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찬란하게 소망 담아낸 서민들 그림 솜씨
오색찬란하게 소망 담아낸 서민들 그림 솜씨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6.05 13:47
  • 호수 4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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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아람누리미술관 ‘우리 문화의 멋과 민화’ 전
▲ 전시에서는 옛 민화와 현대작가들이 그린 민화 작품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사진은 이희중의 ‘풍류기행’(2009).

꽃‧새‧동물 소재로 그려진 옛 민화부터 현대 입체 작품 등 소개
팝아트적인 ‘풍류기행’, 캐리커처처럼 인물 그린 ‘죽림아회도’ 눈길

일간지 등에서 주요 이슈를 한 컷으로 통렬하게 풍자하는 ‘시사만평’은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정치인‧사회지도층을 향한 소시민들의 소망과 바람을 담고 있는 만평은 익살스런 그림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통쾌하게 풀어주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서민들의 바람을 반영해 화려한 색감으로 표현한 일종의 ‘시사만평’이 있었다. ‘민화’ 이야기다.
서민들의 생활이 녹아 있는 ‘민화’를 주제로 한 전시가 인기를 끌고 있다. 화제의 전시는 9월 20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우리 문화의 멋과 민화’ 전이다.
민화는 궁중회화와 사대부의 그림을 토대로 회화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민중들이 자신들만의 예술세계로 창조한 것을 말한다. 특히 자유로운 시점과 변형된 원근법, 비례감과 입체감의 무시 등은 현대미술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전위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한국회화연구에서 민화는 문인화의 그늘에 가려 오랫동안 소외됐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가 주목한 이후 빛을 보기 시작했고 197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조명을 받았다. 최근에는 민화를 소재로 한 컬러링북이 등장하는 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민화에서 다뤘던 주요 소재인 ‘꽃과 새’, ‘동물’, ‘산수’, ‘인물’, ‘문자’, ‘책가’ 등 여섯 섹션으로 구성됐다. 옛 민화와 현대작가들이 그린 민화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현대작가들은 민화의 소박함과 해학,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구성에 영감을 받아 자기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꽃들이 피어난다. 꽃은 빛깔이나 모양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그윽한 향기도 간직하고 있어 예로부터 민화의 소재로 꽃을 많이 이용했다. 부귀영화를 뜻하는 모란꽃이 가장 많이 그려졌고, 군자를 상징하는 연꽃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대작가 작품 중에 민화의 알록달록한 색감을 극대화하고 ‘이야기’ 요소를 더해 사람들의 삶을 표현한 홍지연의 화조도(花鳥圖)가 특히 눈에 띈다. 그의 작품 ‘사건의 재구성’(2014)은 새와 꽃, 물고기 등이 등장하는 작품인데 제목 때문인지 금방이라도 큰 사건이 벌어질 것 같은 묘한 긴장감을 풍긴다.
우리 선조들은 동물에는 신령스런 힘, 벽사축귀(辟邪逐鬼)가 있다고 믿었다. 벽사란 해롭고 사악한 것을 물리친다는 뜻이고, 축귀란 귀신을 쫓아낸다는 의미이다. 가장 대표적인 그림이 ‘까치와 호랑이’ 그림이다. 까치와 호랑이 그림에는 소나무가 함께 그려져 있는데 소나무는 정월을 상징한다. 여기에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까치와 용맹의 상징인 호랑이를 함께 그려 정월에 악귀를 물리치고 상서로운 소식을 전해준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 서희화의 ‘HAPPY-화조도’(2009).

불로장생을 기원하는 십장생도도 즐겨 그려졌다. 전시에서는 서희화의 ‘장생’을 주목할 만하다. 민화를 플라스틱을 이용해 입체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민화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잘 어우러져 있다. 그는 장생 외에도 여러 입체 민화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의 작품들은 밋밋할 수 있는 전시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린 산수그림은 사진이 없었던 시절 산과 흐르는 계곡물을 집안에 두고자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산수그림은 실제 풍경 보다는 유명한 그림을 모방해 작가의 상상력을 첨가시켜 그려냈다. 산수그림 가운데는 옛날그림이라고 하기에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한 그림도 있다. 작자 미상의 ‘산수-1-018’ 8폭 병풍은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카메라로 찍은 것 같은 사실적인 표현이 일품이다. 이희중의 ‘풍류기행’(2009)도 눈길을 끈다. 지팡이를 든 선비들이 벚꽃, 진달래 등 화려한 봄꽃이 핀 산천을 유랑하는 모습을 상상해서 그린 이 작품은 팝아트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색깔로 재미를 더했다.
또 민화에서는 중국 소설 삼국지의 관우, 제갈공명 등과 같은 유명 인물의 이야기나 구운몽, 춘향전 등과 같은 소설 속 주인공이 많이 등장했다. 이런 인물그림은 예술성이나 장식적인 성격보다는 줄거리의 표현에 중점을 두고 그렸으며,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보다는 옛 사람들의 정신세계와 당시의 풍속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 서 의미가 더 깊다. 전시에서는 서은애의 죽림아회도(2012)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나무 숲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는 선조들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인데 시사만평에 나오는 인물처럼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캐리커처를 연상케 하는 익살스런 표정이 압권이다.
이와 함께 민화에는 책거리도 자주 등장한다. 책거리는 책과 그 주변에 있는 문방사우를 비롯해 선비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물건을 함께 그린 그림을 말한다.
초기에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문인들과 상류층의 서가 분위기를 반영했던 그림이 민간으로 확산되면서 서가가 없이 책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물품을 그린 책거리 그림이 그려졌다. 전시에서는 임수식의 ‘책가도330’(2014)를 관심 있게 볼만하다. 다양한 사람들의 책꽂이를 사진으로 찍어 한지에 바느질로 엮어 낸 이 작품은 도서관을 떠올리게 한 만큼 방대한 책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관람료 5000원. 만 65세 이상 무료.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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