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미얀마 총선 개표결과 압승… 53년 군부독재 종식 눈앞
아웅산 수치, 미얀마 총선 개표결과 압승… 53년 군부독재 종식 눈앞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11.13 11:17
  • 호수 4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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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넘게 지속된 미얀마 군부독재 시대가 마침내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8일 25년 만에 치러진 자유총선에서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개표 초반부터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말쯤 최종 결과가 나오면 미얀마는 반세기 만에 독재체제에서 벗어나 민주정권 탄생이라는 새 역사를 맞이하게 된다.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따르면, 제1야당 NLD는 12일 오전 개표가 완료된 하원 223석 가운데 179석(80%)을 차지했으며 군부가 지지하는 집권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17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상원에서는 83석의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NLD가 77석(93%)을 차지했으며, USDP는 4석을 확보했다. 나머지 의석은 군소정당들이 차지했다.
이로써 NLD는 개표 중반에 개표 완료된 의석의 85%를 얻어 압승이 기정사실화됐다. NLD가 단독 집권을 하기 위해서는 의석 67% 이상의 확보가 필요하다. 지방의회에서는 개표가 끝난 전체 342석 중 NLD가 280석, USDP가 30석을 얻었다.
미얀마 상하 양원의 664석 가운데 4분의 1인 166석은 군부 몫이다. 총선은 남은 498석에 대한 주인을 찾는다. 이번에는 소수민족 저항세력과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지역에서 투표가 진행되지 않아 이를 제외하면 총 491석이다.
군부 중심의 집권층을 대표하는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NLD에 축하의 뜻을 전하며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약속했다. NLD 또한 대통령이 선거를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협조해 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면서 선관위가 선거 승리를 최종 확인하면 평화로운 권력 이양에 나설 것임을 공언했다.
그동안 미얀마 민주화의 길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1988년 3월 학생 민주화시위 이후 그 해 8월 군부의 무자비한 유혈진압으로 수천 명이 희생됐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영국에서 잠시 귀국한 수치 여사가 NLD를 만들어 민주화운동의 길로 들어선 것도 그 참상을 목격하면서부터다.
1990년 수치 여사가 가택연금 된 상태로 치러진 총선에서 NLD는 80% 이상의 지지를 얻는 압승을 거뒀지만 군사정권은 이를 무효화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2010년까지 세 차례 가택연금을 당했다. 199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시상식에 가지 못했고, 1999년 영국인 남편이 사망했을 때도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군부의 입국불허를 우려해서였다. 2010년 총선은 NLD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참가를 거부해 USDP가 80% 이상 의석을 차지했다.
이번 총선에서 NLD의 집권은 확실시되지만 미얀마의 민주화가 완성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긴 독재통치 기간 군부가 구축해 놓은 권력기반이 워낙 공고하기 때문이다. 군부 출신이 장악한 행정부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면도 있다. 군부는 2008년 자신들이 개정한 헌법에 따라 의석 25%의 군부 할당뿐 아니라 핵심 부처인 내부‧국방‧국경경비 장관의 임명권까지 갖고 있다.
특히 수치 여사는 현행 헌법상 내년 2월로 예정된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 자체가 불가능하다. 미얀마 헌법은 ‘외국 국적의 배우자나 자녀를 둔 국민은 대선에 입후보할 수 없다’는 헌법 조항이 있어 영국 국적의 아들을 둔 수치 여사는 출마가 원천 봉쇄된 상태다. NLD의 압승으로 의회를 장악한다 해도 개헌을 놓고 현 군부와 한판 힘겨루기가 불가피한 것이다.
하지만 군부의 영향력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미얀마 국민의 강렬한 민주화의 염원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시도가 있다면 미얀마 국민과 국제사회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이제 민주주의 첫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수치 여사는 당장 민간정권의 지배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헌법을 바꿔 진정한 주권재민의 나라를 만들고 아시아 최빈국으로 남아 있는 미얀마의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수치 여사와 NLD가 총선 압승의 동력을 잘 이어가면서 개혁을 통해 이제 갓 피어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연착륙시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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