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2700까지 오른다는 주식… “사둘까”
연말 2700까지 오른다는 주식… “사둘까”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04.24 11:18
  • 호수 4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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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책상 앞에 짤막한 주식 관련 기사가 붙어 있다. 과연 그럴까 확인해보기 위해 한 달여 전에 붙여 놓은 것이다. 기사에서 한국타이어 계열사인 FWS투자자문의 박상운(54)대표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기대되는 주식시장은 한국이다. 연내에 코스피가 2700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한 사람뿐이 아니다. 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최근 올해 2분기 중 기준금리 추가 인하와 경기 선행지표 개선을 예상하며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2200으로 제시하면서 최고 2700선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정말 2700선까지 오를까. 만약 그 정도가 된다면 코스피 대표 주식인 삼성전자는 모르긴 몰라도 200만원을 넘나들 것이다.
요즘 주식시장이 활황이다. 코스피 지수는 이미 2170선을 넘어 역사적 고점(2228.96)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코스닥지수도 7년 3개월 만에 700선을 돌파했다. 미국의 다우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1만 8000, 5000을 넘어섰다.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는 수치다. 일본 닛케이 지수도 15년만에 2만을 넘어섰다. 일본 무역수지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된 영향이 크다.
이번에 상승장에서 가장 빛나는 주식은 아모레이다. 중국 매출이 해마다 30~40%씩 뛴 덕에 주가가 급상승했다. 작년 초 한 주에 100만원 했던 아모레 주가는 8개월 만에 배가 되더니 3월 16일 300만원을 뚫고 이번에 장중 400만원을 넘어섰다. 황제주이다. 증시에선 100만원을 넘어가면 황제주라고 부른다. 1999년 SK텔레콤 주가가 증시 사상 처음으로 100만원을 넘기며 이 액수가 황제주의 기준이 됐다. 그런데 아모레주식은 조만간 액면분할을 해 황제주로 불리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상황이 이쯤 되니 너도나도 주식 한번 해볼까 하는 분위기이다. 기자도 호기심이 동한다. 하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장밋빛 전망을 믿고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눈물을 머금고 싼값에 주식을 정리하고 나온 '상투'의 추억을 여러 차례 경험한 탓이다. 역시나 이미 과열된 시장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펀더멘탈 대비 너무 빨리 올랐으며 여전히 잠재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단기적인 흥분은 경계한다”고 지적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호재(좋은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 강세장에선 투자하지 않았다. 대신 남들이 다 팔고 나오는 약세장에 값이 떨어진 좋은 주식을 찾아 거금을 투입하는 역발상 투자로 세계 최고 갑부의 반열에 올랐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자니 어딘지 나만 손해라는 느낌이 든다. 주식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장에선 ‘장기투자’를 권한다. 미국 월스트리트 역사상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꼽히는 피터 린치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마젤란펀드를 운용하면서 2700%의 경이적인 누적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단 한해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지 않은 이 펀드에 가입한 고객 중 절반은 손실을 봤다. 단기투자에 의존한 투자방식 때문이었다.
피터 린치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주식을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을 용기와 인내심이 없다면 평균 수준의 투자자에 불과하다”며 “20년 정도면 역사적으로 볼 때 가장 심각했던 조정을 겪고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기간”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헝가리 출신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앙드레 코스톨라니도 “단기투자는 기업의 가치와 성과를 고려하지 않는 투기이고 노름이다, 장기투자는 모든 주식 거래 중 최고의 결과를 낳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연말 코스피 2700’이라는 믿기지 않는 예측이 사람 마음을 붕 뜨게 하지만 블루칩(우량주)을 사 수년간 묻어두는 것도 은행 금리 2% 시대의 바람직한 재테크일 수 있다. 주식 전문가 말대로 장기투자는 쪽박만은 면할 듯싶다. 그러나 10년, 20년 뚝심 있게 기다린다는 건 노인에게는 ‘갈 길은 먼데 해는 지는’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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