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요’라고 하면 안 돼요… ‘너무 좋다’는 맞는 말
‘안 되요’라고 하면 안 돼요… ‘너무 좋다’는 맞는 말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9.25 10:43
  • 호수 4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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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리기 쉬운 한글 맞춤법과 우리말

오는 10월 9일은 569돌을 맞는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것을 기념하고 우수한 한글을 잘 보존해나갈 것을 다짐하는 법정 공휴일이다. 따라서 단순히 쉬는 날이 아니라 우리말과 이를 담는 한글이 왜 민족적 자긍심의 상징이 됐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고 우리말에 대한 사랑을 되새기는 날이다.

▲ ‘봬요’는 ‘뵈어요’의 준말이다. 어간 ‘뵈’ 뒤에 어미 ‘어’가 붙은 ‘뵈어’의 준말인 ‘봬’ 뒤에 ‘요’가 붙은 형태인 것이다. 그래서 ‘뵈요’가 아닌 ‘봬요’라고 표기해야 정확하다. 사진=영화 ‘좋지 아니한가’

은어‧비속어‧줄임말 남발 등 한글 훼손 심각한 수준 이르러
‘도찐개찐’은 ‘도긴개긴’으로 순화… ‘목단’은 ‘모란’으로 읽어야

그러나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우리말을 되돌아보면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을 정도이다. 욕설이 난무하고 은어, 비속어, 범람하는 외국어, 국적불명의 신조어, 무분별한 줄임말 등 한글 훼손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위험수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한글 경시 풍조도 심각하다. 모양만 한글일 뿐 상호간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일이 다반사다.
이 같은 한글 훼손에는 인터넷, SNS, 방송 등이 복합적으로 일조하고 있다. 현재 한글은 한류 열풍에 힘입어 세계 곳곳에서 널리 쓰이는 언어가 됐다. 이처럼 위대한 언어인 한글을 올바르게 쓰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글날을 맞아 일상생활에서 자주 틀리는 맞춤법과 잘못 쓰이고 있는 우리말을 바르게 알아보았다.

◇최근 추가된 표준어
실생활에선 많이 쓰이지만 그동안 비표준어로 분류됐던 어휘들이 최근 국립국어원에 의해 표준어로 추가 인정되고 있다. 국어원에 따르면 실제 언어생활에서 사용 빈도가 높고 표준어로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은 것들로 표준어를 선별했다.
•도긴개긴: 그동안 ‘도찐개찐’으로 잘못 쓰여온 ‘도긴개긴’은 윷놀이에서 ‘도’로 남의 말을 잡을 수 있는 거리나 ‘개’로 남의 말을 잡을 수 있는 거리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뜻으로,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비슷해 견줘 볼 필요가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6월 ‘도찐개찐’을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고 ‘도긴개긴’으로 순화해 쓰라고 밝히고 있다.
•너무: 그동안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라는 뜻으로 쓰였던 ‘너무’는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 뜻풀이가 달라졌다. 예를 들어 ‘너무 싫다’ 혹은 ‘너무 밉다’ 등의 부정적인 뜻을 강조하기 위해 쓰였던 ‘너무’가 긍정적인 뜻을 강조하는 말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써 ‘너무 좋다’ 또는 ‘너무 반갑다’도 올바른 표준어 표현이 됐다.
•섬찟: 갑자기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고 끔찍한 느낌이 드는 모양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섬찟’은 비표준어로서 ‘섬뜩’으로 써야 했으나 앞으로는 ‘섬찟’도 ‘섬뜩’과 뜻이 같은 표준어로 인정된다. 이는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이 다 같이 널리 쓰이는 경우에는 그 모두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표준어 규정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다. 함께 표준어로 인정된 말에는 이 밖에도 삐치다/삐지다, 굽실/굽신 등이 있다.

