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이 최대 고객” 병원들 모시기 경쟁
“어르신이 최대 고객” 병원들 모시기 경쟁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11.27 10:34
  • 호수 4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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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전용 센터, 노안수술 체험관 만들고 전문 도우미 배치

지난해 양인석 옹은 99세라는 나이로 백내장 수술을 받아 화제가 됐다. 백내장 질환으로 인해 시야가 뿌옇고 흐려 1m 앞에 있는 사물도 제대로 보기 힘들었던 양 옹은 “남은 여생 하루라도 밝게 살고 싶다”며 가족에게 수술을 요청했고,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병원을 찾아 수술을 결정했다.

▲ 노인들의 병원 이용이 증가하면서 노인환자 대상 진료서비스를 도입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사진은 을지대병원 도우미가 어르신 환자를 진료실과 검사실까지 동행해주고 있는 모습.

“80세 이상 수술 안한다”는 옛말… 99세에 백내장 수술도 거뜬
노인진료비가 전체의 36%… 어르신 만족해야 병원도 경쟁력

과거 80세 이상의 어르신들의 수술은 배제돼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수명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들이 그냥 참고 지내자는 인식이 강하고, 병원들도 고령자들의 만성질환이나 위험성을 미리 예단해 수술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건강을 가장 중요시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노인들의 병원 이용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14년 노인 진료비는 19조9687억원으로, 전체 진료비(54조4272억원)의 36.7%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같이 노인들의 병원 이용이 증가하자 의료기관들도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진료와 서비스 강화에 한창이다. 어르신 전용 창구를 배치하거나 노안수술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을 여는 등 진료 편의시설 뿐만 아니라 실버 세대를 겨냥하는 노안센터, 어르신진료센터 도입 등 의료계 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척추질환전문병원 우리들병원은 지난해 다양한 노인성 척추와 관절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치료, 예방을 위해 8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편리하고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100세 척추 청춘클리닉’을 개설,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100세 척추 청춘클리닉은 신경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로 구성된 의료팀이 80세 이상의 환자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퇴행성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 퇴행성 관절염, 골다공증 등의 질환을 중심으로 비수술에서부터 고난도 척추수술에 이르기까지 전문적이고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접수대기로 인한 고령 환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입·퇴원 창구에 ‘어르신 전용 창구’를 열어 운영하고 있다. 어르신 전용 창구는 노인 환자가 보호자 없이 혼자 내원할 경우 수속 절차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호진 병원장은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척추 질환은 생리적 현상이지만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긴다”며 “아직도 연세가 높으신 분들은 수술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적절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100세 척추 청춘클리닉은 이 같은 척추 치료에 대한 어르신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건강한 노년을 되찾아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서남병원도 백세건강센터를 운영하며 노인환자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백세건강센터는 환자 중심의 진료패턴으로 진료편의를 제공해 노인성 질환의 치료효과를 극대화 시키고 있다. 가족력과 생활패턴 등을 고려한 집중상담과 치매선별검사, 우울증검사, 일상생활 수행능력검사, 영양평가 등을 시행하며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 질병의 단순치료뿐만 아니라 검사, 재활, 교육까지 모든 과정이 한 장소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또한 의사, 전문코디네이터, 간호사, 약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모두 한 구성원으로 팀을 이루기 때문에 병원에서 뿐만 아니라 치료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한다. 전문코디네이터 제도를 통해서는 의학적 치료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원을 동시에 제공, 취약계층 어르신의 건강안전망을 지원하고 있다.
서남병원 관계자는 “서남병원은 어르신들의 평생건강관리를 돕는 백세건강센터 운영을 통해 개인별 맞춤의료서비스를 제공, 어르신들의 건강수준을 회복시키고 건강수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어르신들을 위해 수술 체험관을 운영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병원 내 도우미 서비스 등을 도입하는 등 편의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들도 증가하고 있다.
중앙대학교병원과 강북삼성병원은 최근 각각 일대일 도우미 서비스인 ‘오렌지재킷 서비스’와 ‘레드재킷 서비스’를 도입했다. 을지대병원도 노란조끼를 입은 도우미들이 길 안내를 돕는 동행서비스와 함께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한 전동카트 운행도 실시하고 있다.
주황색과 빨강색 재킷, 노란조끼를 입고 안내명찰을 착용한 안내직원들은 병원 곳곳에 배치돼 병원을 처음 찾거나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에게 병원 안팎의 주요 위치와 교통·주차 안내, 진료과·검사실 등을 직접 동행해 안내한다. 또 제 증명서류 발급과 영상CD 복사 안내, 퇴원환자의 짐 운반서비스 등을 돕고 있다.
이 같은 도우미 서비스에 대한 어르신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초진환자의 경우 병원 지리에 어둡고,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도우미 서비스가 주효하고 있다.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한 이용자(75) 어르신은 “오늘 진료를 받기 위해 순천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병원이 너무 커서 내가 진료를 받아야 할 정형외과를 찾는데 힘들었지만 먼저 도우미들이 다가와 친절히 진료실까지 안내해 줬다”며 “진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준 도우미가 진료 후 해야 할 피검사, 엑스레이 검사하는 곳까지 동행해 너무 고마웠다”고 전했다.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는 최근 노안센터를 열며 노안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체계적인 검사는 물론 직접 노안교정 렌즈를 착용해 볼 수 있는 체험존, 라식·라섹·안내렌즈삽입술 등의 가상수술 체험시설을 만들어 노안수술을 계획하고 있는 노인 환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취지는 같지만 색다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도 있다. 충남 천안에 위치한 단국대학교병원은 7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어르신 우선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어르신 우선진료는 병원에 방문하는 75세 이상의 어르신이라면 진찰권 접수부터 외래진료, 수납에 이르기까지 우선 접수, 진료, 수납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간호사와 자원봉사자는 2층 입구 안내센터와 진료의뢰센터에 상주하며, 환자의 생년월일을 확인 한 후 전용 접수창구를 통해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단국대병원 관계자는 “지역 특성상 천안 외 충남권에서 오는 노인 환자들이 많다. 이 분들에게 당일진료, 당일검사를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진료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며 “75세 이상 어르신이 아니더라도 거동이 어려운 환자라면 이 제도를 적용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진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입장에선 이 같은 진료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추가 인력 고용은 물론, 진료센터 설립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병원들은 노인진료 서비스의 강화가 병원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계융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환자중심 서비스와 고객경험관리는 환자들이 병원의 이미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질 높은 의료서비스와 함께 의료기관을 자주 이용하는 노인환자 중심의 서비스를 통해 만족도를 높이는 일이 병원의 큰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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