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가 불편한 세 가지 이유
‘세월호 사고’가 불편한 세 가지 이유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05.15 11:18
  • 호수 4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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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가 여전히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가 세월호 유족 등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세월호 유족과 세월호국민대책회의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4·16연대가 따로 민간조사기구를 만들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 세 가지가 불편하다. 광화문네거리를 지날 때마다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광경이 하나이고, 무슨 일만 터지면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것이 두 번째이며, 마지막은 ‘세월호 집회=폭력 시위’다. 1년 전부터 이순신 동상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세월호국민대책회의. 유족들의 아픔에 동조하려던 마음도 이들을 보는 순간 싹 달아나버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을 대표하는 역사적인 거리가 볼썽사나운 싸움판으로 전락하는 걸 왜 보고만 있는 걸까.
최근 서울대 교수들이 이에 대한 해답을 들려주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치 시스템이 틀렸고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 못했다는 것이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는 ‘세월호가 묻고 사회과학이 답하다’는 제목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토론자로 나선 강원택 교수(정치외교학부)는 “세월호 유가족이 광화문 이순신 동상 밑에 1년째 있고 건너편에는 이에 항의하는 보수 단체들이 텐트를 치고 대치하는 모습이 세월호가 얼마나 정치화됐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폐쇄되고 독점화된 정당정치가 이를 해결하기보다 더 부추겼다”고 했다. 세월호 사고가 정치인들에 의해 정략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박종희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세월호 참사의 정치화 과정은 한국 정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면서 “사회적 충격과 파장이 전례 없이 컸고 곧이어 6·4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가 열리면서 급속히 정치화됐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사고 발생과 구조과정에 대한 정보를 정부와 해경이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다이빙벨, 에어포켓, 대통령의 사고인지 시점 등에 대한 음모론이 퍼져나간 것이 참사의 정치화를 부추긴 중요한 사회 심리적 기반”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가 국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배경을 잘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사건·사고마다 대통령을 걸고넘어지는 기현상과 관련, 강원택 교수는 “송전탑 문제든 진주의료원 사태든 모든 사건의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는 게 우리 정치의 특성”이라면서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는 정치를 분권화하고 독점·폐쇄된 정당정치를 개혁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4월 1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 역시 우려했던 대로 결국은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을 폭행하는 등 법과 질서가 실종된 무법천지가 돼버렸다. 세월호 집회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늘 난동 장으로 변질되는 이유는 전문시위꾼들이 그 안에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최근 세월호 관련 불법 폭력집회와 시위를 주동한 혐의로 박래군 세월호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박씨는 세월호 일부 유족과 세월호국민대책회의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4·16연대 상임운영위원도 맡고 있다. 그는 두 단체가 세월호 1주기를 전후해 서울 도심의 각종 집회를 여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5월 5일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당신의 태도에서 철면피한 괴물의 모습을 보아왔다… 차디찬 얼음덩어리 야수의 얼굴을 보았다”고 썼다. 박씨는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을 지냈고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시위와 관련해 벌금 300만원의 유죄 선고를 받았다. 제주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시위, 광우병 시위 집회, 이라크파병 반대운동에도 참가했다. 다른 이들도 별로 다를 게 없다. 뭐든 정부를 공격할만한 사안이 발생하면 늘 보던 이들 수백개 단체들이 연합했다면서 국민대책회의니 하는 조직을 만들고 거리 집회, 도심 투쟁을 주도해왔다. 경찰은 앞으로 박씨처럼 불법시위에 직접 가담한 사람 뿐 아니라 집회를 주최한 단체 대표들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순수한 목적의 집회에 정권 타도와 정부 전복을 꾀하려는 불순 세력이 끼어드는 불행한 사태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당장 내일부터라도 광화문거리를 지날 때 어우선한 깃발 대신 싱그러운 봄 햇살이 눈에 들어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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