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다돼 정신 차린 박지만, 사회에 보은할 때다
환갑 다돼 정신 차린 박지만, 사회에 보은할 때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01.23 11:17
  • 호수 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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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 외아들 박지만(57·이지그룹 회장)은 여성잡지의 단골 메뉴였다. 한 여성지 기자는 박지만 때문에 곰팡이 핀 빵을 먹기도 했다. 박지만이 교통사고를 크게 당한 후 군에서 제대해 혼자 아파트에서 지내던 시절의 일이다. 박지만은 그 무렵 마약에 절어있었고 그의 아파트에는 뭇여성들이 수시로 드나든다는 소문이 돌았다.
주부생활·우먼센스·여성중앙 기자들이 박지만을 만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몸을 던졌다. 그러나 박지만은 숨바꼭질하듯 기자들을 피해 다녔다. 곰팡이를 먹었던 여성지 기자는 당시 서울 옥수동에 위치한 박지만의 아파트 앞에 차를 주차해놓고 며칠씩 밤샘을 하기에 이르렀다. 박지만이 언제 나타날지 몰라 잠시라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급한 용무는 경비실에 양해를 구해 해결하고 식사 대신 차안에 빵을 잔뜩 쟁겨 놓고 먹었다. 때는 한여름이었다. 어느 날 밤, 빵 봉지를 뜯어 한입 베어 문 순간 시큼한 맛을 느꼈다. 그러나 온정신이 전방에만 쏠린 탓에 남은 빵을 들여다볼 여유도 없었다. 다음날 승용차 뒷자리에 돌아다니는 빵들이 모두 허옇고 퍼런 곰팡이를 잔뜩 뒤집어쓴 것을 보고서야 이유를 알게 됐다고 한다.
박지만은 몇 차례 마약 복용으로 경찰서를 들락거리다 박태준 포철 명예회장의 도움으로 삼양산업 이사로 들어가면서 낭인생활을 접었다. 삼양산업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자본금을 빌려주어 만든 회사로 포항제철에서 나온 부산물을 독점적으로 공급받아 산화철을 팔았다. 현재는 이지그룹으로 회사 이름이 바뀌었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이라 회사는 급성장했다.
박지만은 지난 2004년, 40대 후반에 16세 연하의 여성 변호사와 결혼해 자식을 낳아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다. 뒤늦게나마 가족과 사업체 모두를 소유한 그에게서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가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정윤회 문건유출사건’으로 또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박지만은 최태민 목사의 사위였던 정윤회가 제3자를 통해 오토바이로 자신을 미행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 부분은 사실무근으로 드러났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은 박지만에 대해 또 한 번 실망감을 느꼈다. 박근혜 대통령도 “관계없는 사람들을 이간질시켜서 뭔가 어부지리를 노리는 그런 데에 말려든 것이 아닌가. 그런 바보 같은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 차리고 살아야 된다”고 남동생을 호되게 꾸짖었다.
그런 박지만이 최근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쪽방촌 주민에게 쌀을 기부하는 ‘라이스버킷챌린지’에 참여해 쌀 지게를 지고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박지만은 이지그룹 임원들과 1월 20일 사회적 기업 나눔스토어와 전국쪽방상담소가 주관하는 라이스버킷챌린지 캠페인에 동참해 쌀 70kg를 기부했다. 캠페인 참가자는 쌀 30kg 이상을 직접 들거나 같은 양을 기부하면 되는데 박 회장은 이날 쌀 70kg를 들어 올려 그만큼 기부했다. 박지만은 행사를 마치고 “소외 이웃을 위한 기부 문화가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길 바란다”며 “더욱 적극적으로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고 돕는 이지그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정윤회 사건으로 손상된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해 그가 쌀 지게를 졌는지 모르겠으나 마약사범, 권력암투 관련자 등 부정적 이미지로만 각인됐던 그가 처음으로 철든 행동을 보여줘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이제 그도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다. 더 이상 부모와 누나의 명예에 누가 되는 행동을 삼가고, 그동안 사회로부터 과분할 정도로 많이 받아온 은혜와 배려에 보답할 차례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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