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조 시인, 자택 헐어 문화예술공간 만들었다
김남조 시인, 자택 헐어 문화예술공간 만들었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07.17 14:09
  • 호수 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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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신달자 시인 등 개관식 참석, 장사익 씨 노래로 축하
▲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새롭게 문을 연 문화공간 ‘예술의 기쁨’. 원안은 김남조 시인.

빌라와 단독주택으로 가득 찬 서울 효창동에 세련된 현대식 건축물이 들어서자 골목 풍경이 바뀌었다. 원로시인 김남조(88)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1955년부터 살던 집을 헐어내고 새롭게 예술문화공간을 지었다. 건물의 용도답게 이름도 ‘예술의 기쁨’이다. 7월 14일 오후, 김남조 시인은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신달자 시인 등 예술·문화계 인사들을 초청해 개관식을 겸한 ‘김세중 조각상’ 시상식을 가졌다.
김남조 시인은 “우리 부부는 나름 좋은 시절을 누렸고 사회적 은혜를 받았다”며 “60~70명의 김세중 조각상 수상자를 비롯해 모든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근의 빌라로 생활 터를 옮긴 김 시인은 지난 3년 동안 벽돌 한 장 한 장 쌓는 마음으로 건물을 완성했다. 집터와 건축비 등 약 50억원의 사재를 털었다.
민현식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설계한 연면적 234평, 2층짜리 건물은 대·소형 전시실과 담소공간, 공연장, 옥상자갈공원 등이 들어서 있다. 흰색으로 칠해진 벽면엔 조각 작품들이 눈에 보일 듯 말 듯 걸려 있어 시인의 예술적 취향이 드러난다. 크고 작은 창을 통해 푸른 하늘과 다른 방의 전시물을 엿볼 수 있다. 눈길을 끄는 건 수령 600년 된 상수리나무. 원래 설계에선 나무를 베는 것이었으나 결국 설계를 수정, 중정을 만들어 나무를 보존했다. 10여m 높이의 가지에서 섬세하게 돋아난 나뭇잎들이 이 고목을 ‘젊은 나무’처럼 싱싱하게 보이게 했다.
주위에서 건물의 이름을 김 시인의 남편이자 조각가의 이름을 따 ‘김세중 미술관’으로 짓자고 했으나 김 시인은 전시를 비롯 시낭송회, 연극, 음악회, 출판기념회 등 여러 장르의 예술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직접 이름을 지었다. 또, 조각가의 작업공간도 원형대로 보존하자는 것을 “미래 세대를 위한 공간을 열겠다”며 사양했다. 김세중 조각가(1928~1986)는 서울대 교수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냈으며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 동상을 제작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개관식에서 “인생을 진검승부에 비유하자면 살면서 진짜 칼을 함부로 쓸 수는 없다”며 “그러나 오늘은 새집에서 칼집 속에 있던 예술의 진검을 빼 마음껏 휘두르기를 바란다”고 축하했다. 장사익 씨가 ‘봄날은 간다’ 등 회포 가득한 노래를 부르자 흥분된 장내 분위기가 차분히 가라앉기도 했다.
시상식에서 윤석남(김세중 조각상)·이완(김세중 청년조각상)·김홍희(한국미술저작·출판상)씨가 각각 수상했다. 김 시인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세중기념사업회는 외부의 도움 없이 29년째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들에게 상을 수여해오고 있다.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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