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5대 금융악’ 총력 대응… 뿌리 뽑기 가능할까
금감원, ‘5대 금융악’ 총력 대응… 뿌리 뽑기 가능할까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4.10 10:47
  • 호수 4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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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모(75) 어르신은 지난 주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이 가진 4%대 주택담보대출을 금리 2.5% 수준의 안심대출로 전환해 줄 수 있다는 전화였다. 다만 개인 평점이 부족하고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에 대출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우선 3000만원을 입금해야 한다고 했다. 장 어르신은 안심대출을 받기위해 돈을 입금했다. 그러나 돈은 돌려받을 수 없었다. 어르신이 받은 전화는 신종 보이스피싱 사기 전화였다.
최근 금융사기가 갈수록 조직화, 지능화되면서 소비자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금감원)이 금융사기, 불법 사금융, 불법 채권추심, 꺾기, 보험사기를 ‘5대 금융악(惡)’으로 규정하고 뿌리 뽑기에 나섰다.
금감원은 4월 8일 서태종 수석부원장을 단장으로, 관련 부서장이 참여하는 ‘민생침해 5대 금융악 척결 특별대책단’을 발족했다. 대책단은 종합대응반과 부문별 대응반 등 6개반을 구성, 피해자들이 쉽고 빠르게 신고할 수 있도록 ‘5대 금융악 신문고’를 기존 원스톱 금융상담서비스(국번없이 1332)에 추가해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또 수사당국과의 공조를 위해 금감원-경찰청 간 핫라인을 재정비하고 공동대책을 추진한다.
‘금융소비자경보’ 발령제도도 개편한다. 이전에는 소비자피해 확산이 우려되는 경우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무차별 발령을 했지만, 앞으로는 대학생·노인층 등 대상에 따라 명확히 구분해 발령할 예정이다.
정부가 불법 금융행위에 늦게나마 칼을 빼든 것은 불법 금융행위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그냥 놔두면 금융신뢰는 물론 감독당국의 권위마저 손상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이스피싱 등 피싱사기로 대표되는 금융사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피싱 사기 피해액은 1154억원(2012년)에서 2165억원(2014년)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어르신들을 상대로 한 보이스피싱 사기가 많았다. 어르신들의 경우 스미싱(문자메시지를 이용한 범죄) 보다 전화를 이용하는 보이스피싱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연령대가 60대, 70대인 것만 봐도 그렇다.
대출사기 피해 상담 건수도 2만2537건(2012년)에서 3만3410건(2014년)으로 증가세다. 금융사기 과정에 등장하는 대포통장 건수는 동 기간 각각 3만3496건, 4만4705건으로 늘었다.
불법 사금융 역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고금리 대출 등에 대한 피해상담·신고 건수가 1만7256건(2013년)에서 1만1334건(2014년)으로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피해사례는 여전히 많다.
안심전환대출 같은 저금리 상품도 사기조직이 자주 이용하는 도구다. 돈을 빌린 사람 입장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이자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이 무서운 이자를 줄여준다는 사람이 있으니 듣는 사람 입장에선 솔깃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안심전환대출과 같은 정부 지원 저금리 대출전환 상품이 있으니 이를 활용하면 속이기도 더 쉽기 때문이다.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돈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 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채권추심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여신전문금융회사, 신용정보회사, 대부업체 등 비 은행권을 중심으로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채권추심과 관련해 접수된 민원은 1860건에 달했으며 이 중 90%가 비 은행권 관련 내용이었다. 민원의 대부분은 ‘지나친 독촉’과 ‘법적 절차 허위 안내’였다.
금융회사의 ‘갑질’은 급감했다. 대출을 해주면서 예·적금, 펀드 등의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꺾기’ 적발 건수가 1899건(2012년)에서 5건(2014년)으로 확 줄었기 때문. 하지만 아직도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최근 강화된 꺾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편법행위가 난무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예컨대, 대출이 이뤄지고 1개월 후에 예금 가입을 강요하거나 지주 계열사를 통해 우회적 꺾기를 하는 등 불법적인 행위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피해를 보고 있는 어르신들의 사례도 점점 더 늘고 있다. 금융당국이 ‘5대 금융악’을 척결하기 위해 특별대책단을 설치키로 한 것은 점점 범죄수법이 보다 교묘해지고 대담해지면서 이를 악용하는 불법·부당 금융행위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특별대책단 발족 자체가 본질적인 5대 금융악을 뿌리 뽑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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