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열정을 해소하기엔 3년도 짧아요!”
“배움의 열정을 해소하기엔 3년도 짧아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4.10 10:38
  • 호수 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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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교육 현장을 가다]김포노인대학

대한노인회가 충북 충주시 2만5400여평 대지 위에 노인교육원을 설립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인교육원은 노인지도자들의 자질과 리더십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본지는 국내 노인교육 현장 취재를 통해 모범 사례를 소개하고 어르신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나누고자 한다.

“한바탕 웃고 시작합시다.”
지난 3월 31일, 대한노인회 경기 김포시지회 3층에 위치한 김포노인대학 강의실 안은 이석영 학장의 말 한 마디에 일순간 떠들썩한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3월 초 입학한 140명의 ‘신입생’이 빈 자리 없이 강의실을 채웠다. 신병처럼 각이 잡힌 자세로 앉은 채 개개인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났다. 웃는 표정에 따라 눈과 입 주변에 깊게 파인 주름만 아니라면 일반 대학 강의실에 온 듯하다. 평균나이 72세. 나이는 인생의 황혼기의 접어들었지만 김포노인대학 학생들의 ‘배움’은 이제 막 출발선을 지나쳤다.
전국 유일의 ‘3년제 노인대학’인 김포노인대학이 노인대학의 성공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1984년 1기가 입학한 이후 매년 한 기수씩 선발해온 김포노인대학은 올해에도 140명의 신입생(32기)을 뽑았다.

▲ 김포노인대학은 ‘3년제 교육과정’을 연착륙시키며 노인대학의 성공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은 김포노인대학 민요반 학생들이 장구를 치며 즐거워하는 모습.

전국 유일의 3년제… 주1회 전문가 강의‧특기활동 수강
서로 입학하려 경쟁… 졸업한 뒤엔 지역 지도자로 활약

김포노인대학은 관내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중 읍면동 분회장, 학장, 지회장의 추천을 받은 대한노인회 회원만 입학할 수 있다. 현재 김포시에는 약 3만6000명의 노인이 거주 중이고 이중 3분의 1인 1만2000여명이 대한노인회 소속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김포노인대학을 거쳐간 학생은 2600여명에 불과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는 학교는 아니다. 이를 반영하듯 김포시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기 어려운 3개의 대학이 서울대, 해병대, 김포노인대학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돈다. 관내 306개 경로당에서 각각 2~3년에 한 명씩만 배출할 정도로 좁은 문이다 보니 경쟁도 치열한 편이다.
32기 신입생 남인순(여‧70) 어르신은 “오래 전부터 다니고 싶었지만 경쟁이 치열해 늘 문턱에서 떨어지다 지난해 11월 다시 한 번 추천을 받아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고 말해 지역 내 김포노인대학 인기를 실감케 했다
김포노인대학의 목표는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내 노인지도자 육성이다. 실제로 노인대학을 졸업한 이들 상당수는 경로당 회장을 비롯, 읍면동 분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이날 강좌의 강사로 나선 이는 3대 학장이었던 홍기훈 김포시지회장이다. 홍 지회장은 1년 과정의 평생대학으로 운영되던 노인대학을 학장으로 부임한 2006년에 2년제로 바꿨고 2008년 3년제로 전환하는데 산파 역할을 했다. 홍 지회장은 더 배우고 싶다는 졸업생과 재학생의 빗발치는 열망을 지자체에 끊임없이 전달했고 김포시 노인들의 염원인 3년제 노인대학을 출범시켰다.
홍 지회장은 “졸업생들은 더 다니지 못해 아쉽다고 했고, 당시 재학생들은 더 배우고 싶다고 아우성이었다”면서 “다행히 학생들의 간절한 소망이 이뤄져 3년제로 전환할 수 있었다”고 3년제 전환 이유를 밝혔다.
학생들은 여느 젊은 대학생들처럼 노트를 꺼내 홍 지회장의 강의를 경청했다. 잘 들리지 않아 놓친 내용은 옆 학생의 노트를 베꼈고 중요한 내용은 포스트잇에 따로 적어 노트에 붙여 놓았다. 비록 행동은 조금 더뎠지만 학생들은 누구보다 진지한 태도로 수업에 임했다.
홍 지회장이 산파 역할을 했다면 이석영 4대 학장은 내실을 다졌다. 일반 대학교의 버금가는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정착시킨 것이다. 김포노인대학 의 교육과정은 강연, 특기활동, 현장학습으로 구성돼 있다. 관내기관장‧대학교수‧의사 등이 강사로 나서는 초빙강연은 국내외 정세, 건강관리, 지도자 자질 향상 방안 등을 알려준다.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편성하는 특기활동은 현재 기공체조‧노래교실‧민요‧수지침‧스포츠댄스‧컴퓨터 반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또한 학년별로 월 1회 실시되는 현장학습은 국회 등 주요기관, 역사유적지, 산업현장 등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학장은 “현재 지원되는 예산(연간 1억2000여만원)에서 최대한 많은 인원을 선발해 질 좋은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오전 9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진행되는 1교시 강좌가 끝나면 잠시 휴식 후 6개 반으로 나뉘어 11시부터 12시까지 특기활동을 시작한다. 노래교실반에서는 흥겨운 반주에 맞춰 40여명의 학생들이 가수 이자연의 ‘100세시대’를 열창했고 스포츠댄스반에서는 20여명의 학생들이 짝을 지어 열정적인 춤사위를 선보였다.
다른 반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은 특기활동을 통해 인생의 활기를 찾고 있었다.
1학년 회장을 맡고 있는 인경옥(75) 어르신은 “노인대학에 나와 동기들도 만나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찾았다”며 “견문을 넓힐 수 있는 많은 정보를 얻어 일상생활에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대학생활의 소감을 밝혔다.
김포노인대학은 좀더 많은 노인들이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교육기간도 4년으로 늘리기 위해 현재 지자체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학장은 “김포노인대학의 최종 목표는 학생들에게 ‘4년제 대학 졸업증서’를 건네는 것으로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앞으로의 운영계획을 밝혔다.
이날 수업을 모두 마친 학생들은 종례를 위해 다시 강의실로 모였다. 이 학장이 시작 때처럼 다시 마이크를 쥐었다.
“여러분 오늘 하루도 즐거우셨나요. 웃음으로 오늘의 즐거움을 한 번 표현해봅시다”
이 학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의실은 오전보다 더욱 큰 웃음소리로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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