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통·건망증 지속된다면 ‘우울증’ 의심해야
신경통·건망증 지속된다면 ‘우울증’ 의심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4.17 14:14
  • 호수 46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별, 신체 질병 등으로 인해 찾아오는 노년기 우울증은 비교적 흔한 정신과적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의 증상이 신체적인 증상과 겹치는 경우가 많아 인지하기가 어렵다. 사진=연합뉴스

사별·이혼 등 상처가 원인… 만성질환과도 연관성 깊어
자칫 치매로 오해하는 경우 많아… 전문의 진단 받도록

은퇴 후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홀로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박 모 어르신(78). 박 어르신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늘 잊어버리는 등 건망증 증세가 잦자, 혹시 치매가 아닐까싶어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은 후 내려진 진단은 치매가 아닌 ‘노년기 우울증’이었다.
우울증은 노년기에 가장 흔한 정신과 질환 중 하나다. 으레 ‘나이가 들면 당연히 우울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노년기 우울증의 위험요소는 나이와 변화된 환경 뿐 아니라 ‘뇌’를 포함한 신체적 건강상태다. 뇌의 건강은 치매성 질환뿐 아니라 우울증 발생여부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심장질환 등 다른 신체질환 역시 우울증 발생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깊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2014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르신 3명 중 1명은 우울증을 앓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노년기 우울증은 서양뿐만 아니라 동양권에서도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노년기 우울증의 원인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우울증의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 사별, 신체 질병 등의 부정적인 사건이 증가하게 된 것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신체적 질병으로 인한 신체의 기능 상실이 우울증 정도와 비례했다. 예를 들어, 건강한 어르신은 12% 가량만이 우울증에 걸린 반면 관절염 중기의 어르신은 22%, 말기는 68%가 우울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우울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는 갑상선 기능저하증, 심근경색증 등 내과 및 신경과 질환이 있으며 뇌졸중, 뇌경색증 등의 뇌혈관 환자들에게 우울증이 많이 발생한다. 특히 치매환자 중 약 50%가 우울증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배우자나 자식의 죽음, 친지, 가족과의 싸움, 이혼 등 사건이 발생하면 1년 이내 우울증 발생률이 가장 높았으며, 재정적 어려움이나 병든 가족을 돌보는 등의 사회적 지지체계의 부재로 인해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흔히 노인의 삼고(三苦)라고 하는 질병, 가난, 고독이 노인 우울증의 요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노년기 우울증은 일반 우울증과는 달리 우울감을 적게 호소하고 신체증상과 인지기능 저하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 않다.
유승호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년기 우울증의 증상은 ‘우울하다’라는 감정보다는 지속되는 초조함, 불면, 건망증, 신체적인 통증 등 우울증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면서 “몸이 피곤하고 여기 저기 아프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면 노년기 우울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상대적으로 불안이나 초조감 그리고 불면증이 심하다보니 우울증에 걸렸다는 생각을 못할 수 있다. 집중력도 떨어져서 건망증이 심해지고 ‘치매’에 걸린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즉, 우울증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다양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정신과 진단을 잘 받지 않고 치료 받는 비율도 낮다.
노년기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대로 진단부터 받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피곤하면서 여기 저기 아프고 이상을 느껴 전반적인 검사를 했는데도 계속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반드시 우울증에 대한 전문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일단, 우울증으로 진단되면 가벼운 우울증의 경우 환경을 개선하고 상담이나 정신치료와 같은 비약물 치료부터 시작한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해진다면 빠른 호전을 위해서 항우울제를 투약하는 것이 좋다.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치료효과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노년기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의 관리가 필요하다.
유 교수는 “운동이나 건강한 식단, 사회활동 및 여가활동, 명상과 같은 마음을 챙기는 행위는 우울증을 예방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며 “노년기에는 통상적으로 우울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긍정적인 마음과 적극적인 활동을 유지하는 태도와 생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년기 우울증 예방법
1.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정신건강검사 받기.
2. 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하기.
3. 인간관계나 취미활동이 유지되도록 꾸준히 관리하기.
4. 긍정적 사고와 즐거운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