◇자주 틀리는 맞춤법
인터넷에서 ‘충격적인 맞춤법’이라는 게시물이 심심치 않게 올라올 정도로 최근 한글 맞춤법 파괴는 심각하다. 가장 큰 특징은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인데 ‘대’나 ‘데’를 헷갈리는 수준을 넘어 최근엔 ‘돼’를 ‘되’라고 적는 사람들이 많다.
•‘돼’와 ‘되’: ‘되다’는 되어, 되니, 되고 등으로 활용되는데 이 ‘되’에 ‘어’가 결합돼 ‘돼’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돼’와 ‘되’를 구분하는 것을 많이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둘을 아주 쉽게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무엇을 써야 할 지 구분이 안 될 때 ‘돼’ 대신 ‘해’를, ‘되’ 대신 ‘하’를 넣어보는 것이 그 방법이다. 예를 들어, ‘그건 안 돼요’와 ‘그건 안 되요’가 있는데 이 때 ‘돼/되’가 들어갈 자리에 ‘해’와 ‘하’를 넣어보면 ‘그건 안 해요’와 ‘그건 안 하요’가 된다. 따라서 맞는 표기는 ‘안 돼요’가 되는데 이 방법을 사용하면 ‘돼’와 ‘되’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낳다’와 ‘낫다’: ‘낳다’는 ‘뱃속의 아이나 새끼, 알을 몸 밖으로 내놓다’라는 뜻이며 ‘낫다’는 ‘병이나 상처 따위가 고쳐져 본래대로 되다’라는 뜻이 있다. 따라서 임산부가 아이를 출산한 경우를 일컫는 말로 ‘아이를 낫다’가 아닌 ‘아이를 낳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바라다’와 ‘바래다’: ‘바라다’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할 때 ‘바래다’를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소원의 의미를 갖는 ‘바람’을 ‘바램’으로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바래다’는 빛깔, 색이 흐려지는 것을 뜻하고 ‘바라다’는 이뤄지기를 원한다는 의미가 있다.
•‘어떻게’와 ‘어떡해’: ‘어떻게’는 ‘어떠하다’가 줄어든 ‘어떻다’에 ‘게’가 결합해 부사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어떻게 생각해?’ 등과 같이 다양하게 쓸 수 있다. ‘어떡해’는 ‘어떻게 해’라는 구가 줄어든 말로, 서술어로는 쓰일 수 있지만 다른 용언을 수식하지는 못한다. ‘나 어떡해’라고 쓰일 순 있지만 ‘나 어떡해 하지’처럼 쓸 수는 없는 것이다. 이때는 ‘나 어떻게 하지’라고 써야 한다. 구분하기 어렵다면 문장의 끝에 올 땐 ‘어떡해’, 문장의 중간에 올 땐 ‘어떻게’라고 기억하면 쉽다.

◇혼동하기 쉬운 한자어 읽기
한자어는 본음 뿐만 아니라 속음으로도 발음된다. 속음은 본음과 달리 일반 사회에서 널리 쓰는 음을 뜻한다. 즉, 발음하기 어려운 소리에 어떤 소리를 더하거나 바꾸어 발음하기 쉽고 듣기 부드러운 소리가 되게 하는 음운현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테면 ‘十月’(십월)은 ‘시월’로 읽고, ‘五六月’(오육월)은 ‘오뉴월’로 읽는 것이 그 예다.
속음과 본음을 어떻게 구별해야 하나 싶겠지만, 한국말을 쓰는 사람이라면 대개 답을 알고 있다. 예컨대 불교용어인 ‘보시’(布施/포시), ‘도량’(道場/도장),‘초파일’(初八日/초팔일)을 비롯해 ‘모란’(牧丹/목단), ‘모과’(木瓜/목과),‘사탕’(砂糖/사당), ‘안녕’(安寧/안령) 등이 그렇다. 이 가운데 자주 틀리는 말로는 ‘困難’(곤난)과 ‘議論’(의론), ‘大怒’(대노), ‘喜怒哀樂’(희로애락), ‘標識’(표식) 등이다. 이들은 각각 곤란, 의논, 대로, 희노애락, 표지 등 속음으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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