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림 받는 이름 바꾸고 싶다” 노년층도 개명 열풍
“놀림 받는 이름 바꾸고 싶다” 노년층도 개명 열풍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11.06 10:44
  • 호수 4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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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명신청 절차와 주의사항

딸 부잣집의 막내딸로 태어난 김미숙 어르신(73)의 호적상 이름은 ‘말녀’였다. 더는 딸을 낳지 말라는 의미로 선친이 지어준 이름이었지만, 이름 때문에 김 어르신은 줄곧 놀림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과거에는 개명이 쉽게 되는 것도 아니고 돈도 많이 들어 그냥 호적과 다른 ‘미숙’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다. 오래 전부터 가족은 물론 친척과 친구들도 김 어르신을 ‘말녀’ 대신 ‘미숙’이라고 불렀다. 그러다 3년 전, 김 어르신은 자식들의 도움을 받아 개명신청을 했고, 법원은 호적상 이름과 실제로 불리는 이름이 다른 만큼 호적상 이름을 고쳐주라는 결정을 했다.

▲ 개명신청에 대한 절차와 비용이 간소화되고 허가율이 높아지면서 개명을 신청하는 어르신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새 이름이 적힌 주민등록증을 받고 기뻐하고 있는 박금희 어르신의 모습. 사진제공=대전시 동구청

지난해 16만명 개명 신청… 50‧60대 ‘수연’, 70대 ‘정숙’ 선호
법무사 도움 없이 직접 신청도 가능… 개명 이유 잘 적어야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이름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부모님이 주신 신체와 유전적인 요인 이외에도 유일하게 내 삶에서 결정돼 있는 게 바로 이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어르신들의 경우, 이름에 대해 일정부분 포기하고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경향이 변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개명신청부터 허가까지의 절차가 어렵지 않게 되면서 새로운 이름으로 인생 이모작을 꿈꾸는 어르신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이름으로 새롭게 인생을 다시 살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개명신청 절차와 주의사항에 대해 알아보았다.

◇개명 허가율 95% …개명절차 쉬워져
대법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이름을 바꿔달라며 법원을 찾는 사람은 매년 16만여명, 하루 평균 430여명에 달한다. 1990년대는 1만여명,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5만명이 채 안 됐던 개명신청이 급증한 것은 2005년 11월 대법원이 개명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부터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이름을 바꾸기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웠다. 어렵게 서류를 갖춰 개명신청을 해도 법원이 퇴짜 놓기 일쑤였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개명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한번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드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명이 훨씬 쉬워졌다. 개인의 행복추구권 보장 차원에서 국민들의 개명신청이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허용하라고 한 대법원 판결 이후부터 절차·비용은 간소화되고, 허가율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명 허가율은 95%에 달한다.

◇50~60대 ‘수연’, 70대 ‘정숙’ 선호
‘개명 바람’은 노년층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12년 개명 허가 후 가족관계등록부를 변경한 사람은 60대가 460명, 70대 321명, 80대 48명, 90대 5명이었다. 50~60대는 새 이름으로 ‘수연’을 가장 많이 선택했으며, 70대는 ‘정숙’을 선호했다.
하경미 법무사는 “요즘에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도 개명이 가능하다”며 “개명이 쉬워지자 황혼의 나이에 개명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름이 촌스러워도 오랫동안 참고 사용해 왔던 어르신들이 이름을 바꾸기 위해 법원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개명신청 절차

개명은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방법과 본인이 직접 신청하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법무사 등을 통한 대행의 경우, 기본서류만 제출하면 알아서 법무사가 처리해 준다. 대신 수임료로 15만~25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직접 신청해 처리할 경우에는 절차가 다소 복잡하다. 개인이 법원을 찾아 개명 신청할 경우 약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개명 신청서 작성 후 인지세와 송달료(약 2만원)를 결제하고, 담당 직원에게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개명신청에 필요한 서류는 개명허가신청서와 첨부서류 등이다. 개명신청서에는 왜 개명을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자세하고 설득력 있게 써야 한다.
첨부서류는 본인 기본증명서(주민등록 초본),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이 필수적이다. 그 외에도 범죄경력조회서를 부가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불순한 목적으로 개명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필수는 아니지만 개명을 하려는 이유에 따라서 사실 입증에 필요한 기타 서류을 첨부하면 개명을 허가 받는데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은 서류가 준비됐다면 개명을 원하는 사람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이나 법원 가정과에 개명을 신청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서울가정법원을 찾아가면 되며, 재외국민이나 국내에 주소가 없는 사람은 등록기준지 관할 가정법원에 신청하면 된다.
허가 신청을 하면 보통 2~3개월 정도 후에 집으로 결정문이 오게 된다. 만약 법원이 개명을 허가하지 않았다면 항고를 해 다시 한 번 법원의 결정에 대해 다투어 볼 수 있고, 항고마저 기각되는 경우에는 대법원에 재항고를 할 수 있다.

◇개명신고
개명신청이 통과된 뒤에도 할 일이 남아 있다. 바로 법원에서 등기우편으로 보낸 개명허가서를 거주지 시·군·구청에 제출해야 하는 일이다. 1개월 내에 허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5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후 동사무소에서 새로운 주민등록증을 만들어야 하고 은행‧신용카드사‧학교‧직장 등에서 바뀐 이름으로 일일이 교체 신청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개명을 진행하면 통상적으로 2~3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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