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혈세를 ‘생활비’·‘유학비’로 쓰는 국회의원들
국민 혈세를 ‘생활비’·‘유학비’로 쓰는 국회의원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05.22 11:40
  • 호수 4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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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혈세가 한없이 새고 있다. ‘백세시대’ 468호 세상읽기에서 지자체 시·도 의원들이 국민이 낸 세금으로 관광성 해외연수를 빈번히 다녀오고 유급 보좌관까지 두게 된다는 사실을 우려했다. 이번 호엔 국회의원, 공무원들 얘기다. 이들 역시 국민의 돈을 ‘주머니 쌈짓돈’ 쓰듯 하고 있다.
작가 김홍신, 한승수 전 국무총리 등은 우리나라 최고의 직업이 ‘국회의원’이라고 했다. 왜 그러나 했더니 홍준표 경남지사와 신계륜 새정치연합 의원이 답을 콕 찍어주었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홍 지사는 “국회 운영위원장 할 때 매달 대책비로 나온 4000∼5000만원 중 쓰고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줬다”고 말했다. 신 의원도 “아들 유학자금으로 썼다”고 했다.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돈이 국회 대책비다. 국회 대책비란 명목은 실재론 없다. 한 의원은 “국회가 무슨 대책을 할 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대신 특수활동비라는 세목이 있는데 이걸 통상 대책비라고 쓴다. 이는 국회 주요 직책의 판공비 성격의 돈이다. 1년에 80~90억원 된다. 국회의장과 부의장, 여야 원내대표, 18개 상임위원회, 각종 특별위원회 등에 지급된다.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여당 원내대표에게는 월 5000만원(연간 6억원) 정도 지급된다. 하지만 본인들은 정확히 잘 모른다고 대답한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나는 마누라에게 갖다 준 적이 없다”고 웃어넘겼다. 이를 담당하는 국회 사무처 운영지원과도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언론사마다 다르겠지만 월급 외에 교통비 조로 지급되는 ‘취재비’가 있다. 한달 20만원 내외이다. 기자들은 이 돈에 대한 영수증을 꼬박꼬박 챙기느라 번거로움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에 반해 미래창조과학부·외교부 등 정부 각 부처는 1조원에 달하는 돈을 영수증 처리 없이 맘대로 쓰고 있다. 이들 부처들은 매년 8300억원 가량을 영수증 없는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13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예산 342조 5000억원 중 8728억 7200만원이 특수활동비로 책정됐다.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23개 기관 중 국가정보원이 4566억 29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방부(1643억 1800만원), 경찰청(1180억 34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청와대는 256억 6900만원을 사용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모든 정부 부처에 특수활동비가 편성되는 건 아니다. 국정원·국방부·법무부·경찰청·국세청과 같은 정보 수집 및 사건수사 기관이 주로 사용한다.
현행법상 특수활동비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무한정 허투루 쓰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는 카드 사용이 원칙이고, 결산 시 사용 내역에 대한 증빙자료는 제출해야 하지만 특수활동비는 특별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현금 사용이 가능하고 건별로 결산하는 게 아니라 총액으로 결산이 이뤄지면 그만이다. 법에서 정한 정보, 사건수사 등의 목적이 아닌 개인 용도로 전용해도 이를 걸러낼 방법이 없다.
기초연금 20만원도 많다며 소득에 따라 깎고, 그나마 상위 30%는 주지 않으면서 소중한 국가 예산을 개인의 생활비, 유학비 등으로 대주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국회는 당장 특수활동비에 대한 대대적인 제도개선대책을 마련해 국민 혈세의 낭비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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