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점인 줄 알았는데 진단해보니 ‘피부암’
보통 점인 줄 알았는데 진단해보니 ‘피부암’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5.22 13:34
  • 호수 4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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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암 증상과 치료법

점이 울퉁불퉁하고 여러 색깔 보이면 악성흑색종 의심
오랜 자외선 노출이 주원인… 통증‧가려움증 없는 경우 많아

김금자(여·76‧가명) 어르신은 최근 왼쪽 뺨 부위에 작은 상처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이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은 김 어르신은 상처치료 연고만 바를 뿐 통증도 없고 크게 불편한 점이 없어 그러려니 지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상처가 낫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커지고 부풀어 오르더니 2.5㎝ 정도 크기의 혹이 생겼다. 자식들의 성화에 못이긴 김 어르신은 주변 대학병원 피부과를 찾아 조직검사를 했다. 그 결과, 별것 아닌 줄로 알았던 상처는 피부암의 일종인 ‘편평상피세포암’으로 진단돼 정상적인 피부를 포함해 넓은 부위를 절제해야만 했다.
최근 자외선 노출이 많아지면서 우리나라 피부암 환자가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광욕을 즐기는 유럽과 호주 등에 비해 피부암이 적게 발생하던 한국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곳이 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5년간 전체 피부암 실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악성 흑색종을 포함한 피부암 환자 수는 1만980명(2009년)에서 1만5826명(2013년)으로 44.1%나 증가했다. 2013년 악성흑색종의 유병률은 10만명당 7.4명, 악성흑색종을 제외한 기타 피부암(편평상피세포암, 기저세포암 등)은 10만명당 23.6명이었다.

▲ 피부암은 단순한 점으로 오인하기 쉬워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기 때문에 점의 색과 크기가 변하고 상처가 자주 나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사진=강북삼성병원 제공

피부암의 원인은 오랜 자외선 노출, 만성적 피부 자극이나 각종 발암성 화학물질 노출, 바이러스 감염, 유전적 요인 등 다양하지만 그중 자외선 노출이 가장 큰 원인이다. 따라서 평생 야외에서 농사일을 하는 어르신들이 피부암 위험성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
60대 이상에서 가장 많이 발생되는 악성흑색종은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 내는 멜라닌 세포의 악성화로 생긴다. 일부 악성흑색종은 항암치료도 잘 듣지 않고 뇌와 척수로 전이될 수 있어 늦게 발견하면 사망 위험이 크다. 특히 가려움이나 통증 같은 자각 증상이 없어 방치되기 쉽다.
반면, 비흑색종으로 분류되는 편평상피세포암, 기저세포암 등은 조기에 발견하면 레이저치료가 가능하고 전이가 잘 되지 않아 늦게 발견하더라도 수술만 잘하면 거의 완치된다. 경우에 따라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가 요구되기도 한다.
피부암은 대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90% 이상 완치되지만 치료시기를 놓치면 신체의 다른 부위로 전이될 수 있으므로 의심되는 병변이 있으면 반드시 피부 조직검사를 받아야 한다.
흑색종은 발바닥, 손바닥, 손발톱 밑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보통 까만 점 형태를 띠는데 정상 피부에도 생기지만 원래 자신의 몸에 있던 점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몸에 이상한 점이 새로 생기거나 원래 있던 점의 색깔이 달라지고 커지는 경우, 피부 속으로 혹이 만져지고 이유 없이 피부가 헐고 진물이 나면 병원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일반 점은 중심점부터 균등하게 성장하기 때문에 대부분 좌우 대칭적 형태를 보이고, 가장자리의 곡선 모양이 매끈하며 색깔도 균일하다. 또 대부분 크기가 6㎜를 넘지 않는다. 반면 흑색종은 가장자리가 울퉁불퉁하고 들쭉날쭉하며 두 가지 이상의 다양한 색조와 음영을 띤다. 특히 흑청색과 흰색, 적색을 보일 때는 악성흑색종일 가능성이 크다.
비흑색종인 기저세포암은 강한 자외선에 자주 노출되는 코 주위나 눈 밑에 발생해 눈에 더 잘 띈다. 대부분 수술로 완치되고 내부 장기로 전이가 잘되지 않는다. 편평상피세포암은 피부뿐만 아니라 점막에서도 발생하며 햇볕에 손상된 피부에서 흔하게 발생된다.
피부암은 아니지만 햇볕에 손상된 피부에 분홍색이나 적색 반점이 나타나면 피부암 전 단계인 광선각화증일 가능성이 있다. 광선각화증은 습진으로 오인하기 쉬운데 피부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피부암 수술은 암을 완전히 절제해 재발을 방지하고, 수술 후 눈·코·입과 같은 안면의 뒤틀림을 최소화하면서 흉터를 최대한 남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기저세포암의 경우는 0.5~1㎝, 편평세포암은 1~3㎝, 악성흑색종은 2~3㎝ 이상의 정상조직을 함께 제거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넓은 면적의 피부를 절제하면 피부이식을 받게 되는데 이때 치료기간이 길어지고 흉터가 남으면 대인관계가 위축되고 우울증이 생겨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요즘에는 피부암 주위 조직의 변형과 흉터를 최소화하기 위해 피부과, 성형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관련 진료과 간의 협진을 통해 수술하기도 한다. 수술 후에는 테이핑이나 자외선 차단제와 같은 전문적인 흉터 관리가 필요하며, 3개월 주기로 초음파 검사를 통해 피부암 재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피부암의 주원인은 햇볕이기 때문에 평소 자외선 차단제만 잘 사용해도 피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 또 태양광선이 강한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 사이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더워도 소매가 있는 얇은 옷, 긴 바지, 모자 등을 착용하는 게 좋다. 또 물에 젖은 옷이 자외선을 더 잘 막아줄 것 같지만, 사실은 물기가 많을수록 자외선 차단 효과가 떨어진다.
이준영 대한피부과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은 “피부암은 피부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통한 조기치료가 필요하지만 환자 대부분이 이상이 있는지 조차 감지하지 못해 제때 진단을 못 받고 있다”며 “조기 발견을 위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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