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갱 한 개를 1만원에 파는 ‘우주여신’
양갱 한 개를 1만원에 파는 ‘우주여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1.16 11:12
  • 호수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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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든 믿지 않든 신(神)은 인간에게 크나큰 기적을 행사하는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신이 어느 날 인간 앞에 나타나 “내가 유기농 팥을 이틀간 쒀서 만든 양갱을 너에게만 특별히 한 개에 1만원에 파는 은총을 내리겠다”고 말한다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황당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얼마 전 해체를 선언한 여자그룹 ‘쥬얼리’의 전 멤버였던 조민아는 최근 서울 구로구에 빵집을 개업했다. ‘우주여신 조민아 베이커리’라는 다소 낯간지러운 간판을 내걸고 제빵사로서 삶을 살아가겠다는 당찬 선언을 했다. 가수로 살다가 빵을 구우며 제2의 인생을 살겠다는 각오는 좋다.
그런데 문제는 빵값을 황당하게 책정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1월 12일 인터넷은 ‘조민아 1만원 양갱’ 사건으로 뜨거웠다. 조민아 베이커리에서 양갱 12개들이 한 상자를 12만원에 팔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것이다. 문제의 빵집을 방문한 사람이 올린 이 글에는 사진도 함께 게시됐는데 사진에는 12만원짜리 양갱을 특별할인 해 9만원에 판다고 표기돼 있었다.
물론 가격을 책정하는 건 판매자의 권리이다. 당사자는 유기농 팥을 이틀 동안 직접 쒀서 판매하기 때문에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뜻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기자도 몇 해 전 우연히 양갱을 만든 적이 있다. 서울 종로구 방산시장에서 양갱틀과 팥앙금 등을 구매해 직접 만들었는데 문제의 빵집에서 판매한 것과 모양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앙금을 틀에 붓고 굳히기만 하면 되는 손쉬운 작업이었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화과자나 양갱에서는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화려한 모양을 보고 있기만 해도 절로 군침이 돈다. 하지만 문제의 빵집에서 판매한 건 이런 ‘장인의 손길’은 찾아 볼 수 없음에도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최고가 양갱보다 2~3배 이상 비싼 값을 받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연예인의 지위를 이용한 상술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1월 14일 KBS 개그콘서트의 ‘만수르’라는 코너로 큰 인기를 얻었던 코미디언 송중근의 선행이 알려졌다. 췌장암 말기 가족의 사연을 듣고 작은 이벤트와 함께 마지막 추억을 담으라는 의미에서 사진기를 선물한 것이다. 코미디언의 선행과 대조적으로 노래로 감동을 줘야할 가수가 ‘코미디’를 연출하는 현실에서 씁쓸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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