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세차, 수입·활동 보장할 노인일자리로 뜬다
실버 세차, 수입·활동 보장할 노인일자리로 뜬다
  • 정찬필 기자
  • 승인 2015.09.04 14:22
  • 호수 4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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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대화노인복지관 ‘실버카 클리닉’
▲ ‘대화 실버카 클리닉’은 어르신 특유의 꼼꼼함과 철저한 분업화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은세차 작업에 한창인 어르신들의 모습. 왼쪽부터 박삼랑, 남영좌, 이복수 어르신. 사진=조준우 기자

복지관 주차장에서 물 안쓰는 세차서비스… 꼼꼼한 작업에 주민들 호평
월·수·금 하루 4시간 일하고 첫달 20만원 받아… 향후 수입 더 늘듯

“어서 오세요! 차키는 안에 두시면 됩니다.”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 대화노인종합복지관 지하주차장에서 씩씩한 인사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화 실버카 클리닉 세차장’에서 근무하는 박삼랑(74)어르신의 목소리다. 지난 8월 3일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지역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됐다.
‘실버 세차’사업은 최근 새로운 어르신 일자리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힘들지 않으면서 교육 과정도 짧은 편이다. 어르신들의 관심도 뜨겁고 만족도도 높다. 시간배분과 분업화를 통해 하루 2교대로 일할 수 있고 한번에 2~3명이 작업한다. 차량 두세대를 주차할 수 있는 지하 주차장에서도 쉽게 시작할 수 있다. 굳이 대로변이나 시내 한복판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대화 실버카 클리닉’은 한 달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4명으로 시작한 인원도 9월중 10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기존 세차장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대화노인복지관은 지난 4월부터 일자리 사업을 기획했고 어르신들이 비교적 쉽게 일할 수 있는 세차 업종을 선택했다. 복지관 지하에 작업장을 마련한 까닭에 일반 세차장처럼 물을 사용할 수 없었다. 대신 압축 공기로 먼지를 날리고 친환경 약품을 사용하는 새로운 세차 방식을 도입했다.
고양시에 거주하는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지원자를 모집했다. 7월에는 전문가를 초빙해 보름동안 세차 요령과 방법을 교육했다.
이용요금은 소형차의 경우 1만원이며 중형차와 승합차는 각각 1만5000원과 2만원이다. 100% 예약제로 이뤄진다. 복지관에서 판매하는 이용권을 구입해 고객이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서비스 받는 방식이다.
어르신들은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15만원의 기본 급여를 포함해 세차 대수에 따라 추가 수입을 올린다. 예를 들어 소형차를 세차해 만원을 벌면 이를 4명이 나누는 형태다. 다만 총 수입의 5%는 청소용품을 구입하거나 각종 비품을 구입하는 운영경비로 사용된다. 어르신들은 일주일에 3일(월·수·금)동안 하루 4시간씩 일한다. 1명은 경리 업무를 담당하고 3명이 세차 작업을 진행한다. 지난 8월에는 각각 2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수입은 다소 적은 편이지만 첫 달 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액수다.
박삼랑(74) 어르신은 “세차를 마치고 차를 돌려줄 때가 가장 기분 좋다”며 “차를 보면 주인의 성격이나 운전스타일을 알 수 있다. 엔진룸을 열어 소모품의 마모 상태를 확인해 주거나 차량 관리 팁을 귀뜀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작업은 오전 10시부터지만 일과는 오전 9시부터 시작된다. 출근하자마자 어르신들은 구호에 맞춰 가볍게 몸을 푼다. 몸을 사용하는 일이다보니 관절이나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기계 장비에서부터 물기제거용 걸래까지 작업도구들을 일일이 점검하고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세차 작업은 노동 부담을 줄이기 위해 3명이 업무를 분담해 진행한다. 체계적으로 작업이 이루어지기에 효율이 좋다.
오전 10시가 되자 차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세차에 걸리는 시간은 경차의 경우 40분가량이고 승합차는 한 시간 정도다. 차가 들어오는 시간이 예약돼 있기 때문에 시간 엄수가 생명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작업을 마쳐야 다음 차량을 받을 수 있다.
이복수(67)어르신이 먼저 압축공기를 이용해 흙과 이물질 등 먼지를 제거하고 약품을 이용해 기름때와 얼룩을 제거한다. 이어 차량 내부와 바퀴 청소를 담당하는 남영좌(74)어르신이 해당 부위를 꼼꼼하게 청소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유리와 외부 광택을 담당하는 박삼랑(74)어르신이 부드러운 헝겊으로 마무리 작업을 실시한다. 어르신들의 손이 바쁘게 지나가며 차량 구석구석을 닦아내자 먼지에 싸여 있던 차가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바닦 깔개 세척과 실내 탈취 작업까지 마무리된 차는 다시 주인 품으로 돌아갔다. 땀으로 범벅이 된 어르신들은 이때가 가장 기쁘다.
이날 세차 서비스를 받은 최진묵(41·남)씨는 “어르신들이 세차를 하신다기에 반신반의 했는데 너무도 깔끔하고 친절한 서비스에 놀랐다”며 “꼼꼼하게 구석구석까지 청소해 주셔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2~3대를 세차한다. 손 세차이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힘들지만 어르신들이 느끼는 보람과 즐거움은 크다. 남영좌 어르신은 “예약이 넘칠 때는 식사 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한 대라도 대충 작업할 수 없어 매번 신경 쓴다”고 말했다.
이복수 어르신은“수고했다고 음료수를 건내는 고객부터 아이와 함께 와 고생하셨다고 인사를 하는 고객까지 기분 좋은 경험이 많다”고 말했다.
차량을 다루는 일이다보니 신경 쓸 일도 많다. 흙이나 모래를 확실히 제거하지 않을 경우 흠집이 날 수 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작업하고 도구들도 제 위치에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입소문이 나며 고객이 늘었고 일자리 문의도 많아졌다. 어르신들은 모두 복지관 인근에서 거주하기 때문에 돈독한 유대관계를 자랑한다. 퇴근 후에는 세차 중 일어났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심신의 고단함을 날린다.
대화노인종합복지관의 한예슬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짧은 시간동안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말하며 “앞으로 더욱 사업 규모를 키워 보다 많은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정찬필 기자 jcp@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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