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에 꿈을 이룬 사람들… 도전은 계속된다
100세에 꿈을 이룬 사람들… 도전은 계속된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1.23 14:18
  • 호수 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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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꿈을 이루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

시바타 도요, 99세에 시인 데뷔해 밀리언셀러 기록
해리 리버만, 요양원서 그림 배워 101세까지 전시회

지난 2011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워터프론트 마라톤대회서 노란 터번을 쓴 한 남자가 흰 수염을 휘날리며 달리고 있었다. 이 남성이 달리기 시작한지 8시간이나 지났지만 아직 결승선은 보이지 않았다. 2003년 이 대회에 출전해 기록한 5시간 40분과 비교해도 한참이나 떨어지는 기록이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갔고 결국 결승선을 돌파했다. 기록은 8시간 11분 6초. 전문 마라토너에 비하면 형편없는 기록이지만 주변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가 터져나왔다. 사상 최초로 100세의 나이에 마라톤을 완주한 파우자 싱의 이야기다.
신간 ‘꿈을 이루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이형진 저, 황소북스)는 싱의 사례처럼 늦은 나이에 불가능에 도전한 22명의 레이트 블루머(대기만성형 사람, late bloomer)를 소개하고 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모두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일을 끄덕일 수밖에 없게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70대가 넘어서도 대기업을 이끄는 재계인사들, 80세가 넘어서도 왕성히 활동하는 송해, 이순재, 신구 같은 연예인 등 각계각층에서 노익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은 체력적으로 왕성했던 젊은 시절부터 해오던 일을 나이가 먹어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노련함으로 극복하고 있을 뿐 늦게 시작한 건 아니다. 늦은 나이에 도전해서 자신의 영역에서 자리 잡기란 쉽지 않다.
책에서는 한참이나 늦게 출발해 자신의 분야에서 신기원을 이룬 사람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책은 할랜드 데이비드 샌더스로부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의붓아버지의 학대를 받기도 했던 샌더스는 집을 나와 페인트공, 철도 소방대원, 보험 영업사원 등을 전전하다 자신만의 비법으로 만든 닭튀김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미국 켄터키에 레스토랑도 열게 된다. 주지사로부터 ‘켄터키 커널’이라는 켄터키 주 최고의 명예 호칭을 수여받기도 했지만 한 순간의 화재로 그는 모든 것을 잃는다. 이때 그의 나이 65세였다. 커널 샌더스라고 불렸던 남자의 좌우명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이후 3년간 미국 전역을 떠돌며 자신의 요리비법을 판매하러 다녔다. 그에게 돌아온 건 1008번의 퇴짜. 이에 굴하지 않았고 1958년 1009번째 시도만에 동업자를 찾았고 지금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KFC를 창업하게 된다.

▲ 기독교 색채가 강한 해리 리버만의 작품. 그는 ‘미국의 샤갈’이라 불렸다.

또 재능은 나이와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준 인물도 소개하고 있다. ‘미국의 샤갈’이라 불리는 해리 리버만이 미술을 처음 배운 건 요양원에 들어간 76세 때의 일이다. 평소 체스를 같이 두던 상대자가 오지 않아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그림에서 소질을 발견한 그는 81세가 된 1961년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웠다. 기독교적인 색채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의 작품은 호평을 받았고 101세까지 22번의 개인 전시회를 열었다.

▲ 99세에 시집 ‘약해지지 마’로 베스트셀러 시인이 된 시바타 도요.

아울러 책에서는 나이를 먹으며 재능을 완성한 사람도 소개하고 있다. 2009년 시집 ‘약해지지 마’로 일본 문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시바타 도요. 150만 부의 판매 부수를 기록한 이 시집을 냈을 때 그의 나이는 99세였다. 1세기를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전세대가 공감하는 시를 쓴 것이다. 문학소녀였던 시바타는 결혼과 육아로 90세가 넘을 때까지 자신의 꿈인 시인이 되는 것을 잊고 살았다. 시바타에게 시를 써보라고 권유한 것은 그의 아들이었다. 시바타의 영향으로 시인이 된 아들은 어머니의 재능을 알아채고 시작(詩作)을 적극 권유했다. 92세가 돼서야 시바타는 시를 썼고 장례비로 모아둔 100만엔을 털어 첫 시집을 출간해 베스트셀러 시인이 됐다.
이밖에도 책은 94세까지 바이올린을 만든 스타라디바리, 89세에 미국을 횡단한 도리스 해덕, 62세에 동화작가가 된 윌리엄 스타이그 등 나이가 진짜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인생에서 무엇을 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는 저자의 말처럼 겨울이 가기 전 장롱 깊숙이 넣어뒀던 미술도구, 댄싱슈즈, 통기타의 먼지를 털어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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