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연구로 살펴본 한국인의 장수문화
학계 연구로 살펴본 한국인의 장수문화
  • super
  • 승인 2006.08.2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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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世長壽 꿈★은 이루어진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평균수명 증가와 함께 백세장수인도 늘고 있다. 장수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한 추세.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7일 발표한 ‘2006년 세계보건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평균 수명은 73세, 여성은 80세로 나타났다. 미국(남 75세, 여 80세), 영국(남 76세, 여 81세)에 가까운 수치다. 2003년 세계보건보고서에서 추산한 한국 남녀의 평균수명 75.5세와 비교하면 3년 만에 1.5세가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의 장수 국가가 됐다는 반증이다.

장수촌의 환경요인


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 의료기술 발달과 식생활 개선 등으로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100세 이상 장수노인도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년 12월말 기준 주민등록상 100세 이상 장수인은 2,221명으로 장수지표가 되는 인구 10만명당 백세인 수는 4.7명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가운데 백세인 비율은 1990년 0.08%에서 2000년 6.8%로 크게 늘었다.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10만명 당 10명이 백세인이고, 일본 오키나와는 무려 33.6명이 백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노화 및 세포사멸연구센터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이정재 교수 팀이 지난 2000년부터 전국 100세 이상 노인들을 방문, 면접 조사해 장수노인의 특성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결과 과거 남해안과 제주도 등 특정지역에 한정됐던 장수지역이 백두대간을 기준으로 해발 200~300m 이상 중간층 산간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교수팀의 연구결과 인구 10만명당 100살을 넘긴 백세인 수는 전북 순창이 29명으로 가장 높았다. 순창에 이어 전남 보성, 경북 예천이 28명으로 전국 두 번째 장수촌으로 나타났다. 이어 전남 곡성·영광·함평, 경남 거창은 27명, 전남 담양 25명, 전남 구례·경북 산청이 24명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장수촌의 핵심지역은 전라도로 밝혀졌다.


이들 지역에서 백세 장수인이 많은 것은 기온과 강수량, 고도, 상수도 보급률, 1인당 도로연장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이정재 교수팀의 연구결과 상수도 보급률이 낮을수록, 1인당 도로연장 길이가 길수록, 산업생산량이 낮을수록, 농가당 경지면적이 많을수록, 연평균 기온이 따뜻할수록 그리고 1인당 의사수가 많을수록 노인인구비율이 높았고, 장수할 확률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화시키면 도시지역보다는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노인이 장수할 확률이 높다는 결론이다.


거주지역의 환경과 더불어 장수인의 식습관 등 생활패턴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백병원 권인순 교수가 강원도에 거주하는 90세 이상 장수노인 82명과 전 국민 영양조사에 포함된 80대 노인을 비교한 결과 강원도 장수노인은 일반 노인에 비해 흡연 및 음주비율은 물론 만성질환 유병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국민 당뇨병 유병률이 7~8% 수준인데 비해 강원도 장수노인의 경우 당뇨병이나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또 80~89세 일반노인 90%가 관절통을 앓는 반면 강원도 장수노인은 34%만이 관절통을 호소했다. 이밖에 전 국민의 25%가 고혈압인데 반해 강원도 장수노인은 4.1%만이 해당됐다.

백세인의 생활습관


권인순 교수를 비롯해 서울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 박상철·김철호 교수 등 장수관련 전문학자 6명이 공동 연구한 ‘백세인의 의학적 특성’에 관한 자료만 살펴보아도 생활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장수 전문학자들의 연구결과 노화과정에는 유전·환경·생활습관이 관여하고, 이 가운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생활습관이 수명의 20~30%를 결정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제7일 안식일 교인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적절한 식습관, 운동, 체질량 지수, 금연을 유지한 교인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0년을 더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음식은 칼로리가 적은 것이 노화를 막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실험쥐를 대상으로 칼로리가 30% 적은 식이실험을 했을 때 노화가 지연될 뿐만 아니라 30% 이상 수명이 연장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당뇨, 심장병, 뇌의 퇴행성 질환, 암 등 노화관련 질환에도 더 강한 면역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식 가운데 보쌈(밥 포함, 1,180kcal), 부대찌개(밥 포함, 640kcal), 삼계탕(633kcal) 등의 칼로리가 높은 반면 생등심구이(290kcal), 불고기(1인분 250g, 300kcal), 돌솥밥(385kcal), 콩나물밥(400kcal) 등은 칼로리가 낮은 음식이다. 이밖에 초밥(39~151kcal), 죽(194~315kcal)은 저칼로리 음식에 속하는 반면 피자(1,120kcal), 돈까스(980kcal) 등 양식류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에 속한다.


한남대 식품영향학과 이미숙 교수가 최근 100세 이상 노인인구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임의로 남자 8명, 여자 55명 등 100세 이상 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자의 63%는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살았고, 담배를 피우는 경우는 22.6% 불과했다. 또 74.6%는 술을 마시지 않았고, 마시는 경우도 하루 1회 이하(61.6%), 소주잔 1잔 이하(54.6%)가 많았다.

 

특히 응답자의 83.9%는 틀니를 하지 않는 등 치아 건강상태가 매우 좋았다. 수면시간은 8~10시간(75.8%), 11~15시간(21.0%)으로 잠을 충분히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활동영역은 집밖(44.4%), 집안(23.8%), 방안(31.87%) 등으로 조사됐다.


유의할만한 사실은 응답자의 77.4%가 보약, 영양제, 건강식품을 먹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이밖에 응답자 전원이 식사시간을 규칙적으로 지키고 있었고, 77.4%가 냉수를 주기적으로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음식과 짠음식을 좋아한다는 응답은 각각 93.6%, 65.1%로 나타났고, 매운 음식 52.4%, 튀긴 음식은 37.1%만이 좋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단은 밥+국(찌개)+반찬으로 구성된 경우가 61.2%로 가장 많았고, 밥+반찬 27.9%, 밥+국(찌개) 8.2% 등의 순이었다.


좋아하는 식품군으로는 채소류 96.8%, 두류 90.5%, 해조류 88.9%, 과일류 79.4%, 버섯류 79.4%, 생선류 73.0%인 반면 육류는 63.5%, 젓갈류 43.9%, 튀김류 41.3%에 그쳤다. 육류보다는 채소류가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다.

 

지난 2004년 10월 전남 순창군에서 열린 ‘국제 백세인 심포지엄’에 참석한 미국 조지아대 심리학과 레너드 푼 교수는 “미국에서도 백세인 가운데 흡연자는 거의 없고, 음주량은 약간 정도, 뚱뚱하지 않고 체중의 증감을 반복하지도 않으며 신체활동을 많이 하면서 우울증을 겪지 않는다”고 요약했다.

 

또 “장수는 30%만이 유전적인 요인이 결정하고, 나머지 70%는 생활습관이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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