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떨리고 입 꼬리 움찔하면 ‘안면마비’ 가능성
눈이 떨리고 입 꼬리 움찔하면 ‘안면마비’ 가능성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6.19 13:52
  • 호수 4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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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오는 ‘안면신경마비’ 증상과 치료법

과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주 요인… 얼굴 굳어지고 말하기 힘들어
대상포진 후유증인 경우 오래 가… 평소 안면근육 푸는 운동을
마비증상 발생 직후 치료 받는 게 중요… 3주 넘으면 회복 늦어

서울에 사는 정모 씨(62)는 얼마 전 갑자기 눈이 파르르 떨리는 증상을 겪었다. 돌연 생긴 증상에 당황한 정 씨는 단순한 피로누적이겠거니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러나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도 눈 떨림 증상은 계속됐고, 광대뼈 부위와 입 꼬리로 떨림 증상이 번져나가는 등 떨림의 강도가 점점 세졌다. 결국 걱정이 된 정 씨는 병원을 찾아갔고 안면신경마비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위 사례처럼 누구나 갑작스럽게 눈 떨림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안검경련, 혹은 눈 떨림은 몇 초 간 혹은 수분 간 갑작스럽게 눈 주변이 파르르 떨리는 증상을 말한다.
가벼운 정도의 눈 떨림 증상은 충분한 휴식과 영양을 공급해주면 자연스럽게 치유되지만 눈 떨림이 수일간 지속되고 눈가와 광대뼈 주변에 무거운 감각이 발생하면 안면신경마비의 전조증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구안와사라고도 하는 안면마비는 대표적인 안면신경장애 질환으로 안면부 근육의 운동과 일부 감각 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얼굴신경에 내외부적 요인으로 이상이 발생해 유발되는 질환이다.
특히 △얼굴 한쪽에 마비 증상을 보이거나 근력이 떨어지는 증상으로 눈을 감기 어려운 경우 △얼굴이 쳐져서 표정을 짓기 어려운 경우 △얼굴이 강직되고 한쪽으로 끌어당기는 느낌이 있는 경우 △혀의 앞쪽에서 맛이 느껴지지 않는 경우 △말하기가 힘든 경우 △마비된 쪽에서 소리가 과민하게 들리는 경우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안면마비를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 중추성 안면신경 마비와 말초성 마비

◇말초성 마비 환자 많아
안면마비는 크게 뇌졸중(중풍)이나 뇌경색 등 뇌내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중추성 마비와 말초신경계에 원인이 있는 말초성 마비로 나뉘며 그 발생 빈도는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중추성 마비와 말초성 마비는 서로 다른 증상을 보이는데, 중추성 마비는 입 주위 근육의 마비만 보일 뿐 눈이나 이마의 근육은 마비되지 않으나 말초성 마비는 눈과 입이 모두 마비 증상을 보인다. 이러한 원칙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는 뇌졸중과 벨마비를 감별하는 중요한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말초성 마비는 별다른 지병 없이 급성으로 찾아오는 벨마비와 대상포진 후유증으로 찾아오는 람세이헌트 증후군으로 크게 나뉘는데, 환자 10명 중 7명은 벨마비에 속한다. 벨마비성 안면마비는 보통 과도한 스트레스와 피로누적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안면마비 초기에 귀나 귀 뒤쪽에 통증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마비 증상 전에 귀 뒤쪽이나 귀 내부에 통증이 있었다면 예후가 좋지 않은 람세이헌트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으며 반면에 이 같은 증상 없이 안면마비가 나타날 경우는 단순한 벨마비일 가능성이 높다.
벨마비는 예후가 좋아 4~6주 내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고 후유증이 남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람세이헌트 증후군은 회복에 6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되며 치료 후에도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많다.

◇안면경련 등 후유증 주의
안면마비는 치료를 한다 해도 다양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후유증에는 불완전하게 회복돼 마비가 남는 것 외에도 마비가 회복되면서 서서히 안면경련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고, 입을 벌리면 눈이 감기는 ‘동시 운동증’, 식사할 때 눈물이 나는 증상 등 여러 형태가 있다. 이러한 후유증이 일어나는 원인은 안면 신경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신경 기능이 잘못되기 때문이다.
이승환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회복되지만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안면마비가 생기면 초기에 스테로이드제나 항바이러스제 등의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이러한 약물 치료는 3주 이내인 초기에 사용하면 회복이 빠르고 후유증을 줄일 수 있지만 안면마비가 발생하면 우선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에 당황하지 말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마비가 회복되기를 기다려 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후유증 심하면 수술이나 주사치료 고려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줄 정도로 후유증이 심하다면 수술이나 주사치료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얼굴이 비대칭적이고 눈을 감거나 웃을 때 얼굴 모양이 일그러진다면 성형외과적인 수술로 부분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신경 자극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주는 ‘미세혈관 감압술’을 시행해야 한다.
안면 경련이 심하거나 ‘동시 운동증’으로 불편이 많다면 보툴리눔 독소주사를 이용해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것은 안면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고 3~5개월 간격으로 반복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평소 윙크하기나 휘파람 불기, 껌 씹기, 입 벌려 웃기 등 안면 근육을 사용하는 연습을 하면 안면 경련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를 장시간 사용할 경우 눈의 피로가 누적되고, 얼굴 근육이 경직될 수 있기 때문에 눈 주위를 마사지해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도 좋다.
이 교수는 “60대 이상 노년층은 뇌혈관의 탄력이 줄어 구부러지고 뇌신경과 접촉·압박하게 돼 신경막이 자주 손상되고 안면 경련의 발생 빈도가 급격히 높아진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먹고, 입고, 자는 기본적인 영역에서부터 바른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면마비는 치료시기가 늦어질수록 치료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증상이 보인다면 빠른 시일 내에 병‧의원을 통해 마비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후유증이 나타날 경우에도 낙심하지 말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꾸준히 치료한다면 좋은 예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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