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부터 패션까지 복고마케팅이 뜬다
먹거리부터 패션까지 복고마케팅이 뜬다
  • 이진규 기자
  • 승인 2015.11.20 14:16
  • 호수 4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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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운 시절의 추억을 자극하는 복고 마케팅이 한창이다. 사진은교실의 난로 위에 양은도시락을 올려놓은 정겨운 풍경. 사진=연합뉴스

TV드라마 ‘복고물’ 인기 타고 산업으로 확산
1980년대 맛 맥주 선봬… 매장도 옛날 분위기

“아휴, TV를 보면 젊었을 때 즐겨먹던 음식이 자꾸 생각나요!”
서울시 광진구에 사는 송복순(67·여)씨는 방송 프로그램 ‘응답하라 1998’과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보며 80년대의 추억에 빠져살고 있다.
이렇듯 최근 TV방송이 시청자들을 옛 추억에 잠기게 하는 드라마·연예물로 인기몰이를 하는 가운데 식품, 유통, 패션 업종을 중심으로 복고마케팅(Comeback Marketing)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는 계속되는 경기 침체의 늪에서 맥이 빠진 현 세대에게 성장기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심리로 풀이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하는 젊은 층에게 있어 복고 열풍은 중·장년에게 다가오는 추억의 향수가 아닌 신선한 호기심으로 다가오며 하나의 문화로 친숙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올해의 고객 감사 대제전 컨셉을 '복고'로 정하고 개점행사에서 1980년대 당시 사용했던 로고와 글씨체를 넣은 광고 우편 제작물과 쇼핑백을 제작하고 복고풍의 매장연출을 선보였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고객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복고 마케팅을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는 곳은 식음료업계다. ‘추억의 맛’을 내세워 복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십 년 전 판매된 제품을 재출시하거나, 복고풍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이트진로는 1993년 단종된 ‘크라운맥주’를 22년만에 한정판으로 선보인다. 크라운맥주는 하이트진로의 전신인 조선맥주가 1952년부터 1993년까지 생산한 국내 대표 맥주다. 격동의 시대였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그 시절 추억을 회상하고자 하는 중년층과 공감하기 위한 한정판 기획이다.
따라서 최대한 1980년대 후반 크라운맥주 맛에 가깝게 제조하고 디자인도 크라운 왕관을 그대로 재현하여 중장년층에게는 익숙함과 추억을, 젊은층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도록 했다.
뚜레쥬르는 ‘엄마랑 장볼 때 먹던 그때 그 도나쓰’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옥수수 가루를 넣은 찹쌀 반죽을 튀겨 설탕을 바른 도너츠로, 투박한 종이 봉투에 담아 옛 시장에서 먹던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미각을 사로잡는 구수한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중장년층의 큰 호응을 얻어 매장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또한 CJ제일제당은 기존 백설햄에 80년대 디자인을 적용한 ‘백설햄 1988 에디션’을 선보였다. 비엔나·프랑크 소시지를 비롯해 사각햄·동그랑땡 같은 당시 제품에 추억과 향수가 담긴 디자인을 접목했다. 이 제품은 최근 방송하는 ‘응답하라 1998’ 프로그램의 방송소품으로 제공키로 했다.
이 밖에 롯데푸드가 53년 만에 출시하는 ‘삼강하드’와 해태제과의 '부라보콘 스페셜 에디션’ 한정판, 모스버거의 신메뉴 ‘와규 함바그’, 외식업체 놀부의 '놀부옛날통닭' 등이 있다.
BGF리테일의 홍보담당 유철현 대리는 “특히 과자와 빙과류, 식품 등에서 복고제품의 선호도가 높게 보이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고 말했다.
패션업계에도 복고 마케팅이 대세이다. 두발·교복 자율화로 패션산업 활황기였던 1980년대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이 대표적이다. 코오롱의 럭키슈에뜨는 최근 복고풍 청바지 ‘오 링 와이드 데님 팬츠’를 출시했다. 빈폴도 1980년대 유행했던 맨투맨 티셔츠, 데님 재킷, 체크무늬 셔츠 등의 복고 라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 과거 유행했던 패션용품도 다시 재조명 받으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1980년대를 풍미했던 폴라티셔츠와 터틀넥 판매는 무려 117% 급증했고, 가죽코트(48%) 등 복고패션을 대표하는 아이템도 상승세를 보였다.
한편 한복도 2030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옥션에 따르면 20, 30대의 한복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19%, 27% 줄었으나 지난해에는 30%, 16%로 급증했고, 올해 들어서도 21%씩 늘었다. 현대화된 복고는 멋스러움으로 소비자에게 신선하게 다가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복고’는 과거를 현재로 불러들여 안정적인 감정과 위안을 주는 역할을 한다. 기업들에게 복고 마케팅 전략은 새로운 브랜드 출시 비용이 절감될 뿐만 아니라 제품 충성도가 높은 소비층을 미리 확보할 수 있어 1석 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50여년 전 출시된 제품이 재출시되거나, 복고풍을 반영한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추억의 맛’을 재현한 복고 마케팅을 열기가 지속되면서 ‘그 시절 그 청춘’을 회상하는 기회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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