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공의 땀과 눈물 얼룩진 구로공단 다시 본다
여공의 땀과 눈물 얼룩진 구로공단 다시 본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5.29 14:25
  • 호수 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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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 ‘가리봉오거리’ 전
▲ 이번 전시에서는 과거 구로공단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사진은 ‘여공의 방’ 전시장의 모습.

3평 크기 쪽방 ‘벌집’, ‘나포리다방’ ‘백양양품’ 명소 재현 눈길
여공 유니폼 땀 냄새도 맡을 수 있어… 야학 현장 보면 ‘뭉클’

“그때 공장 다니던 여자애들이 저런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
임낙현(71), 김정주(71) 어르신은 지난 5월 22일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 전시된 ‘여공의 방’을 들여다보며 이런 대화를 나눴다. 공장에서 일하던 여자 근로자로 시작된 두 사람의 이야기는 당시 생활상으로 이어졌다. 1982년도에 여공들이 하루 종일 일해도 3000원도 못 벌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두 어르신들은 오래도록 그 시절 향수에 빠져들었다.
구로공단 탄생 50주년을 맞아 구로공단 주요장소와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기획전이 열린다. ‘가리봉오거리’ 전이 7월 12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가리봉동 벌집에서 직접 철거해온 문짝을 활용하고 당시 노동자들의 삶을 조명하는 등 생생한 자료를 소개한다. 구로공단 노동자들이 공개한 다양한 생활사 자료와 사진, 인터뷰를 한데 모은 것 또한 이번 전시의 관람 포인트.
전시는 크게 구로공단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모습을 소개하는 ‘구로공단 속으로’와 G밸리로 탈바꿈한 현재의 모습을 집중 소개하는 ‘G밸리’, 구로공단과 예술을 접목한 작품을 선보이는 ‘구로아날로그단지 만들기’로 구성된다.
‘구로공단 속으로’에서는 1964년 구로공단이 탄생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함께 구로공단 전성기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공장‧벌집‧가리봉시장‧야학‧노동운동 등 구로공단 사람들의 주요한 삶의 현장을 재현했다.
‘조장 임명장’ ‘근속상’ 등 구로공단 노동자가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소장품을 비롯해 ‘생산성향상운동 반대 유인물’ 등 공장 생활을 증언하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 라인별로 밤낮 없이 돌아갔던 공장의 고된 생활을 짐작해 볼 수 있다.

▲ 구로공단에서 생산한 제품들

또 1970~90년대 의류, 전자, 인쇄제품 등 구로공단 소재 업체가 생산한 상품군이 전시돼 구로공단이 경공업 생산기지로 톡톡한 역할을 했음을 잘 알게 해준다.
특히 인상적인 건 벌집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시골에서 올라온 구로공단 노동자들은 2~3평 정도 되는 쪽방이 30~40개씩 모여 있는 ‘벌집’에 살았다. 오늘날 이런 벌집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지만 몇몇이 남아 중국동포들의 숙소로 사용되고 있다.
전시에서는 곧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가리봉동 133-52번지’에서 문짝을 직접 철거해 와 벌집을 당시의 모습처럼 생생하게 꾸몄고 여공들이 살던 방의 모습도 일부 재현했다. ‘여공의 방’은 여공 유니폼에 깃든 땀 냄새까지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여공들의 방을 통해서 서울 생활을 시작한 여공의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고단함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화려한 쇼핑몰들이 들어서 있는 ‘아웃렛사거리’는 ‘1985년 구로동맹파업’을 주도한 대우어패럴이 있었던 노동운동의 역사적 현장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소장한 구로공단 관련 노동운동의 방대한 자료들과 함께 서통(가발업체)에서 활동했던 한 노동운동가의 개인 소장 자료(일기, 수감 당시의 편지 등), 경찰서의 조사기록(복제) 등을 선보인다.

▲ 1991년 발행된 노조소식지.

또, 학생운동, 노동자문예운동 및 노동자선교 등 80년대에 일었던 노동자 연대활동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엄혹했던 시기 노동자의 권리와 인간다운 삶을 찾기 위한 고된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으로 당시 노동자들의 투쟁기를 보여준다.
다방‧분식점 등 구로공단 노동자들에게 기쁨의 공간이었던 장소를 방문해 보는 것도 이번 전시의 묘미다. ‘나포리다방’ ‘백양양품’ 등 현재도 그 상호를 이어가고 있는 가리봉동의 명소가 전시실에 재현된다. 또한 노동자들이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었던 공간인 야학과 산업체특별학급도 둘러보다보면 주경야독을 통해 국가 발전을 이룬 당시 노동자들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1997년 구로첨단화계획 이후 구로공단은 지식기반산업 위주로 업종 전환을 거쳐 2000년 ‘서울디지털산업단지’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됐다. 현재는 서울의 대표 오피스타운이 된 이곳을 전시에서는 오피스타워의 안과 밖을 입체적으로 엿볼 수 있는 ‘맵핑영상’으로 그린다. 다양한 시선의 사진을 통해 디지털단지를 입체적으로 둘러볼 수 있다.
구로공단의 대규모 봉제업이 점차 사라지면서 인근 독산동에 소규모 하청작업장이 생겨났다. 의류브랜드 본사에서 디자인된 옷은 독산동 큰길 및 골목의 공장에서 제작돼 G밸리의 패션아웃렛들을 비롯해 전국으로 유통된다. 전시에서는 옷 하나가 독산동에서 제작돼 G밸리로 유통되기까지의 과정을 실물 의류와 제작영상을 통해 선보인다.
사회적협동조합 자바르떼, 구로는예술대학, 금천미세스이제 등은 구로공단을 소재로 이곳을 추억할 수 있는 예술작품을 만들었다. 이들의 재치 있고 매력적인 작품은 구로공단에 대한 헌사처럼 느껴진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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