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쌓여 생기는 화병, 그냥 참으면 중병된다
분노 쌓여 생기는 화병, 그냥 참으면 중병된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6.26 17:26
  • 호수 47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병 증상과 예방법

처음엔 짜증 늘고 한숨 쉬다 메스꺼움‧식욕 장애로 나타나
방치하면 우울증‧공황장애로 악화… 운동‧취미 등으로 다스려야

양 모 어르신(70)은 요즘 분노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오는 짜증은 말할 것도 없고, 자꾸 신경질적이고 예민해져 간다. 특히 맞벌이하는 자식들이 맡기고 간 손주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아무 일도 할 수 없자 울화통은 더욱더 커져갔다. 아무에게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 속으로만 삭이던 중 얼마 전부터 속까지 메스껍고 가슴이 답답해 병원을 찾았는데 ‘화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화병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문화 관련 증후군의 하나로, 별일 아닌 듯 지나치기 쉽지만 심하면 고혈압이나 중풍 등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주로 중년 이후 여성들에게서 많이 발생하고 일반 인구의 유병률은 4~5% 정도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여성 암으로 투병 중인 환자들도 화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화병은 주로 심리적 문제로 발생하는데, 오랫동안 참았던 울화, 분노 등이 쌓여 있다가 나이가 들고 정신적·신체적으로 약해져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을 때 폭발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화병으로 진료 받은 환자 수는 연평균(2011 ~2013년) 11만5000명에 달한다. 미국정신의학회는 지난 1995년 이 병을 ‘한국민속증후군’이라 분류하고 질병 분류표에 ‘Hwa-byung’(화병·火病)’으로 정식 표기하기도 했다.

◇화병으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증상
화병은 주로 외부적 요인으로 발생하는데, 개인의 성격적 특성상 속상함, 억울함, 분함, 증오 등의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고 담아둬 문제가 발생한다. 1차적으로는 정신적인 증상이, 2차적으로 신체적 증상이 나타난다.
정신적 증상은 사소한 일에도 짜증과 신경질을 내는 등 예민한 상태가 지속되며, 분노와 화를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공격적인 성향이 매우 강해진다. 이유 없는 한숨이나 우울감도 1차적 증상에 속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2차적으로 나타나는 신체적 증상으로는 온몸에 열이 나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목이나 가슴이 조여 오는 답답함 등이다. 속 쓰림, 메스꺼움 등으로 식욕 장애나 소화 장애를 겪기도 하며, 심하면 만성적 분노로 고혈압이나 중풍 등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평소에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느낌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 △얼굴이나 가슴에 열이 올라오는 느낌 △명치에 무언가 뭉친 느낌 △억울하고 분한 느낌 △갑자기 화가 나고 분노가 치미는 느낌이 6개월 이상 나타난다면 화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너무 화가 나고 속이 상할 때 잠깐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화병 증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생활에 방해를 일으키기 시작한다면 우울증으로까지 진행이 된 것은 아닌지 한 번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상황이 좋아지고 나서도 화병 증상이 지속되거나 화병 증상 때문에 늘 해 오던 생활이 달라지기 시작한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봐야 한다.

◇운동·취미 등으로 스트레스 관리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운동 등이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줄 수 있으며, 취미 생활 역시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기만 하는 것도 증상을 악화시킬 수가 있으므로 가족이나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음식도 화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 연뿌리는 비타민C가 풍부하고 맺힌 열독을 풀어주며 연꽃열매인 연자육은 신경쇠약, 노이로제, 두근거림에 효과적이다.
무는 식이섬유, 비타민C, 엽산, 칼슘·칼륨 등 미네랄이 풍부해 소화를 촉진하고 독을 풀어주는 데 좋으며 귤껍질은 비타민C와 구연산이 풍부해 피로를 회복시켜준다.
반면, 알코올과 카페인은 오히려 중추신경조절을 어렵게 만들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금해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질병의 초기에 치료를 시작해서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다. 항우울제를 통한 약물 치료는 우울감 등의 증상을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호전시킬 수 있으며, 동반된 신체 증상 역시 약물로서 치료할 수 있다.
화병 치료가 특히 중요한 것은 화병이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증, 강박증과 같은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화병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신체의 자율 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고혈압, 중풍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자연스럽게 해소되겠지’하는 안이한 생각은 금물이다.
노만희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화병을 막기 위해서는 평소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법을 익혀 가슴속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며 “화가 날 때 즉시 화를 내지 말고 천천히 화를 다스리는 것이 화병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노 회장은 “화병은 누구나 한 번쯤 가질 수 있는 가벼운 질환으로 여겨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며 “스스로 혹은 가족의 도움으로도 풀기 어렵다면 정신과 전문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고 강조했다.

화병 예방법
1.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운동
2. 취미 생활 통한 스트레스 관리
3. 대화 통해 자신의 감정 적절히 표현
4. 부정적인 감정 억누르지 않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