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에겐 ‘양=염소’ 옛그림으로 확인
우리 조상들에겐 ‘양=염소’ 옛그림으로 확인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1.16 13:30
  • 호수 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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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행복을 부르는 양’ 展

‘좋은 운수’의 상징… 남남서쪽 지키는 방위신이기도
깃발·해시계·솥·문학작품 등 양 관련 자료 76점 전시

▲ 모피로 된 모자와 옷을 걸친 동자가 희고 큰 양(염소)의 등에 탄 모습을 그린 기양동자도.

염소가 양(羊)이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일지도 모른다.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가 양하면 흔히 떠올리는 면양(綿羊)은 염소, 즉 산양(山羊)과는 생물학적인 계통을 따지자면 직계가족은 아니고 먼 친척뻘 쯤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양’은 산양과 면양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쓰여 왔다.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은 2015 을미년을 맞아 우리나라 문화에 남아 있는 양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월 23일까지 진행되는 ‘행복을 부르는 양’ 전에서는 ‘십이지신도(十二支神圖)’, ‘기양동자도(騎羊童子圖)’, ‘양석(羊石)’, ‘양정(羊鼎)’과 근현대 문학작품 등 총 76점의 자료가 소개된다.
양은 유목문화에서 더 익숙한 동물로 농경문화인 우리나라에서 20세기 이전에는 거의 볼 수 없었다. 따라서 우리 문화에서 말하는 양은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면양의 모습이 아니라 산양이나 염소이다. 양의 외형과 습성, 생태는 상(祥)‧선(善)‧미(美)‧희(犧)처럼 좋은 의미의 글자에 반영됐고, 이러한 특성들은 상징화 돼 우리 생활문화 속에 길상(吉祥)의 소재로 등장했다. 전시 도입부에서는 면양, 산양, 염소에 대한 개념과 특성을 양모양 장신구 등의 자료로 설명하고 있다.
본 전시는 ‘1부 십이지(十二支)동물의 양’, ‘2부 길상(吉祥)을 담은 양’, ‘3부 생활 속의 양’으로 구성된다.
양은 남남서(南南西)쪽을 지키는 방위신이자 오후 1시~3시를 가리키는 시간신이다. 전시에서는 다양한 십이지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다. 세종대의 천문학자 이순지가 그린 ‘천문륜초’, 조선 후기 제작된 ‘해시계’ 등은 십이지에서 양의 역할을 알려준다. 특히 ‘인조국장도감의궤 반차도’에 그려진 여러 깃발 중 정미기(丁未旗)를 찾는 건 전시의 색다른 재미이다.
정미기란 국가행사에 쓰인 깃발의 하나로 깃발 위쪽에 신의 형상, 가운데에는 액을 막아주는 부적, 아래쪽에는 양머리가 그려져 있는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 양을 삶는데 사용했던 솥인 ‘양정’

2부에서는 양에 담긴 의미와 상징성을 알려주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동자가 흰 양을 타고 있는 ‘기양동자도(騎羊童子圖)’, 왕실 제사에 사용하는 ‘양정(羊鼎)’ 등 길상의 의미를 지닌 양에 관한 자료를 볼 수 있다. 조선 후기 그려진 기양동자도는 흰 양을 타고 두 마리 양과 함께 가는 동자를 그린 것인데 앞서 말했듯 여기에 그려진 양은 산양인 염소이다. 양정은 조선시대 국가제사 때 희생용으로 삶은 양을 담았던 솥 형태의 제기로 아랫부분의 양머리로 된 다리가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생활 속의 양’에서는 피천득의 시 ‘양’을 비롯해 근현대 문학작품, 양털저고리와 각종 생활소품 등 생활 깊숙하게 자리 잡은 양의 이미지와 쓰임새를 볼 수 있다. 한국 근대문학에서 양의 상징은 부드러움이다. 하얀 털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러움은 정다움‧평화‧여성성등 다양한 상징으로 표현된다. 전시회에서는 피천득의 시 뿐만 아니라 이규원, 장만영, 윤흥길의 작품에서 나타난 다양한 양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양털을 이용해 만든 저고리, 토시, 조끼 등은 지금은 흔히 볼 수 없어 참신한 느낌을 전해준다. 또 지난 을미년이었던 1955년 ‘을미월력’(대한화재 해상보험 주식회사 제작)은 한장에 12개월을 표기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울러 이번 전시는 양에 대한 자료뿐만 아니라 “양의 탈을 쓴 이리” 같은 속담과 ‘양두구육(羊頭狗肉)’ 등의 사자성어, 양띠해에 태어난 인물, 양띠해 주요 사건 등을 소개하며 양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총정리하고 있다. 관람료는 무료.

▲ 정미기. 위쪽에는 부처가, 아래쪽에는 양머리가 그려진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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