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프랑스 귀족의 장식예술품에 반하다
18세기 프랑스 귀족의 장식예술품에 반하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1.16 13:33
  • 호수 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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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일상의 유혹’전
▲ 18세기 귀족들이 실제 거주하던 공간을 그대로 재현해 당시 생활상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사진은 '살롱 드 콩파니'를 재현한 방의 전경.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쇼윈도 안에 옛 침실‧드레스룸‧화장실 등 거의 완벽한 재현
책상‧의자‧장식장 등 소품에서 프랑스 장인정신 엿볼 수 있어

18세기 프랑스 파리의 한 귀족 저택.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시민들의 목소리로 떠들썩한 거리와 달리 귀족 저택의 ‘살롱 드 콩파니’(SALON DE COMPAGNIE, 파티공간)는 고요하다. 조각한 나무에 도금을 한 부아즈리 장식과 직물에 그림을 그려 넣어 만든 대형 태피스트리가 ‘저택의 꽃’이라 불리는 살롱 벽 곳곳에 걸려있다. 귀족 지위에 맞는 실내 장식과 고급 가구를 비롯한 소품으로 가득한 살롱은 혁명으로 인해 피로 얼룩진 거리와 대조적으로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 18세기 프랑스 파리의 귀족 저택이 그대로 재현됐다. 3월 29일까지 열리는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 특별전 ‘파리, 일상의 유혹’에서는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의 대표작품 300여점이 소개된다.
앞서 소개했듯이 이번 전시는 18세기 파리의 귀족 저택과 정원을 당시 모습 그대로 되살려 놓았다. 이른바 ‘피리어드 룸’(Period Room) 방식으로 전시장을 18세기의 파리처럼 꾸몄다.
피리어드 룸이란 과거의 생활공간을 똑같이 재현한 유리방(房) 안에 다양한 유물 작품을 전시해 당대의 유물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알려주는 전시법이다. 기존의 전시들이 각각의 유물을 따로 전시해 실제 사용 방법을 등한시했다면, 피리어드 룸은 관람객들을 마치 18세기 귀족 저택을 방문한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전시장 입구를 지나치면 바둑판 무늬가 바닥에 새겨진 현관과 대기실이 먼저 ‘방문객’을 맞는다. 현관에 걸려진 세 장의 그림을 둘러보는 회색 드레스를 입은 마네킹을 보고 있노라면 금세라도 저택의 하인이 마중 나올 것만 같다.
하지만 마네킹이 사방이 유리인 방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1000㎡에 이르는 전시장 내부에 마련된 대저택이 눈에 들어오면서 규모와 화려함에 새삼 놀란다. 이어지는 침실과 살롱, 서재와 부두아(여인들의 담소 공간), 드레스룸(옷방) 등 저택 내부 공간과 외부의 정원을 넋 놓고 감상하다보면 18세기 귀족이 된 듯한 환상에 빠진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당시 제작된 ‘명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됐는지를 알 수 있는 다양한 제작도면도 만나볼 수 있다. 포크 하나를 만들기 위해 손잡이 도안을 6개나 그리는 정성과 튼튼한 마차를 만들기 위해 바퀴부터 장식에 이르기까지 정교하게 설계도를 그린 흔적에서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다.

▲ 귀족여인들이 사용하던 부채.

아울러 이번 전시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 귀족들의 실생활 흔적이 담긴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책상‧의자‧장식장 등의 가구와 가발‧의복‧시계‧지갑 등의 패션소품 뿐만 아니라 망원경‧콤파스 등의 광학도구, 화장품 등 당시 실제 사용된 소품들은 명품의 자태가 느껴질 정도로 정교하고 세밀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특히 젊은 여인들이 사용했던 검은색 비단 조각을 작게 잘라 만든 애교점과 이를 담았던 주머니는 미(美)를 추구하는 여자들의 노력이 지금과 큰 차이가 없음을 알게 해준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전옥희(여‧60) 씨는 큰 가위 형태의 고데기를 보면서 “머리가 다 탔을텐데 저걸로 머리를 어떻게 폈을까”라고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당시 여인들의 노력에 감탄했다.
일산에서 친구들과 방문한 최명림(여‧58) 씨는 “영화에서 보던 귀족 저택과 사용하던 소품들을 실제로 볼 수 있어 좋았고 특히 당시 화장실에도 비데가 있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고 감상 소감을 말했다.
전시장은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20~60대 여성들이 많았다. 이들은 저마다 휴대폰과 카메라를 이용해 전시장 곳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귀부인 놀이’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품을 설명하기 위해 구구절절히 설명을 늘어놓지 않아도 마치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듯 자연스럽게 전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는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전시는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1만3000원이며 만 65세 이상 6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 기타를 치는 여인이 그려진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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