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노후자금 4억∼5억원이면 무난하다
(긴급진단) 노후자금 4억∼5억원이면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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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2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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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실질적 수치 보고서 발표

서민 중산층 현실여건 감안해 산정
은퇴 이후 생활수준 낮추어 잡아라

 

몇 년 전부터 ‘10억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다. 왜 하필 10억원인가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위해서 10억원은 있어야 한다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10억원은 우리 사회의 서민들은 엄두를 내기 힘든 액수고 웬만한 중산층도 평생 모으기 힘든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금융회사들의 마케팅 전략의 영향으로 노후자금의 적정규모가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말한다. 이에 LG경제연구원이 서민과 중산층에 기준을 맞춘 실질적인 노후자금 수치에 대한 보고서를 지난 9일 발표했다.


금융회사의 추정이나 일반인 설문조사에서 나오는 노후자금 규모는 보통 7억원 안팎으로 많게는 10억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보통 10억원은 돼야 ‘남부러울 것 없는 노후생활’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LG경제연구원(이하 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민·중산층의 생활수준을 기준으로 부부가 은퇴 시점에 필요한 노후자금은 4억~5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노후자금 규모가 과대평가되고 있는 원인에 대해 평균 수명이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자녀 세대의 부모 봉양 의식은 날로 흐려져 가는 세태를 첫 번째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들의 마케팅 전략과 불과 5년 만에 금리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점도 노후불안감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노후자금 목표치를 중산 서민층의 현실적인 여건에 맞춰 새롭게 산정했다. 노후자금 규모 추정분석에는 산정 편의를 위해 다음과 같이 가정했다.

 

첫째, 부부는 나이가 같고 통계청 ‘생명표’에 나오는 2003년 기준 연령별 기대수명만큼 산다. 둘째, 근로자로 일할 경우 은퇴 시점은 60세로 가정한다. 셋째, 은퇴 이후 매년 동일한 금액을 생활비로 쓴다. 넷째, 은퇴 이후 쓸 생활비를 60세 시점에 전액 준비해둔다. 다섯째, 노후자금은 매년 똑같은 금액을 투자해 일정한 수익률로 불려나가는 방식으로 축적한다.

 

노후자금 목표치 현실 여건에 맞춰 산정=나이가 다르면 물가, 금리 등 노후자금 산정에 필요한 변수의 크기가 달라지며,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하더라도 군 거주민과 대도시 주민의 생활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연구원은 이에 따라 노후생활비를 행정구역 및 연령별로 추정했다. 이를 위해 우선 은퇴 이후 매월 필요한 생활비를 계산했다. 계산 방식은 지난 2000년 통계청에서 조사한 ‘가구 소비실태 조사’ 결과 중 고령 세대주 가구의 행정구역별 가계지출 금액과 물가상승률을 근거로 했다. 이를 감안해 2005년 현재 고령 가구주 가구의 연 평균 생활비로 갈음해 계산했다. 단 생활비는 소비지출 개념이 아닌 가계지출 개념으로 했다.

 

이렇게 나온 수치를 2인 가구 기준으로 조정해 현실적인 노후 생활비를 추정한 결과, 2005년 말 기준으로 평균수준에 해당하는 노후생활을 하고 있는 고령자들의 월 평균생활비는 군의 경우 97만원, 시나 광역시는 130만원, 서울은 154만원으로 계산됐다.

 

2005년 현재 30, 40, 50세인 동갑내기 부부의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여성의 기대 여명은 동갑내기 남성보다 6~7세 높다. 즉 남편이 죽고 아내가 혼자 사는 시기가 6~7년 가량 된다는 얘기다.

 

이 시기의 생활비는 남편 생존시에 비해 적을 것이므로, 아내가 혼자 사는 시기의 생활비는 남편생존시 생활비의 60%로 가정한다. 물가를 고려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3%로 일정하다고 가정했다. 이와 함께 매년 노후생활비를 60세 시점에서 합산할 때 할인율을 감안해 이하의 분석에서는 할인율을 4%로 가정한다.

