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국회 본회의 통과… 졸속 입법에 위헌 논란
‘김영란법’ 국회 본회의 통과… 졸속 입법에 위헌 논란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5.03.06 11:19
  • 호수 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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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과 금품 수수를 금지한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지 하루만에 졸속입법 논란에 휩싸였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새누리당은 형평성 비판이 잇따르자 보완 입법을 검토하겠다고 5일 밝혔다.
국회는 지난 3월 3일 본회의를 열고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제정안은 재적 의원 247명 가운데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으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은 지난 2012년 8월 16일 국회에 처음 제출된 지 929일 만에 공식적으로 법제화됐다. 법제처 심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되면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0월부터 시행된다.
이 법안의 핵심은 공직자 본인이나 그 배우자가 1회 100만원 이상의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처벌하고 100만원 미만의 선물이라도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100만원 초과 금품 수수시 3년 이하 징역이나 받은 금품의 5배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100만원 미만의 금품을 쪼개기 방식으로 나눠 받아도 연간 300만원이 넘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자는 국회·법원·행정부 공무원과 정부출자 공공기관·공공유관단체 임직원, 국공립·사립학교 교직원 및 언론사 종사자 등이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 사립 어린이집, 초·중·고교와 대학․대학원 등 고등교육기관, 방송·인터넷 매체를 포함한 신문, 잡지 등 언론사에 종사하는 임직원과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모두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다만 상조회, 동호인회, 동창회, 향우회, 친목회의 구성원 등 지속적인 친분관계를 맺어온 사람이 질병이나 재난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금품은 제외된다. 공직자 직무와 관련된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 안에서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 등도 금지 대상이 아니다. 또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받을 경우 반환 또는 거부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 받지 않거나 과태료를 물리지 않는다.
김영란법은 사법 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위원장 재임 시절인 2012년 공직자의 부패를 척결하자는 취지에서 원안을 마련함에 따라 김영란법으로 불리게 됐다.
5년 전 ‘벤츠 여검사’ ‘그랜저 검사’ ‘스폰서 검사’ 등 검사 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 법안 마련의 기폭제가 됐다. 법을 집행하는 검사들이 조사를 받았지만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무죄로 결론난 것이다. 이후 국회를 표류하다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대국민담화에서 박 대통령이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자 법제화의 급물살을 타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보게 된 김영란법은 국회를 통과하는 순간부터 과잉입법이란 비난을 샀다. 적용대상의 기준도 불명확한데다 민간영역인 사립학교 교원, 언론인은 대거 포함시키면서 정작 말 많은 의사, 변호사, 정치인, 시민단체, 대기업 관계자는 규제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처벌 기준인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해 수사기관이 자의적 잣대를 들이대면 피할 방법이 없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부정청탁 유형을 규정해 놓긴 했지만 구분이 애매모호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직무연관성 자체도 너무 광범위하고 금품수수 예외조항인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를 위한 경조사비나 선물도 자의적인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하도록 한 규정도 연좌제 금지라는 헌법 정신과 정면 배치돼 벌써부터 위헌 소지를 낳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5일 한국기자협회와 대한변협신문 편집인을 청구인으로 부정청탁 개념의 모호성과 적용대상의 기준이 명확성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심판 신청 청구서를 제출했다.
같은 날 새누리당은 앞으로 1년 반의 준비기간 동안 필요하다면 입법 보완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란법을 발의한 국민권익위원회는 향후 시행령과 예규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우려하는 점들을 구체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법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검토와 보완 과정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통과시킨 사실을 입법의 당사자들이 확인시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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