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신규 대출 시 ‘원금+이자’ 함께 갚아야… 가계 부채 줄이려는 고육책
내년부터 신규 대출 시 ‘원금+이자’ 함께 갚아야… 가계 부채 줄이려는 고육책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7.24 11:38
  • 호수 4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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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까다롭게 될 전망이다. 빚 갚을 능력을 깐깐하게 따져 빌려주고, 빌려준 돈은 처음부터 원리금(원금+이자)을 나눠 갚도록 정부가 유도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주부, 노인 등의 무소득자나 소득 입증이 쉽지 않은 자영업자들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게 된다.
정부는 지난 7월 22일 1100조원에 이르는 가계 빚에 대응하기 위해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과 합동으로 ‘가계부채 종합 관리 방안’을 내놨다. 정부가 주택 시장 활성화 명분으로 대출규제를 풀며 ‘빚내서 집 사라’고 유도한 지 1년 만에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정부의 종합 관리 방안에 따르면, 대출 잣대를 ‘담보’에서 ‘상환 능력’으로 바꿨다. 대출자의 실제 소득을 정확히 입증할 수 있는 소득세 원천징수영수증이나 소득금액증명원 같은 자료가 대출 기준이 되는 것이다.
별도의 소득자료 확인 없이 최저생계비를 소득으로 활용했던 불합리한 대출관행도 개선된다. 현행대로라면 최저생계비 활용 시 4인기준 연소득 2000만원으로 추정해 10년 만기 1억원 대출이 가능하다. 또 상환능력을 따질 때 신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외에 기존 마이너스대출, 신용대출의 원리금 부담까지 함께 감안해 평가하게 된다.
상호 금융 등 제 2금융권의 상가‧토지 담보 대출 기준 역시 깐깐해진다. 현재 제 2금융권에서는 부동산 담보가액의 60~80% 범위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 금융사 재량 가산비율이 줄고 담보인정 최저한도가 낮아지면서 담보 인정비율은 50~70%까지 축소된다.
빚도 가급적이면 처음부터 나눠 갚아야 한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거치 기간’(이자만 먼저 갚는 기간)이 최고 5년에서 1년 이내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대출받은 시점으로부터 1년 안에 원금 상환을 시작해야 한다.
정부는 은행 스스로 주택대출 지침을 만들어 내년 1월부터 이를 적용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대출받는 사람 입장에선 곧바로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아야 해 초기 부담은 커지지만 대신 은행에 내야 할 이자는 줄어든다.
돈 빌리는 것을 이렇게 까다롭게 만들려는 정부의 취지는 급증세를 보이는 가계부채를 억제하려는 데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같은 여건 변화로 시장 상황이 나빠져도 돈을 빌려간 가계나 개인이 부실해지지 않도록 미리 대응하자는 것이다.
이번 대책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다수의 전문가는 가계의 원금 상환 부담이 당장 늘어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내수에 부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는 “원금을 갚아나가면 대출 기간 동안 부담해야 하는 총 이자액이 감소하므로 장기적으로는 소비에도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부채를 감당하기 힘든 ‘부실 가구’가 많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가구가 112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의 부채 규모는 모두 143조원에 달한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금리가 계속 오르면 부실 가구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또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대출의 67%를 차지하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집값이 떨어지면 빚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원리금을 나눠 갚는 가계대출 등에 초점을 맞추고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잡은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계대출을 적절히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만으로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무분별한 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가계부채 규모를 계속 줄여나가야 한다.
성장을 통한 선순환 구조도 무시할 수 없지만 빚 때문에 우리 경제가 견디기 힘든 한계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대비책을 단단히 세워야 하는 것이다.
결국 경제를 살려 일자리와 소득을 늘리는 방법 외엔 대안이 없다. 보다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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