 

이는 은퇴 시점까지 축적된 자산에서 매년 4%의 수익률이 기대된다고 보는 것과 같다. 아울러 60세 이후 매월 일정금액을 받는 공적 및 사적 연금도 감안해 은퇴 이후 완전노령연금을 가구당 매월 50만원씩 받는 것으로 가정한다.

 

이런 가정 하에 행정구역 및 연령별로 노후자금을 추정하면 2인 가구 기준으로 50대는 3억원, 40대는 4억원, 30대는 5억원 정도면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평균적인 수준의 노후생활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군 지역 거주민의 경우 1억4,000만~2억4,000만원, 시 거주민은 2억4,000만~4억원, 서울 시민의 경우 3억~5억3,000만원이면 현재 해당 지역내 노인 가구의 평균 수준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품위있고 풍족한 노후를 위한 노후자금 규모=평균 수준보다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노후생활을 계획한다면 조금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목표로 하는 생활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품위 있는 노후생활’과 ‘풍족한 노후생활’로 나눠 노후자금을 계산한다.

 

이에 따라 우선 생활비를 라이프스타일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기초생활비’와 크게 영향을 받는 ‘여유생활비’로 나눠 살펴본다. 기초생활비는 가계지출 금액에서 교육비, 교양오락비, 교통비 등 3가지 항목을 차감한 금액을 말한다.

 

노후생활비는 교육, 교양·오락, 교통수단 이용 등 의식주 해결 이외의 여유생활에 소요되는 비용, 즉 ‘여유생활비’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여유생활의 라이프스타일은 부부가 함께 매월 한 번 음악회나 영화관에 가거나 1년에 한번 종합 건강검진을 받는 것 그리고 1년에 한번정도 해외여행을 하는 등의 생활로 상정한다.

 

이 같은 라이프스타일에 소요되는 비용을 항목별로 조사한 결과 2005년 현재 서울 지역 기준으로 연 평균 1천281만~1천939만원(월 평균 107만~162만원)의 지출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에서 여유생활비로 100만원(‘평균적인 노후’를 보낼 경우 소요되는 여유생활비의3.2배 수준)을 쓰는 수준의 생활을 하는 경우를 ‘품위 있는 노후’의 표본으로 삼는다. 또한 서울지역을 기준으로 여유생활비가 150만원 수준이면 ‘풍족한 노후’의 기본 잣대가 된다.

 

각각의 노후 라이프스타일에 해당하는 군, 시, 광역시의 여유생활비는 지역별 물가 차이를 반영해 해당 지역과 서울 지역간 기초생활비 격차를 적용해 구했다. 이에 따라 ‘군 여유생활비:서울 여유생활비=군 기초생활비:서울 기초생활비’이라는 관계가 성립된다.

 

언뜻 연구 결과를 보면 나이가 적을수록 노후자금 목표 도달이 힘들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30세인 사람은 30년의 여유가 있는 반면 50세는 투자기간이 10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여유로운 노후를 기약할 수 있다.

 

노후자금 마련의 세 가지 원칙=노후자금을 성공적으로 마련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투자수익률과 투자 규모를 높이거나 투자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첫째, 투자 수익률을 높이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금액으로 노후자금 목표액을 마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0대 서울 거주민의 경우 투자 수익률을 10%로 높일 수 있다면 매월 투자 필요 금액은 수익률이 6%일 경우의 2/3 수준으로 줄어든다. 다만 기대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는 투자 실패 확률 역시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둘째,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노후 대비 투자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 특히 퇴직 전 지출의 20~40%를 차지하는 자녀교육 관련 비용은 과감히 낮출 필요가 있다.

 

셋째, 투자 기간을 늘려 잡는다. 40, 50대에 뒤늦게 노후 대비를 시작하면 성공 가능성이 낮다. 40세의 필요 투자 금액은 50세 필요 투자 금액의 45% 정도이며, 30세의 필요 투자 금액은 40세 필요 투자 금액의 60% 수준이다.

 

세 가지 해법이 모두 여의치 못하다면 은퇴 이후의생활 수준을 낮춰 잡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울이나 광역시를 벗어나 인근의 시나 군 지역에서 차분히 인생을 정리한다면 노후자금 마련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박영선 기자 dreamsu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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