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백수-백발 스승과 숨겨진 비서(秘書)를 찾아라
백수&백수-백발 스승과 숨겨진 비서(秘書)를 찾아라
  • super
  • 승인 2006.08.2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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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무협지에는 무능하거나 약한 주인공을 가르쳐 뛰어나게 하는 몇가지 공식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백발도인 스승이나 수백 년 이상 비전(秘傳)된 비서(武藝秘書)를 통해 무예와 치세를 익히는 이야기다.


현실 역사에서도 그런 일은 일어난다. 큰 스님이나 도인을 만나 배우거나, 치세나 병법 등에 관한 비서를 보고 큰 깨달음을 얻는다. 그중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아마도 ‘육도삼략(六韜三略)’일 것이다.


‘육도(六韜)’는 중국 칠대 비서라고 알려진 손자, 오자 등 무경칠서(武經七書)에 드는 비서로 태공 여망(혹은 강상)이 지은 것이고, ‘삼략(三略)은 황석공이 한나라 책사 장량에게 전한 비서로 알려져 있다.


여망의 ‘육도’는 말 그대로 이것이 비결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도(韜)라는 말 자체가 화살을 넣는 주머니, 싸는 것, 수장(收藏)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육도’는 문도(文韜)·무도(武韜)·용도(龍韜)·호도(虎韜)·표도(豹韜)·견도(犬韜) 등 6개 도로 되어 있다.


앞의 두 도(韜)는 통치철학, 군사철학 등 인문학을 담고 있다. 그리고 후반 네 도(韜)는 4마리 동물의 외형과 속성을 빌어서 군대의 편제와 운영, 일개 왕국의 경영까지 시각적 인상을 느끼게 하며 풀어 설명하고 있다.

 

학익진이니 하는 진법도 이 안에 있다. 도술이나 무예에서 호권이니, 당랑권이니, 학권이니 하는 동물 형용의 권법과 검법들도 이것을 모델로 해서 출현하게 된다.


주나라 문왕은 왕후의 후예였다고 해도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를 누비면서 생존했기 때문에 공부는 취약했다. 그런 문왕에게 어떻게 인문학, 군사학, 소규모 전법 등을 단기간에 가르칠 수 있을까. 무협지에서 어리석고 무능한 주인공을 가르치는 조건과 비슷하다.


여망 태공은 이것을 족집게식 과외공부를 통해 속성으로 마스터하게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동물이나 자연의 사물을 연상케 하는 교육법이었다. 오운법이니 학익진이니 하는 진법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한마디로 여망의 가르침 자체가 치세와 병법의 비결이었던 것이다.


‘삼략’은 한나라 유방을 도와 중원천하를 통일한 장량(자방)에 의해 유명해졌다. 장량은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책사로 황석공 노인을 만나기 전까지 진시황을 시해하려고 덤빌 정도의 무모한 범부였다. 진시황을 시해하려 한 죄로 쫓기던 중에 장량은 한 다리 위에서 백발노인을 만난다.


장량을 본 노인이 짓궂게 심부름을 시키고 약속을 어기지만 어른으로 공경하고 깍듯이 모신다. 이에 노인이 책을 한권 주고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그때 건네받은 책이 ‘삼략’이다. ‘삼략’은 상략(上略), 중략(中略), 하략(下略)으로 돼 있다.

 

상략에서는 군주의 길을 다루고, 중략에서는 삼황오제와 오왕오패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다루며, 하략은 인재등용에 대해 가르친다.


따라서 이를 마스터 한 장량은 한나라 유방의 책사로 크게 쓰인다. 그러나 유방이 천하를 석권하자, ‘어려움은 함께할 수 있어도 즐거움을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이라며 초야에 묻혀버린다. 수많은 공신들이 죽임을 당했으나 그래서 장량만은 자연수명을 누렸다.


오늘날의 현실 사회에서도 세상을 구제할 백발 스승이나 몰래 전해진 비서가 있을 수 있을까  숨겨진 비서는 오늘날 무의미하게 됐다.

 

 괜찮은 저작물이라면 필독 고전(古典)이 되어 세계가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발 스승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미국의 골프코치 레드베터 같은 이는 세계제일의 골프 스승으로 꼽힌다.


묵은 생강이 맵더라고, 세상에는 스승으로 받들어 모실 연로한 위인들이 수도 없이 많다. 인터넷을 통하면 이 위인들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소통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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