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약 끊으면 약도 없는 ‘슈퍼결핵’으로 변종
마음대로 약 끊으면 약도 없는 ‘슈퍼결핵’으로 변종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5.02.13 11:09
  • 호수 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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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결핵 발병률·사망률 OECD 1위… 매해 4만명 걸려
내성 생겨 약 안 듣는 결핵, 18개월간 약 꾸준히 복용해야

얼마 전 서울 용산의 한 단칸방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된 70대 노인의 사인이 폐결핵으로 밝혀지면서 결핵의 원인과 치료방법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결핵 발병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높고 사망자도 가장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결핵 환자는 해마다 약 4만명이 새로 발생하고 2300명 이상이 결핵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 30%는 면역력이 약한 노인 연령층에서 발생한다.
최근에는 기존 약제가 듣지 않고 치료도 어려운 ‘슈퍼결핵’ 환자가 증가 추세로 획기적인 신약이 개발되지 않는 한 사망률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결핵균은 흔히 폐결핵으로 발병하며 균에 감염됐어도 모두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활동성 결핵균을 가진 폐결핵 환자가 말을 하거나 기침 또는 재채기를 할 때 결핵균이 들어있는 미세한 물방울이 공중에 떠돌아다니다가 주위 사람이 숨을 들이쉴 때 폐 속으로 들어가 증식을 이루며 감염이 된다. 이때 당뇨나 알코올중독, 영양실조 등 몸의 면역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감염된 사람은 균의 활동이 활발해져 결핵의 발병위험이 높아진다.
또 아주 더디게 자라는 결핵균의 특성상 몸에 들어와 병을 일으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감기 증상과 비슷
폐결핵의 증상은 기침, 객담, 발열, 전신적인 무력감과 체중감소가 대표적이다. 감기 증상과도 비슷해 증상만으로 폐결핵을 진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감기 증상이 2~3주 이상 오래 지속되거나 잘 먹는데도 체중이 감소한다면 병원을 방문하여 진찰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일부에서는 자각 증상이 전혀 없어 신체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병이 진행돼 폐의 손상이 심해지면 호흡곤란이 나타나고 흉막이나 심막을 침범하면 흉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1차치료기간 최소 6개월
결핵 사망률이 높은 원인 가운데 최소 6개월이 걸리는 긴 치료기간을 꼽을 수 있다. 성인의 경우 항결핵제를 하루 한번 최소 6개월 동안은 복용해야 한다. 매번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의 약을 꼬박꼬박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쉽지 않아 초기치료에 실패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증상이 호전됐다고 환자 임의로 약복용을 중단하고 또 불규칙적으로 약복용을 하면 결핵균이 약제에 내성이 생겨 듣지 않게 된다. 치료 실패뿐 아니라 병이 더 악화하는 것이다.
항결핵제는 종류가 많지 않아 약제에 내성이 생기면 치료기간은 1년 6개월로 대폭 늘어난다. 약에 내성이 생긴 결핵을 의학용어로 다제내성결핵이라고 한다. ‘슈퍼결핵’은 이보다 더 심각한 내성을 보이는 광범위내성결핵이다. 이처럼 내성이 생긴 결핵균이 최근 증가 추세다.

슈퍼결핵 환자 증가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호흡기센터 이상학 교수는 “슈퍼결핵은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 절반이 3~7년 새에 사망할 만큼 치명적”이라며 “증상을 모르고 지나쳤다가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같은 환절기에는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모르고 지나치기 쉬워 더욱 주의해야 한다. 2013년 슈퍼결핵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총 229명이다.
다제내성결핵은 결핵의 기본 치료약인 아이소나이아지드와 리팜피신에 내성이 생긴 결핵이다. 이보다 더 지독한 슈퍼결핵(광범위내성결핵)은 2차 항결핵제 주사와 퀴놀론계 약에도 내성을 가진다.

재채기 등 호흡기 통해 전파
슈퍼결핵은 결핵 치료를 제대로 안하거나 슈퍼결핵 환자로부터 직접 감염돼 발병한다. 결핵환자가 치료를 마음대로 중단하거나 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하는 경우, 또 결핵균이 약제에 내성을 갖게 되면 슈퍼결핵으로 변종된다.
결핵균은 기침을 할 때 침 같은 물질이 튀어 호흡기를 통해 전파된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결핵균은 호흡기계, 림프계, 순환계, 소화기계, 골격계, 뇌신경계 등 피가 흐르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질환을 발생시킨다. 감염자 대부분은 치료가 가능하지만 슈퍼결핵 환자한테서 감염된 환자는 곧바로 슈퍼결핵에 걸려 치료가 어렵다.

2차치료 땐 맞춤형·집중 치료
일차치료에 실패하고 한번 내성이 생긴 이후에도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의료진에게 집중 치료받는다면 한번 정도는 치료기회가 있다. 슈퍼결핵의 치료는 평균 18개월이 걸린다. 환자가 감수성(어떤 특정 약제에 특히 효과를 보임)을 보인 일차 치료약을 포함해 5가지 이상의 약제를 쓰는데 여기에 주사제가 포함된다. 이런 2차 치료기회마저 불규칙한 약 복용으로 놓친다면 폐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내성이 생긴 결핵균은 일차치료 때 쓴 약과 다른 약제를 함께 처방하는데 환자의 상태에 면밀하게 맞춘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핵예방을 위한 5가지 생활수칙
1. 2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면 결핵 검사하기.
2.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관리.
3. 균형 있는 영양섭취로 면역력 강화.
4. 결핵균은 열과 빛에 취약하므로 자주 환기하기.
5. 결핵환자인 경우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휴지, 손수건 등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기침 후에는 반드시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 씻기.
<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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