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문화 전도사” 재능기부 나선 시니어들
“우리는 문화 전도사” 재능기부 나선 시니어들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5.11.13 13:41
  • 호수 4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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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전도사로 나선 시니어들의 사례가 사회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사진은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동화구연을 펼치고 있는 동화사랑연구소 ‘시니어동화사랑회’ 회원들의 모습.

권명옥·한남순 부부, 짚공예·전통놀이체험 강습
소화병동 등 돌며 구연봉사 하는 ‘시니어동화사랑회’

그간 문화 복지의 수혜자로만 여겨졌던 시니어들이 문화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전업 주부 혹은 일자리에서 은퇴한 시니어들의 재능기부 활동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 근린공원 민속놀이당에는 초가집이 세워져 있다. 권명옥·한남순 부부는 매일 아침 7시만 되면 이곳의 문을 열고 일과를 시작한다.
부부의 직업은 짚공예 및 전통놀이체험교실 강사. 4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공원에서 동료 강사 8명과 함께 어린이 대상 전통놀이체험교실을 연다.
종목은 새총·딱지치기·투호·고리던지기·제기차기 등 12가지. 강습이 시작되는 오후 3시만 되면 공원이 부모와 아이들로 가득 찬단다. 이뿐 아니라 소쿠리, 방석, 모자 등을 만들어 팔며 제작법을 전수하고 있다.
권명옥(82) 어르신은 이를 모두 총괄하는 책임자이다. 8년 전 공원 인근에 위치한 ‘길꽃어린이도서관’ 김동운 관장의 권유로 우연히 시작한 짚공예가 이젠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됐다. 전통놀이체험교실도 김 관장 덕분에 하게 된 것. 처음엔 무보수 봉사였지만, 김 관장이 강서구청에 건의해 지난해부터 매달 20만원의 보수를 받고 있다.
부부와 강사들은 유치원·초등학교 등을 순회하며 전통놀이 전파에 나서고 있다. 행사가 많은 봄·가을철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난 10월 마지막 주에만 초등학교·유치원·어린이도서관 등 3곳을 방문했다. 권명옥·한남순 부부는 “이 일이 이제 천직이 됐다”며 “죽기 전까지 이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아이들 정서적 지원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여성 어르신들도 있다. 평균연령 60대 이상의 동화사랑연구소 ‘시니어동화사랑회’(이하 동화사랑회) 회원들이다. 80여명의 회원들은 5년전부터 직접 동화를 구성하고, 구연방법을 배워 초등학교·소아병동 등을 돌며 공연봉사를 펼치고 있다.
또 멘토로 결연한 다문화 여성들을 대상으로 동화구연 강사 교육을 해 우리말을 익히는데 도움을 주는 등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2006~2008년 동화사랑연구소 이규원 소장(70·여)에게 전래동화 전수 교육을 받은 이들로, 동화구연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스토리텔러 교육과정을 마친 프로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을 ‘해피할머니’라고 부른다. 2012년부터 매년 어린이날 즈음에 열리는 ‘서울동화축제’에서 ‘해피할머니 동화구연’ 부스를 열고 동화구연 재능기부를 시작한 뒤부터이다.
최근에는 광진구의 마을공동체 사업이자 사회적 경제단체들의 교육프로그램인 ‘동화속 마을여행’에 동참했다. 10월 한 달 간 어린이대공원을 찾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동화구연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올해 4회 시범운영됐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이규원 소장은 “이를 계기로 사업과 함께 우리 동화사랑회가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릴 기회를 잡았다”며 “우리 회원들은 이에 대한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니어들은 ‘음악’을 통해 또래 고령자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충북도노인종합복지관 ‘한마음실버색소폰’ 동아리 회원들은 2012년부터 매주 2회 가량 노인요양원·노인복지관 등을 방문해 색소폰 공연을 펼친다.
이 동아리의 특징은 회원 25명 모두가 65세 이후 색소폰을 잡았다는 점. 복지관 프로그램을 통해 색소폰을 접한 후 공연봉사를 다니고 있다.
동아리에는 음악과 관련한 전문 교육을 받은 이도 있다. 총무인 김영문(73) 어르신이다.
그는 2013년 충청대 실용음학과를 졸업했다. 이는 평소 관심을 갖던 노인복지분야의 일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동아리 회원 대부분은 김 어르신과 같이 공연 봉사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평균 4곡, 많을 땐 6곡 넘게 공연을 하다보면 상당량의 체력이 소모된다. 하지만 회원들은 “아직 레퍼토리가 남았다”며 앙코르 공연 요청을 받아들인다.
지난 11월 3일, 청주 흥덕구에 위치한 카리타스 노인요양원에서도 그랬다. ‘목포의 눈물’ 등 흘러간 옛 노래를 7곡이나 연주했다. 추운 날씨에도 등과 이마는 땀으로 흥건했다. 2시간이 넘는 공연 끝에 김영문 어르신이 응원의 메시지를 던졌다.
“음악을 즐기세요. 그리고 음악을 듣고 건강해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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