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손주가 한집에 사는 세상
할아버지·손주가 한집에 사는 세상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01.16 11:11
  • 호수 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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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이 사망한 지 6개월 만에 이웃에 의해 발견된다. 귀한 집 아이가 유치원에서 보육교사의 화풀이에 희생양이 된다. 신혼부부가 셋집을 찾느라 동분서주하고 날이 갈수록 전셋값이 치솟는다. 해답은 없을까.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 조상들이 해오던 대로 하면 된다. 바로 대가족제이다. 노부모와 아들·며느리가 따로 살지 않고 한집에 거주하면 요즘 골머리 앓는 사회 문제 중 상당수가 해결된다. 같이 살면 시신이 몇 달째 방치되는 일도 없고, 아이가 타인에게 죽을 정도로 두들겨 맞을 일도 없으며, 전셋집을 전전할 필요도 없다.
노부부는 서로 눈치 보며 살기 싫으니 따로 나가 살라고 자식들을 내보내려 한다. 개인주의적·이기주의적 발상이다. 자식들은 힘든 세상 자기 몸 하나 돌보기 힘든데 어떻게 부모까지 모시겠느냐고 경제력을 핑계 댄다. 무책임·반윤리적 태도이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 “네가 어떻게 살던 내 알바 아니다”는 식의 ‘모르쇠 세상’이 돼버렸다.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바꿔야 한다. 삶의 근본적 자세에서부터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변해야 한다. 가족이 함께 사는 걸 ‘눈치 본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물론 한집에서 2,3세대가 함께 살면 늘 시끄럽고 사적인 공간도 없어지고 복잡한 일에 얽혀들기 마련이다. 할아버지가 아프면 같이 병원에 가주어야 하고 손주를 학교까지 바래다주어야 하며 며느리 생일이 다가오면 선물도 준비해야 한다. 부부싸움 하면 말려야 하고 급전이 필요하다면 아끼던 비상금도 털어줘야 한다. 혼자 또는 단둘이 조용히 살면 이런 일들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삶이란 그런 게 아니다. 얽히고설켜 하나가 돼 뒹구는 게 인생이다. 이걸 귀찮아하고 서로에게 피해주고 간섭한다고 여긴다면 그건 가족이 아니라 남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수치스런 통계도 같이 살면 단계가 훨씬 낮아질 것이다. 노인은 생활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 생활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비가 들어가지 않아서다. 옷, 가구를 새로 살 일이 거의 없다. 겨우 점심값·담배값 정도다. 물론 큰 병을 앓고 있다면 사정이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노인은 돈 쓸데가 많지 않다. 기초연금 받는 노인 대부분은 “노인이 맛있는 걸 사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느냐”며 “20만원은 큰돈이다”고 말한다.
함께 살면 집 걱정 할 필요도 없다. 요즘 노인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때가 되면 집은 자식에게 넘어간다. 그런 이유로 앞으로는 집이 남아돌아 굳이 살 필요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같이 살지 않는다면 부모 따로 자식 따로 집을 가져야 해 경제적 수렁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노부모가 자녀 양육도 도와주니 아이를 낳지 않을 수 없다. 국가가 나서서 애 낳으라고 채근하지 않아도 된다. 거주 공간· 자녀양육 등 젊은 부부의 딜레마가 단칼에 해결돼 결혼 후 남을 건지 나갈 건지 잘 따져봐야 한다.
누구나 혼자 살면 춥고 외롭다. 그러나 같이 살면 그럴 시간조차 없다. 얘기를 들려주고 들어주고 참견하고 말리고 간섭하다보면 하루가 짧다. 고독감·외로움·상실감 따위를 느낄 겨를이 없다. 노인이 외로움에 자살한다는 말이 무색해질 것이다.
100세시대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를 넘어 2018년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노인들이 길거리에 차고 넘친다. 이들이 뿔뿔이 흩어지면 돈은 돈대로 더 들고 사회문제는 더 늘어난다. 국가에서 반강제적으로 몰아갈 필요가 있다. 핵가족에게 행정·세제·복지 등에 불이익을 주는 대신 대가족에게는 반대로 혜택을 주는 식이다.
우리는 무상급식·무상보육·출산장려 등에 천문학적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지난해 무상급식·무상보육에 13조원을 썼다. 이걸 가칭 ‘1·3세대 한집 살림’ 정책에 쏟아 부으면 어떨까.
국민소득과 개인의 실질적인 생활수준이 따로 노는 이 힘겨운 시대에 한번쯤 깊이 연구해볼 대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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