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명아주 가꿔 ‘청려장’ 만들어드려요”
“직접 명아주 가꿔 ‘청려장’ 만들어드려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1.30 10:25
  • 호수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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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단원구청, 어르신께 청려장 보급으로 孝 실천

 “이게 보통일이 아닙니다. 농사를 짓는 것만큼이나 손이 많이 가고 체력적으로도 힘이 듭니다. 시행착오도 많았고요. 그래도 이걸 짚고 편하게 걸어 다니실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보람되기 때문에 하나 하나 정성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 청려장은 60~70대 공공근로자들이 제작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사진=조준우 기자

청려장에 니스를 칠하며 박성세(66) 씨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1월 27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청 옆 유휴지에 마련된 82㎡ 남짓한 작업장에서 만난 그는 다른 6명의 공공 근로자들과 함께 청려장 제작의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었다. 말리기 위해 나란히 건조대에 걸어놓은 청려장은 하트(♡) 모양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 3월부터 단원구청이 공공근로자들과 함께 제작하고 있는 청려장 3000여개가 이 지역 85세 이상 어르신들 손에 쥐여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단원구청은 지난 2013년부터 ‘파종부터 보급’까지 전 과정을 구에서 맡아 진행하는 청려장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단원구청은 우선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구청 옆에 놀고 있는 땅 4032㎡에 명아주를 심을 수 있도록 토지 정비를 실시했다. 그리고 지난해 1월부터 3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작업장을 설치했고 3월에는 청려장의 재료로 쓰일 명아주 풀 4500개를 유휴지에 심으며 제작에 돌입했다.
지자체에서 청려장 보급을 시작한 건 단원구청이 처음은 아니다. 충북 충주시가 전국에서 최초로 청려장을 제작해 지역 어르신들에게 나눠졌다. 충주시는 대한노인회 충주시지회 주덕분회와 함께 지난 2001년부터 청려장을 직접 제작해 지난해까지 2만5000여개를 보급했고 올해도 3000개를 제작해 보급할 예정이다. 또 전남 순천시, 전북 완주군 등에서도 청려장을 제작해 지역 어르신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유휴지 4032㎡ 활용해 제작서 보급까지 전 과정 구청이 주도

고령자들이 주로 제작… 3000여개 2월말 85세 이상에 지급 

단원구청은 지난해 처음 청려장을 제작하는 것이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명아주 풀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풀이 곧게 자라지 않고 대각선으로 자라 애를 먹었고, 다 자란 명아줏대의 껍질을 벗기기 전 물에 3주간 담궈야 했지만 2주만에 꺼내서 껍질을 벗기느라 고생을 했다.
청려장 제작을 지휘하고 있는 단원구청 행정지원과 김기행 기사는 “처음이라 실수도 많았고 서툰 점도 있었지만 서서히 이를 보완해 나갔다”고 했다.

▲ 단원구청에서는 지난해 3~10월에 걸쳐 명아주 풀을 직접 재배했다. 사진제공=단원구청

작업장 곳곳에는 전문 제작소를 연상케 하는 수십 개의 ‘실험작’들이 걸려 있었다. 비싼 옻 대신 사용하는 캐슈(목재용 페인트, cashew)를 횟수를 달리 칠한 청려장부터 굵기가 제각각 다른 청려장까지 고심의 흔적이 엿보였다. 김 기사는 “전문가가 아니지만 ‘맨땅에 헤딩’하듯 공공근로자들과 연구를 통해 어르신들이 쓰기 좋은 청려장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경험을 통해 캐슈칠은 5번을 하는 것이 빛깔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고 ‘차량 정비용 수동 유압작기’를 이용해 휘어진 청려장을 곧게 펴는 노하우도 얻었다. 단원구청은 지난해 12월 이렇게 제작한 50개의 청려장을 우선적으로 지역 어르신들에게 시범적으로 보급했다.
두 달 가량 청려장을 사용한 오갑순(여·88세) 어르신은 “기존에 사용하던 지팡이보다도 가볍고 단단해서 훨씬 걷는 게 편해졌다”고 말했다. 또 이번에 처음으로 지팡이를 사용하게 됐다는 이점분(여·85) 어르신은 “이번 겨울부터 찬바람이 불면 무릎이 시려서 도통 움직일 수 없었는데 청려장 덕분에 불편을 덜었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단원구청은 2월말 지역 사회복지단체를 통해서 85세 이상 3000여명의 어르신들에게 1차적으로 보급할 예정이다. 처음엔 무상으로 직접 보급하려고 했지만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선관위의 지적에 따라 사회복지단체에 최소한의 금액만 받고 판매한 후 어르신들에게 전달되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시중에 전문가들이 만든 청려장은 10만원 내외에 판매되고 있다.
조두행 행정지원과장은 “어르신들은 최종적으로 청려장을 무상으로 보급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단원구청은 오는 3월 명아주 파종을 시작으로 제작에 돌입해 2차분 3000여개 지팡이를 내년 초에 보급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안산시 전 지역 내 5만여명에 이르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전부 청려장을 지급할 계획을 세웠다.
현재는 니스를 칠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과정이 완료되면 어르신들이 사용하기 좋은 90~95cm 길이로 잘라서 최종 과정인 지팡이 아래 고무를 씌울 예정이다. 풍성한 청려장 수확이 예상된다.


◆청려장(靑藜杖)=명아줏대로 만든 지팡이로 본초강목에서는 청려장을 짚고 다니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재질이 단단하면서 가볍고 모양 또한 기품과 품위가 있어 예부터 환갑을 맞은 노인의 선물로 널리 이용됐다. 우리나라는 1992년부터 ‘노인의 날’에 그해 100세를 맞은 어르신들에게 대통령 명의로 청려장이 수여되는 등 장수를 상징하는 지팡이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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