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한달치 동난 안심전환대출… 서민층은 한숨
하루만에 한달치 동난 안심전환대출… 서민층은 한숨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5.03.27 10:38
  • 호수 4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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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계 빚을 줄이려고 내놓은 연 2%대 ‘안심전환대출’이 정작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출자격이 제한적이고 상환방식이 부담이 커지는 방향으로 상품이 설계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기존 대출자들의 갈아타기 행렬은 이어져 상품 출시 이틀만에 9조원 가까이 팔리는 등 올해 한도 20조원이 조기에 바닥날 전망이다.
3월 26일 금융위원회는 25일까지 집계된 안심전환대출 승인 금액이 9조16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초 연간 한도 20조원을 3월부터 6월까지 매달 5조원씩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초기 신청자가 몰리면서 하루만에 이달치 배정액이 동이 났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월간 한도를 없애고 20조원이 채워지는 대로 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안심전환대출은 가계 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서자 가계 재정 파탄을 우려한 정부가 서민들의 빚을 줄여주기 위해 마련했다. 그런데 실질적 혜택은 저소득층이 아닌 중산층 이상에게 돌아가 서민계층 위주로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상품 신청자 중에 저소득층은 거의 없다. 이자가 싸고 낮은 이자가 계속 유지되는 고정금리 상품이라 인기가 높지만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아나가야 하다 보니 월 납부액이 커져 추가지출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은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신청 자격에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안심전환대출은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 제1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저축은행, 지역 농·수·축협 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사람은 신청할 수 없다. 기존에 보금자리론·디딤돌 등 정책금융 대출 이용자와 오피스텔 역시 신청할 수 없다.
요컨대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 이용자 △주택 가격 9억원 이하 △변동금리 대출 또는 이자만 상환중인 대출 △대출받은 지 1년 이상 경과 △신청일 기준 최근 6개월간 30일 이상 연체기록이 없는 대출 등 네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대출한도는 기존대출 잔액 이내에서 최대 5억원까지, 상환방식은 거치기간 없이 원금과 이자를 매달 내는 방식이다. 만기 20년 이내 상품은 대출액의 70%를 균등하게 매달 나눠서 내다가 나머지 30%는 만기에 한꺼번에 갚을 수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3년간 최대 1.2%로 기존대출 수수료는 면제해 준다.
예를 들어 만기 일시상환 조건으로 2억원을 변동금리 3.5%에 대출받은 사람이 20년간 대출 약정을 유지한다면 매달 58만원씩 총 1억4000만원의 이자를 내게 된다. 이를 안심전환대출의 20년 만기, 20년 고정금리(연 2.9%), 원금 70% 부분분할상환으로 갈아타면 8000만원의 이자가 발생, 총 6000만원을 줄일 수 있다. 대신 매달 납입액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91만원이다.
경기 분당·용인 등 집값이 떨어진 지역에선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재산정에 따라 대출한도가 낮아져 대출금 일부를 갚아야 갈아탈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당장 목돈이 없고 월소득이 적은 가구는 꿈도 꿀 수 없는 제도란 지적이 나온다. 갈아타기에 성공해도 커진 월 지급금 때문에 연체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 가계부채 안전장치로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원은 안심전환대출 대상을 △제2금융권 대출자로 확대하고 △기존 정책금융 대출자의 이용기준 마련과 △만기상환금 부담을 소득별로 차등을 둬 50%, 70% 등으로 다양화해 줄 것을 개선사항으로 제안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일단 대출액을 늘리고 대상자를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당장 혜택을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증액이 되더라도 추가 출시는 하반기에나 가능하고 2금융권 대출자들이 원리금 분할상환에 부담을 느껴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가계 빚을 줄이기 위해 원금을 같이 갚아나가도록 안심전환대출을 설계했다. 신청대상은 늘릴 수 있겠지만 상환방식을 당초 취지에 어긋나지 않게 조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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