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의 작가 日 다자이 오사무 전집 완역
‘인간 실격’의 작가 日 다자이 오사무 전집 완역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1.05 10:17
  • 호수 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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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외에 수필집까지 묶어 총 10권 발간

가와바타 야스나리 등과 함께 20세기 일본 근대문학 대표하는 작가
편지·대화록·평전서 발췌한 내용도 엮어 작품세계 입체적으로 접근

태어날 때부터 다른 ‘인간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주인공 ‘요조’는 인간 세계에 동화되기 위해 스스로 익살꾼을 자처하며 노력하지만 번번이 좌절한다. 결국 마약에 중독돼 만나는 여자들과 거듭 동반 자살을 기도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여자만 죽고 계속 혼자 살아남은 요조는 마지막 희망이었던 본가로부터 절연을 당하고 외딴 시골집에서 쓸쓸히 죽음만을 기다리는 ‘인간 실격자’가 된다. 1948년 6월, 일본 잡지사 ‘전망’에 실린 소설 ‘인간 실격’의 줄거리다.
이 소설의 저자인 다자이 오사무(사진)는 자신의 작품에 쏟아질 찬사를 확인하지도 못하고 소설이 발표되기 얼마 전 요조처럼 내연녀와 동반자살을 시도한다. 요조는 계속 실패했지만 다자이는 끝내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다.
실의와 허무에 빠진 청춘들의 삶을 그렸던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의 전집이 국내 번역진에 의해 처음으로 완간됐다.
‘도서출판 b’가 지난 2011년 전집 발간을 기획하고 2012년 1권 ‘만년’을 발표한 후 2년 만에 완간된 것이다. 총 10권으로 기획된 전집에는 다자이가 쓴 모든 작품이 수록됐다. 소설은 발표 순서에 따라 500쪽 내외의 분량으로 묶여 발간됐다. 이렇게 묶인 소설은 다자이의 첫 소설집인 ‘만년’부터 자살하기 직전에 탈고한 장편 ‘인간 실격’까지 총 9권이다. 마지막 10권 ‘생각하는 갈대’는 다자이가 24세인 1933년부터 ‘무사시노 다마가와 상수원’에 몸을 던진 해까지 쓴 수필을 모았다.
다자이 오사무는 노벨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 할복자살한 ‘금각사’의 저자 미시마 유키오 등과 함께 20세기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특히 전쟁 후의 몰락한 귀족 가문을 그린 ‘사양’과 ‘인간 실격’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말년 작품들은 패전 후 실의와 허무에 빠진 당대 젊은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누적판매 1000만권을 돌파하는 등 선풍적 인기를 누렸다.
이번에 완간된 전집은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눈에 띈다. 각 권마다 권말에 붙여 놓은 해설은 저자의 작품은 물론 편지, 대화록, 평전, 전기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더해 다자이의 부인과 딸‧편집자‧선후배의 진술 등으로 작품을 부연하고 있다. 또 작품 속에 토막으로 등장하는 시나 노래가사, 하이쿠(俳句), 이에 대한 사연 등등 정확하고 풍부한 자료를 끈질기게 추적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다자이의 면모를 밝히고 있다. 이외에도 각 개별 작품에서는 저자의 저술 당시 상황이나 심경, 저자가 영향을 받은 사람들과의 일화, 회고, 관련 저작 등을 소개하고 또 필요한 곳곳에 주석을 덧붙였다.
다자이를 좋아하는 독자는 이번에 국내에 처음 소개된 10권 ‘생각하는 갈대’를 읽어보면 좋다. 1~9권과 달리 다자이가 쓴 수필을 모아놓은 ‘생각하는 갈대’에서는 그의 사상과 생활방식을 여과 없이 확인할 수 있다. 각각의 수필은 대부분 짤막짤막하고 신변잡기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수필은 소설과 달리 작가의 말도 날것’이라는 다자이의 표현대로 그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밀려 아쿠타가와상 차석에 그쳐 울분하는 모습과 어린 시절 헤어진 친구와 다시 만나 술에 취하고는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고 후회하는 모습 등에서는 그도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폐결핵 등 지병으로 펜을 쥘 힘도 없는 상황에서 당시 가장 영향력 있던 작가 시가 나오야를 향해 공개적으로 비난을 하는 모습에서는 문인으로서의 절개와 자긍심이 엿보인다. 이처럼 ‘생각하는 갈대’는 다자이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설명서 역할을 충실히 한다.
다자이는 암울한 현실보다 더 우울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을 그려 허무와 방황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작품들은 방황하던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돼 줬다. 전집에서는 우울하고 염세적인 작가로만 알려졌던 다자이의 유쾌하고 철학적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지금 삶이 흔들리고 있다면 다자이의 작품을 통해 길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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