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 며느리‧손주가 거북해하는 말 조심… “보고 싶었다” 한 마디면 ‘빙그레’
명절 때 며느리‧손주가 거북해하는 말 조심… “보고 싶었다” 한 마디면 ‘빙그레’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9.25 10:51
  • 호수 4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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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은 가족·친지들과 모여 웃음꽃을 피우는 날이지만 동시에 취업, 결혼, 공부, 진로 등을 걱정하는 어르신들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날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성인과 청소년들은 추석 연휴에 받을 스트레스로, 잔소리를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날 가사 분담부터 종교 문제, 고부간 갈등, 취업‧진로 문제까지 사소한 말 한마디가 일촉즉발의 큰 사건‧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가 운영하는 무료 온라인교육 사이트 ‘홈런’이 지난 9월 1일부터 15일까지 회원 14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맞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혼남녀 응답자의 30.9%(277명)가 명절 후 부부갈등 또는 고부갈등이 발생한다고 답했다.
특히 기혼 여성들은 ‘명절에 가장 듣기 싫은 시어머니의 말’로 ‘얘야, 아범 좀 챙겨라, 야윈 것 같다’, ‘넌 살쪘구나’, ‘내 아들 고생한다’, ‘나 같이 좋은 시어머니 없다’, ‘벌써 가니?’, ‘애 하나 더 가져야지’, ‘집에서 놀지 말고 취직해라’ 등의 말을 꼽았다.
20대는 대체로 대학, 외모, 취업 등의 얘기를 듣기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입학이나 취업 등 인생의 ‘중대사’를 아직 이루지 못한 이들에게 명절은 오히려 고통의 시간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20대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오랜만에 만난 친지에게 안부를 물을 때 금지어를 정한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 설문 조사에서 59.5%가 ‘취업은 했니?’를 꼽았다. 이어 ‘만나는 사람 있니?’ 등의 애인 관련 질문(35.8%)이 뒤를 이었다.
30대는 결혼과 출산 관련 질문을 가장 꺼려했다. ‘결혼은 도대체 언제 할 것이냐’, ‘나이도 적지 않은데 왜 아이를 갖지 않느냐’, ‘몸이 허약해서 그런 것 아니냐’,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냐’ 등의 얘기들이 점점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명절이 힘들고 상처받는 건 비단 성인들만이 아니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어린 손주부터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는 고등학생 큰 손주까지 괴롭기는 매한가지다. 어린 손주들에게는 특히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막 자라나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상처가 깊고 오래갈 수 있어서다.
특히 성적이나 공부 얘기는 묻지도 말고 궁금해 하지도 말아야 한다. 아이가 잘하고 있거나 좋은 소식이 있다면 듣기 싫어도 이미 부모들이 자랑해 익히 알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 거기에 대고 ‘공부 잘하니?’, ‘몇 등 하니?’, ‘특목고 준비한다더니 원서는 냈니?’, ‘어느 학교 다니니?’ 등의 말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손주들 외모에 대해서도 함구하는 것이 좋다. 집안의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 옷차림부터 성격, 몸무게까지 참견하기 좋아하는 어르신들이 ‘넌 왜 이렇게 살이 쪘니’, ‘누굴 닮아 못 생긴거니’ 등 재미 삼아 던지는 공깃돌은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잔소리는 ‘상대에 대한 관심이 담긴 조언’이라고 한다. 그러나 잔소리는 듣는 사람의 무의식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 잔소리하는 사람은 잔소리를 통해 무의식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자아감을 확인하는 반면, 잔소리를 듣는 사람은 무의식에 상처를 받아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기 쉽다. 부모, 친척의 잔소리는 친구, 직장 동료가 하는 것보다 더 상처를 더 입기 쉽다. 가족, 친지들은 ‘내 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잔소리 한마디가 가족 간의 불화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집안 어른들도 배려와 존중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말하는 빈도를 줄이고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한 뒤 이야기하도록 해야 한다. 상대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일수록 말하기에 앞서 신중해야 한다.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단둘이 있을 때 이야기 하거나 편지로 전하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번 명절에는 ‘예뻐졌구나’, ‘오랜만이야. 보고 싶었어’ 등 일상적이면서도 보편적인,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말을 가족들에게 건네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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