무 좌측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한 시대의 오류로 인해 훗날 우리들에게 업이 될지도 모를 일을 모사하는 것은 심사숙고 하고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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