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정치권 강타… ‘성역 없는 수사’ 벼르는 검찰
‘성완종 리스트’ 정치권 강타… ‘성역 없는 수사’ 벼르는 검찰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4.17 11:25
  • 호수 4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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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소란스럽다. 자원외교 비리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여권 유력 인사들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메모가 외부로 유출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4월 6일 횡령과 융자 사기,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성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재무구조를 부풀려 금융권으로부터 800억 원대 사기대출을 받고,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성공불융자금(성공 확률이 낮은 탐사단계의 융자금) 330억여 원과 일반융자금 130억여 원을 부당하게 지원받았다는 혐의에서다.
이에 성 전 회장은 4월 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 자원개발과 관련해 정부 융자금을 횡령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며 눈물로 진심을 호소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인 9일 성 전 회장은 오전 5시 10분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을 나선 이후 잠적했고 10시간여 뒤인 오후 3시께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와 300여m 떨어진 지점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성 전 회장은 유서를 통해 “나는 혐의가 없고 결백하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살할 것” 등의 내용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때부터 불거졌다. 청와대 전·현직 비서실장 3명을 포함한 정권 핵심 인사 8명의 이름이 적힌 ‘성완종 리스트’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의 주머니 속에 있던 메모지에는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7억, 유정복 인천시장 3억, 홍문종 2억, 홍준표 1억, 부산시장 2억, 김기춘 전 비서실장 10만달러(한화 약 1억), 이병기 현 비서실장, 이완구 국무총리의 이름이 적혀있어 파장을 예고했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직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홍준표 지사에게 지난 2011년 5~6월 1억 원을, 홍문종 의원에게는 2012년 대선 때 2억 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돈이 각각 당시 대선자금과 홍 지사의 새누리당 대표 경선 비용 명목이었다고 적시했다. 청와대와 정부, 당내에서 요직을 맡으며 권력을 휘두르던 실세들이 8명씩이나 무더기로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혹에 휩싸인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일명 ‘성완종 리스트’로 인해 파장이 일자 이완구 국무총리는 “성 전 회장과 별다른 인연이 없다”고 밝히며 결백을 주장했으나 jtbc의 보도로 숨지기 전날 15차례 통화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거짓말’ 의혹이 점화됐다. 이 총리는 4월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경남기업과 고인으로부터 정치적 후원금을 받은 것은 없다”고 다시금 결백을 피력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4월 14일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직전 진행한 인터뷰를 공개하면서 이 총리의 사태 위기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성 전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개혁을 하고 사정을 한다고 하는데 이완구 같은 사람이 사정 대상 1호”라며 “2013년 4월 재·보궐선거 때 선거사무소 가서 30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왔다. 경남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완구 작품”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시작하며 이 총리의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한 각종 수사 단서들을 집중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에게 금품을 직접 전달한 시점에 대한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는 한편 성 전 회장의 금품 전달과 연계된 여러 증거를 차례로 확인한 후 리스트에 언급된 나머지 여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직접 조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경남기업의 자금담당 책임자인 한모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비자금 32억 원의 인출 내역 등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자금 인출 시점과 성 전 회장이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 돈을 전달한 시기를 비교해 성 전 회장의 주장의 사실여부를 파악할 예정이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새누리당도 입장을 밝혔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검찰은 이완구 총리부터 빨리 수사하라”며 “검찰 수사가 국민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거나 수사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의심받을 일을 하면, 새누리당은 특검으로 바로 갈 것”이라고 강력하게 대응했다.
검찰이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전달 의혹’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사함에 따라 정치권에 큰 파문이 예상되는 가운데 청와대와 여·야당 등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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