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자도 졸린 ‘기면증’, 약물치료 받아야
충분히 자도 졸린 ‘기면증’, 약물치료 받아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5.29 14:11
  • 호수 4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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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장애 증상과 예방법

수면장애 내버려두면 고혈압‧치매 등 불러… 교통사고 원인도
수면무호흡증‧하지불안증 등 다양… 수면다원검사 받아야

김용호 씨(61)는 최근 대낮에 시도 때도 없이 피곤하고 졸음이 쏟아졌지만 단순한 춘곤증으로 여겼다. 그러던 중 차를 몰고 가다가 순간적으로 조는 바람에 도로변 가드레일에 부딪쳤다. 천만다행으로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주변에서 검사를 권했다. 병원을 찾은 김씨는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람은 일생의 3분의 1을 잠을 자며 보낸다. 그만큼 잠은 우리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김 씨와 같이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진단받은 사람의 숫자는 26만여명(2009년)에서 38만여명(2013년)으로 4년 새 50% 이상 증가했다.
수면장애는 인구의 약 20% 이상이 경험한 적이 있거나 앓고 있는 매우 흔한 질환으로, 여러 가지 개인적, 사회적 문제를 초래한다.
수면장애를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면역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우울증, 불안증과 같은 정신질환과 자율신경계 이상을 초래해 고혈압, 당뇨병, 치매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도 쉽다.

◇수면무호흡증, 돌연사 원인
수면장애의 종류에는 수면무호흡증, 불면증, 하지불안증후군, 기면증, 몽유병, 수면과다증 등이 있다. 이 중 수면무호흡증은 잠을 자는 동안 20~30초 가량 숨을 쉬지 않는 증상이 5번 이상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수면 중 숨을 잘 못 쉬면 십중팔구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이럴 경우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체내 산소 공급이 어렵게 돼 낮 동안 피로감,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느낌, 아침 두통, 무기력감, 중력과 기억력 저하, 우울감 등을 유발한다.
특히 장기간 방치하면 당뇨,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난다. 호흡이 순간적으로 정지되기 때문에 저산소증을 초래하거나 심하면 뇌경색, 심근경색, 고혈압 등을 일으켜 자칫 돌연사할 수도 있다.

◇불면증, 낮잠 피하고 규칙적인 생활해야
불면증도 수면장애에서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이다. 일주일에 3~4회, 혹은 3일 이상 연속적으로 잠들지 못하면 불면증으로 본다. 잠을 못자는 상태가 3주 이상 지속되면 만성불면증으로 발전하는데 심리적 불안, 우울증, 잘못된 생활 습관 등이 원인이다. 불면증 환자는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잠들어도 자주 깨며,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양상을 보인다.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을 일정하게 정해두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낮에는 짧은 시간이라도 햇볕을 쬐고, 오후 3시 이후 30분 이상 낮잠을 자는 것은 금물이다.

◇잠잘 때 다리 ‘찌릿’도 수면장애
하지불안증후군은 50세 이후 여성에게 잘 나타나는 증상으로, 자려고 누웠을 때 다리가 이유 없이 불편하고 간지럽거나 전기가 오는 것처럼 찌릿찌릿하고 무거운 느낌이 드는 수면장애의 일종이다. 다리에 느껴지는 불편감에 대해 환자들은 ‘전기가 흐르는 느낌’,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하지만 통증까지 호소하지는 않는다.
체내에 철분이 부족하거나 뇌 속에서 분비되는 도파민 체계 이상, 신부전증이 있을 때 하지불안증이 나타나는데, 대개 야간에 심해지며 다리를 움직이거나 주물러 주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기면증, 과다수면증의 일종
기면증은 야간에 6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을 취함에도 낮에 심한 졸음을 호소하는 과다수면증의 일종이다. 낮 동안 졸음 외에도 감정적으로 흥분할 때 근육에 갑자기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脫力發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수면마비(가위눌림), 잠들 무렵 환각 증상 등이 동반될 수 있다.
기면증은 심한 졸음으로 운전 중인 사람에게 사고 위험을 높이며 시야가 흐려지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증상을 초래한다. 이 경우,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우울증, 만성피로 증후군, 코골이, 주기성 사지 운동증(자는 동안 팔다리가 움직이는 증상) 등 기면증을 유발하는 다른 수면 질환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약물치료와 동반 증상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이 같은 수면장애의 진단을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수적이다. 이 검사는 환자가 일정한 시설이 갖춰진 수면검사실에서 실제로 6~7시간을 자면서 수면상태에 대한 종합적인 검사를 받는다.
이 때 수면 중의 뇌파, 눈동자 움직임, 신체 근육의 긴장도, 호흡, 다리 움직임, 자세 등을 다양한 감지기를 통해 측정하며 이를 토대로 수면장애의 특성과 수면장애의 심한 정도를 평가하여 치료방법을 결정한다.

◇알코올 섭취도 숙면 방해
수면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절한 수면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낮에 조금 피곤하더라도 낮잠은 30분 내외로 제한하고 잠들기 4~6시간 전에는 커피와 녹차 등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을 피해야 한다. 평일에 자지 못한 잠을 휴일에 몰아서 자려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평소 숙면 습관을 방해하는 원인이 된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 역시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이다. 잠이 안온다고 수면제를 남용하는 것도 수면장애를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홍일희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잠을 잔다는 것은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라 낮에 쌓인 마음과 육체의 피로를 풀고 기억 등 고등 인지기능을 강화시키는 기능을 한다”며 “수면 장애가 발생하면 이런 과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수면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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