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를 외면하는 일본
한국차를 외면하는 일본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06.26 16:38
  • 호수 4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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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우리나라 차를 몇 대나 사갈까. 답을 알면 다들 깜짝 놀랄 것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팔린 한국차는 겨우 77대. 올 들어선 5월 현재 12대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작년의 경우 2만 4000여대의 일본차를 샀다. 올해는 5월 현재 1만대를 넘겼다(한국자동차산업협회).
일본은 왜 우리나라 차를 사지 않는 것일까. 차를 잘 못 만들어서 일까. 그렇지 않다. 요즘 현대 기아차는 미국·독일 등 세계적인 자동차협회의 성능시험에서 최고의 성적표를 받는다. 독일 명차 메르스데스 벤츠·BMW를 능가하기도 하고 일본의 자존심 도요타·렉서스 등을 누르기도 한다. 중국·브라질 등에선 한국차가 독일·일본차와 대등한 인기를 누린다. 일본이 한국차의 성능, 외관 등이 뒤떨어져 차를 사지 않는다고는 볼 수 없다. 전 세계에서 인정하는 한국차를 일본만이 외면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들의 머릿 속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우월감 때문이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일본의 지배를 받은 열등한 민족이고 한국의 근대화도 자기들이 한수 가르쳐준 덕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한국차가 제아무리 탁월한 성능을 가졌더라도 일본인의 눈에는 역시 한수 아래인 한국인이 만든 한국차일 뿐이다. 아마 위의 77대도 한국기업 현지법인이나 재일동포가 사간 것일 가능성이 크다.
아베 신조 일본 수상이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지 않고 고노 담화를 무시하는 등 자기 멋대로 역사를 부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한국에 대한 우월감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과거 역사에 대한 사과를 기대하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주일대사를 지낸 유명환 전 외교부장관(현 한·일포럼 회장)은 “아베 총리가 종전 70주년을 맞아 발표할 아베 담화에 너무 큰 기대를 거는 건 오산이다. 일본 우익들은 ‘일본이 전쟁 피해자’라는 피해의식이 있다. 아베 총리도 정치인으로서 지지기반과 본인의 소신이 있다. 이걸 버리고 완전히 입장을 바꾸는 건 정치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은 일본을 혐오하고 우습게 본다. 아마 세계에서 일본을 우습게 보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거기엔 치욕스런 식민지배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 패배감 등이 복잡하게 섞여 작용한다. 그러나 인정할 것도 있다. 두 나라의 각종 지표를 보면 엄연한 선진국과 선진국 진입을 앞둔 나라다. 2013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일본 4조 9196달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조 3026억 달러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한국이 2만 5920달러, 일본이 4만 6330달러이다. 국력의 바로미터인 인구(한국 5000여만명, 일본 1억 2000여만명)와 국토 면적(한국 10만 150㎢, 일본 37만 7960㎢)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두 나라의 무역불균형도 엄청나다. 2010년 대일무역적자는 361억달러(약 40조원)였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지난 50년간 누적된 대일적자는 5000억달러(약 550조원)이다. 이 같은 갭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일본을 같은 레벨 선상에 두거나 부분적 우월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올해는 한·일수교 50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 두 나라가 지리한 자존심 대결을 버리고 정상끼리 만나 한·일 관계 정상화를 이루어야 할 시점이 왔다. 국제무대에서 일본을 무시해 얻을 이득은 별로 없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50주년 기념행사에 교차 참석해 축사를 했다. 서먹했던 두 나라의 관계가 바닥을 쳤다는 징조다. 정상화를 위한 골든타임이다. 이때를 놓치면 회복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빠질지 모른다. 아베도 수교행사 다음날 태평양전쟁 오키나와 전투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일한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 관계 개선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정상회담으로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한·일 관계가 정상화 된다고 해서 국제무대에서 일본이 우리 편을 들 것이란 기대는 금물이다. 그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얼마든지 우리를 이용·배신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들과 협상 테이블에 임할 때마다 ‘한국 차를 죽어도 사지 않는 나라’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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