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다는 말 못 믿어”… 개장 100일 제2롯데월드 현주소
“안전하다는 말 못 믿어”… 개장 100일 제2롯데월드 현주소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5.02.13 10:33
  • 호수 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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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연지 100여일이 지난 서울 롯데월드몰이 영업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건설 허가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안전성 논란에 방문객의 발길이 부진한 탓이다. 급기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지난 2월 9일 제2롯데월드 안전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앞서 7일엔 정홍원 국무총리가 예정에도 없이 방문해 안전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서울 잠실에 위치한 제2롯데월드몰은 ‘국내 최대 복합 쇼핑몰’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국내 최대규모로 영업면적만 축구장 47개와 맞먹는다. 개장 초기인 지난해 10월 방문객은 하루 평균 10만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넉달새 점차 줄어 현재 쇼핑몰을 찾는 방문객 수는 하루 5만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방문객 급감은 1000여개 입점업체의 매출에 타격을 주며 입점업체 직원들의 생계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다. 롯데는 당초 월 매출 1000억원을 예상했지만 7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이 발길을 끊은 것은 건물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쇼핑몰은 개장 전부터 주변 도로침하의 원인으로 지목되더니 개장 후에도 건물 구조물 균열과 누수, 진동 등 크고 작은 안전문제가 잇달아 발생했다.
지난해 8월 제2롯데월드 건물 주변 석촌 지하차도 부근에서 7개의 싱크홀이 발견됐다.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공사에 사용된 공법 때문에 도로침하가 발생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지만 시민들은 석촌호수 물이 제2롯데월드로 새어 들어가면서 지반이 약해졌다는 나름의 해석을 떨치지 못했다. 더구나 해가 바뀐 지난 1월 쇼핑몰 주변 도로 3곳에서 침하와 균열이 또 발견되면서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즉시 지하 버스환승센터를 조성중인 구간의 도로표면을 임시포장해 둔 복공판이 기존 도로와 높이 차이가 나면서 침하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는 자체 측량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지반안전성을 의심케 하는 갖가지 징후가 유독 제2롯데월드 주변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회사측 조사결과를 쉽사리 수용하지 않는 모양새다. 더군다나 롯데는 안전사고 때마다 해명에만 급급하는 모습을 보여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개장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10월 26일엔 5~6층 식당가 통로 바닥에 균열이 발생했다. 롯데측은 처음엔 시멘트 양생과정에서 균열이 발생한 것 같다고 발표했지만 이내 서울의 옛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일부러 금이 간 길 모습을 연출했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국민 우롱 논란까지 일으킨 롯데측 해명은 한 시민단체가 투명코팅 처리했다는 바닥 틈에 명함을 끼워 넣은 사진을 찍어 공개하면서 단박에 거짓말로 들통났다.
뒤이어 에비뉴엘관 8층 천장구조물에도 균열이 발생했다. 12월 3일엔 수족관 물이 새더니 잠실역 지하 공영주차장에도 누수가 확인됐다. 10일엔 영화관 스크린과 좌석이 흔들려 소방차가 긴급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아쿠아리움은 개장 이전부터 국제권고치가 넘는 전자파 검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서울시는 영화관·수족관 영업을 중단 조치한 상태다.
갈라지고, 패이고, 흔들리는 롯데월드 안전사고에 대해 시는 그간 쇼핑몰과 무관하다거나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발표해 왔다. 다수 전문가들도 사용자의 느낌과 건물 구조의 안전성과는 별개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박홍근 교수는 최근 제2롯데월드 안전관리위원회가 개최한 시공기술 발표회에서 롯데월드타워는 설계하중(바람·지진·중력 등)의 두 배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호남대 김흥식 교수 역시 안전성과 사용성은 달리 이해해야 한다며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사용성은 사후조치로 개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롯데는 1월 안전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이달부터 24시간 비상체제를 가동중이다. 그러나 회사측의 이런 노력이 건물 붕괴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이 가고 물이 새는데도 붕괴 10분 전까지 영업을 중단하지 않았던 20년 전 삼풍백화점 사고를 아직 기억하는 국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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