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군 2인자 현영철 고사총 처형설… 北 ‘공포정치’ 계속되나
김정은, 군 2인자 현영철 고사총 처형설… 北 ‘공포정치’ 계속되나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5.15 11:21
  • 호수 4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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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공포정치가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신호탄으로 북한 내 군 2인자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까지 처형하는 등 숙청이 다반사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은 “지난 4월 30일 북한 군부 서열 2위인 현영철(66) 인민무력부장이 비밀리에 숙청됐다”고 5월 13일 밝혔다. 현영철은 4월 28일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한 뒤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상태다.
한기범 국정원 1차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이 현영철을 체포한 지 3일 만에 평양 순안구역 소재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사총(대공기관총)으로 총살됐다는 첩보가 있다”고 보고했다. 고사총은 북한이 전투기 등 항공기를 격추시키기 위해 보유한 구경 14.5㎜의 대공화기로, 고사포로 불릴 만큼 위력적인 무기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은 다만 현영철이 고위 간부임에도 북한의 공식 발표가 없고, 이달 들어 북한 TV가 방영한 김정은 기록영화에서 현영철 모습이 삭제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처형 사실을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숙청 사유는 김정은 체제가 본격 출범한 시기와 맞물려 개정된 ‘유일영도 체계 10대 원칙’을 위반한 혐의인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반역죄로 처형됐다는 첩보도 있으나 모반 가능성보다는 ‘불경’과 ‘불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정원은 “김정은에 대한 불만 표출과 군 관련 지시를 수차례 불이행하고 태만히 한 상황에서 김정은 연설 도중 졸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영철은 김정은 집권 이후 한때 대장(별 4개) 위인 차수 계급까지 오르며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등을 지낸 군부 실세다. 지난해 6월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됐고, 국방위원회 위원과 당 정치국 위원을 지낸 고위 인사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핵전쟁 불사 발언까지 하는 등 북한 군부 내 김정은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당 정치국 결정이나 재판절차도 없이 바로 숙청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마원춘(59) 국방위 설계국장과 변인선(69) 총참모부 작전국장, 한광상(58) 당 재정경리부장 등 핵심 실세들이 올 들어 잇따라 숙청당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들은 현영철과 더불어 김정은이 후계자로 낙점 받는 시기에 발탁된 인물이다.
마 국장은 병원 및 보육원 건설 등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인민생활 향상’ 관련 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순안공항 건설 시 “공항을 주체성과 민족성이 살아나게 건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질돼 일가족과 함께 양강도 지역 농장으로 보내졌다. 한 부장은 김 제1비서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등 역시 최측근 인사로 분류됐으나 최근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은 3월 이후 공식석상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숙청된 변 국장 또한 김 제1비서의 핵심 군사 참모로 활동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서는 올 들어서만 차관급인 임업성 부상과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 등 15명의 고위직이 처형되는 등 김정은 체제 이후 3년 동안 70여 명의 고위간부가 총살된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이 같은 행태는 허약한 권력 기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집권 4년차를 맞는 김정은은 국정운영을 실질적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여전히 김정일 체제에서 성장한 권력 집단과 시스템에 의존해 정권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권력 기반이 허약하다 보니 핵심 간부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면서 숙청과 총살이라는 충격요법을 남발하고 간부들에 대한 집중 감시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공포정치는 독재자의 전형적인 통치 수법이다. 정통성이 취약하거나 권력 기반이 확고하지 않을수록 충격과 공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김 위원장은 2011년 말 부친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서른 살도 채 안 된 나이에 권력을 승계했다. 가차 없는 처벌에 의존하는 통치 행태는 여전히 체제가 불안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포정치가 엘리트들의 반감이나 동요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국정원 관계자는 “간부들이 사적인 대화에서 속내를 표출하는 정황이 많이 포착되고 있다”며 “간부들 사이에서 내심 김정은의 지도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공포정치에 의존하는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이 단시간에 바뀌진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이러면 내부 불만을 잠재우고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도발 가능성은 커지기 마련이다. 북한의 이상 징후가 급변사태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나 이를 포함한 모든 경우의 수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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